쬐수행을 발전시킨 여성 요기니 마칙 랍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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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76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2-11-01 신문면수 7면 카테고리 창종 50주년 특집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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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2-11-10 13:55 조회 1,869회본문
7세기 대일경의 출현으로부터 비롯된 인도밀교의 발흥은 역사·문헌·문학·전통의 시간보다 현실의 진리를 직관하는 현재와 실용에 집중했던 시기였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은 불교사상 가장 많은 여성수행자의 흔적이 전해지게 된 내력과 유관하다. 인도, 티벳, 몽골을 아우르는 지역을 중심으로 이름을 전하지 않는 여성성취자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마칙랍된(ma gcig labs sgron, 1055-1149)이 있다. 마칙랍된이 유명한 것은 그녀가 전한 요기니계의 쬐(Chod)수행 때문이다. 쬐수행의 연원은 반야경에서 시작되었다. 반야의 지혜는 혜학으로서 듣고 청문하는 과정에서 공성을 결택한다. 인도에서는 일찍이 반야의 혜학에 대해 그 실천수행으로서 여러 방편들이 모색되었다. 유가유식의 현관장엄론이나 밀교경전인 이취경, 그리고 문수보살과 관련된 많은 의궤들이 그런 류이다. 특히 밀교경궤 가운데 문수진실명의경이라든가 야만타까딴뜨라는 모두 반야지의 수습에서 발전하고 유행한 것이다.
마칙랍된은 얄룽계곡의 동쪽지역 초메, 혹은 계랍이라는 곳에서 태어났다. 마칙랍된과 관련한 많은 전설들이 있다. 그녀를 빠드마삼바와와 인연이 깊은 예셰 초곌의 화신으로 여기거나, 태어나자 마자 바로 일어섰다는 것이 그렇다. 아버지는 최기 다와이고 어머니는 룽모 붐짬이라고 하였다. 형제 자매가 있었다. 마칙은 일찍부터 불교와 인연이 깊어 3살 때부터 진언을 외웠다고 하며, 8살 때 8천송반야경을 외웠다. 학승인 게셰 아뙨의 추천으로 다빠온쉐(1012-1090)의 제자가 되어 13살 때 반야의 교학을 익혀 반야의 견해가 다른 승려들을 넘었다고 전한다.
스승 다빠온쉐는 그녀에게 반야교학에 대해 연구케 하여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다음 스승의 추천으로 꾜뙨 소남 라마를 만나 밀교를 공부하게 하였다. 그녀가 20세가 되었을 때 소남 라마는 에강와의 사원에서 많은 관정을 수여했는데 여기서 마칙랍된은 보신을 성취하고, 와즈라바라히의 오불, 비밀유가진언 을 갖추어 현밀에 대해 고루 통달하게 되었다. 마칙랍된에게 보다 큰 성취를 이루게 한 것은 담빠 상계를 만나 닝마빠의 족첸을 전수받은 것과 23세 인도의 수행자 퇴빠바드라를 만난 것이다. 그녀는 퇴빠바드라와 세속적인 결혼도 하고 아들 셋과 딸 둘을 낳았다고 전하지만 자식들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다.
마칙랍된은 37세 머리를 삭발하고 상리 캉말산의 토굴로 거처를 옮겼다. 이때부터 많은 제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그녀의 명성은 인도에도 알려져 많은 인도인 제자들이 티벳을 향했다. 그녀 주변에는 5천의 제자와 50만의 추종자들이 늘 있었다. 그녀의 전기에는, “모든 법은 인도에서 시작되었고, 다시 티벳에서 번성하였다. 오직 마칙의 가르침은 티벳에서 시작되어 훗날 인도로 전해져 거기서 실천되었다”라고 하였다. 그녀의 스승이었던 담빠 쌍계는 티벳불교 초기종파인 시제파의 종조로 추앙받으며, 마칙에게 쬐수행을 전했다. 쬐수행은 인도에 연원을 두지만 쬐수행을 대성한 것은 마칙랍된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녀는 99세 입적했는데 이후 그녀가 남긴 관련 저술들은 인도, 티벳, 네팔, 몽골 등지에서 번역되고 그녀가 전한 닝마의 수행과 쬐수행은 지금도 번성하여 서구에서도 크게 유행하고 있다. 마칙랍된이 남긴 가르침 가운데 마장을 물리치는 쬐수행의 독특한 면모가 있다. 불교를 수행하다 보면 누구나 마장과 마주할 때가 있다. 그것은 의식적인 것에 그칠 수도 있고, 때로는 외연에 의해 영향을 주고 현실의 오감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의식과 외적 경험은 다른 것 같지만 결국 같은 뿌리일 수 밖에 없다. 마칙랍된에게 강빠 묵상이라는 제자가 있었는데 스승에게 마장에 대해 질문하였다. 그녀는 말하길, “제자여 듣거라, 마장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다. 마장이라고 해서 실제 검거나 무서운 모습으로 나타나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두렵게 만드는 그런 것은 아니다. 마귀는 해탈을 방해하는 장애, 모든 것을 가리킨다. 무엇보다 고착된 자아보다 더 큰 마장은 없다. 자아에 대한 고착을 잘라낼 때까지 모든 악들은 항상 입을 벌리고 기다린다. 이 때문에 고정도니 자아라를 악마를 적대할 기술적 방편들을 갖추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한국에서 반야지의 결택은 주로 반야심경과 금강경에 집중되고 수습은 경전의 염송이나, 참선을 통해 실수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반야의 지혜를 자신의 현실로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반야경의 지혜는 무아의 공성을 결택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다양한 의식의 배경과 근기의 차이는 결국 다양한 방편을 모색할 수 밖에 없는 인도밀교의 교훈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7세기 이후 후기대승시대 5백년을 통해 논리학과 밀교의 양 수레바퀴가 인도불교를 주도한 역사에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이유를 마칙랍된의 전기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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