연꽃처럼 사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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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73호 발행인 우승 발간일 2005-12-01 신문면수 5면 카테고리 이달의 설법문안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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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5-26 04:31 조회 1,888회본문
현대는 개성의 사회인 것 같습니다. 거리를 나가보면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의 개성을 뽐내 듯 각기 다른 머리와 의상, 귀걸이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여기에 계신 보살님들을 보더라도 각기 얼 굴 모양이 다르고 입고 있는 옷들이 다르고, 생각 하는 것이 다르고, 말하는 것이 다릅니다.
이 세상은 각기 다른 가운데 자신들의 개성을 마음껏 드러내면서도 우주의 통일된 질서속에서 함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보살님들도 현재는 각 개인마다 사상과 생각, 가치관, 겉모습이 다르더라도 모든 보살님들은 서 원당안에서 부처님을 마음속에 모시며 법회를 봉행하고 있습니다.
백유경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숲속에 뱀 한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머리가 앞서고 꼬리가 뒤따르는 것이 불만이었던 꼬리가 머리에게 말했습니다.
“머리야, 오늘은 내가 앞서 갈 테니 선두를 양보할 수 없겠니?”
뱀의 머리가 말했습니다.
“내가 언제나 앞서 갔는데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그리고는 늘 하던 대로 머리가 앞서서 갔습니다. 그러나 꼬리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무를 칭칭 감고는 가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하는 수 없이 머리가 꼬리에게 양보하였습니 다. 꼬리는 칭칭 감았던 것을 풀고 앞서 갔습니다. 그러나 꼬리에게는 눈이 없어서 뱀은 불구덩이에 떨어져 타죽고 말았습니다.
“소의 꼬리가 되느니 닭의 머리가 되라”는 속담을 빌리지 않더라도 기왕이면 남들이 알아주고 중요한 역할을 했으면 하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인지상정입니다.
아마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꼬리의 역할을 하느니 머리의 역할처럼 남들보다 발전적이고 성공한 삶을 꿈꾸고 머리의 삶을 좋아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꼬리의 역할보다 머리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머리가 되기를 원하고, 꽃이 되기 를 원하고, 주연이 되기를 원하지만. 그럴 수도 없 을 뿐만 아니라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꼬리가 없이는, 뿌리가 없이는 조연이 없이는 결코 제 빛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음지가 있어 양지가 있고, 양지가 있어 음지가 있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모든 조화는 인과법의 원칙으로 전생에서부터 지어온 자신의 업에 의해 결정되는 것입니다.
머리는 머리로서의 역할이 있고, 꼬리는 꼬리로서의 할 일이 있습니다.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엔진이지만 바퀴라든가 브레이크, 하다못해 아주 작은 나사가 적시 적소에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지 않으면 자동차가 고장이 나거나 큰 사고의 위험에 있게 됩니다. 우리의 신체기관 중에 눈이나, 귀, 코, 입, 장기, 땀구멍 하나라도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러면 몸에 불편을 느끼거나 심 하면 목숨이 위태롭게 될 지도 모릅니다. 모든 존재는 그 존재 나름대로 몫을 갖고 있으며, 유기적 인간관계 속에서 스스로 해야 할 일이 있기 마련입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일이 하찮은 것이라고 생 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평합니다. 남이 하는 일은 괜히 폼나 보여 부럽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사회 지도자가 되어야만, 남의 이목을 받는 사람이 되어야만 훌륭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농부는 농부대로 환경미화원은 환경미화 원대로, 의사는 의사대로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가치 있는 것이고, 소중한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고, 훌륭한 일을 하는 것입니다.
남들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고위층 인사들이나 유명한 사람을 부러워하며 한숨을 쉴 필요도 없고, 또한 높은 자리에 있고 유명하다고 해서 다른 사람을 깔보아서도 안됩니다. 자신의 역할을 다함으로써 긍지와 보람을 느낄 때 그는 가장 훌륭한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망각하고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을 비평하고 평가해서는 안됩니다. 각자 맡은 바 일을 충실히 할 때 가정은 화목하고 사회는 발전하고 우리 종단도 발전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여전히 출세 지향적이고 목적 지향 적이다 보니, 과정으로서의 역할 수행을 충실히 하거나 즐기는 것은 고사하고 성공을 위해 마지못 해 인내해야 하는 것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어떻게 하느냐’보다는 ‘무엇을 하느냐’ 에 관심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자신이 하는 일은 보잘 것 없는 것쯤으로 치부하며 출세 하면 결코 이 따위 일은 하지 않을 거라고 얘기하 곤 합니다. 그러나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자기의 책임을 방기하거나 마지못해 억지로 하며 다른 사람의 역할에만 눈 돌린다면, 결코 자기다움과 보람을 찾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
이 속한 사 회는 동맥경화에 걸리고 맙니다.
그래도 이 사회가 큰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는 것은 눈에 보이던 보이지 않던 각자 자기가 맡은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역할 수행을 충실히 하는 것이 이 사회 를 떠받치는 큰 힘이 된다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자신이 하는 일이 별 볼일 없다 생각 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맡은 바의 역할을 수행해 나가야 합니다.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해 불평만 늘어놓거나 부끄러워하며 무성의하고 무책임하게 방관만 하는 사람을 사람답다고 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은 인간된 당연한 도리입니다. 그러나 그것 만으로 끝나버려서는 아무래도 부족함을 느낍니다.
이제부터는 자신의 역할을 좀 더 확대시키고 발전시켜 보자는 것입니다. 자신의 역할을 보다 잘 수행할 방법은 없는지 개선의 여지가 없는지를 생각해 보고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적용해 나가자 는 것입니다. 그 역할 수행을 통해 자신의 능력과 개성을 충분 히 발휘해 보아야 합니다.
어쩔 수 없이 할 때와 주체적인 자세로 임했을 때는 너무나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삶의 주인이고 그 사회의 주인이고 역사의 주인임을 알고 살아간다면 자기가 맡은 일을 함부로 하지 않을 것입니다. 주인 된 사람은 애써 지키고 관리하며 어떻게 하면 발전하고 개선시킬 수 있을지 계획하고 구상하며, 사랑과 정열을 쏟고 눈물과 땀방울을 흘리며 노력할지언정 남의 집 불구경 하듯이 방관만 하지 않습니다.
지금 여기에 계신 분들은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혹시 소홀하거나 무관심했던 일은 없는지 생각 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연꽃은 더러운 연못에 뿌리를 내리고 있더라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그 열악한 한경을 영양분 삼아 청아한 연꽃을 피워 그윽한 향으로 주변을 맑고 향기롭게 합니다. 이처럼 자신이 살아가는 주위환경이 아무리 나쁘더라도 거기에 매몰되거나 굴복하지 않고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개선하고 변화시키며 사는 삶이 바로 연꽃과 같은 마음으로 사는 삶이고 어느 곳에 있더라도 주인다 운 삶입니다. 이를 불교에서는 수처작주라고 합니 다. 어디를 가더라도 그곳에서 주인으로 살아가라 는말입니다.
사람다움의 의미가 가볍게 여겨지고 사람 사이 의 관계와 역할이 헐거워지는 오늘날, 그래서 리는 더욱 각박해지고 혼탁한 사회를 힘들게 살아 갑니다. 그 무엇에도 비견할 수 없이 고귀한 인간 의 가치가 돈이나 물질보다 낮게 취급되는 가치의 전도는 자꾸만 관심의 방향을 바깥으로만 치달리 게 하여 탐욕심을 부채질할 뿐, 시선을 안으로 돌 려 반성하며 스스로 해야 할 바와 자신의 가치를 찾도록 놔두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인간 성은 메말라가고 사회는 물질문명의 어두운 그림자에 지배되어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소진흙 뻘과 같은 사회를 살맛나게 만들고 아름답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 여기에 계신 모든 분들의 사명입니다.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입니다. 깨달음이라고 하면 너무나 막연해서 이 세상의 일이 아닌 다른 세상의 일처럼 느껴지고 인간의 영역이 아닌 것처럼 생각 하기 쉅습니다. 그러나 깨달음은 그릇된 인간의 굴 레를 벗어나 참다운 인간성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깨달음을 얻어 부처님이 된다는 것은 갑자기 신이 된다는 것이 아니라 진리와 하나가 된다는 것이고, 불교의 목적인 불국토 건설은 모든 사람이 함께 사람노릇을 제대로 하는 인간미 넘치는 세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진실을 거짓으로 알고 거짓을 진실로 착가하며 전도된 가치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빛이 되고 바른 길잡이가 되어 바른 길로 인도하지 않는다면 깨달음의 사회화는 다만 이상일 뿐이고 구호에 그치고 맙니다.
무언가 바라는 것이 있어야 부처님께 매달리는 ‘무늬만 화려한 진언행자“가 아닌 참다운 진언행자로 거듭나서 이 사회의 등불이 되고 길잡이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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