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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과 종족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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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76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2-11-01 신문면수 3면 카테고리 종단 서브카테고리 지혜의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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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김태원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칼럼리스트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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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2-11-02 10:50 조회 1,74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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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과 종족번식

문명은 무분별한 욕망을 통제하도록 설계

종교는 고대 문명에서 통치 이데올로기로


인간이 생존과 종족번식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다른 생명들과 마찬가지로 본능에 속합니다. 인간은 보다 생존가능성을 높이고 종족번식을 용이하게 하는 과정에서 문명을 탄생시켰습니다. 이 문명은 무분별하게 표출되는 욕망을 통제하도록 설계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러한 통제를 사람마다 내면화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다름 아닌 종교입니다. 그래서 종교적 규범이 만들어지고 그것을 사회 구성원들에게 강제하였던 것이지요. 종교는 고대 문명에서는 통치 이데올로기로 기능하였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억누르는 것은 애초에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초기 문명에서는 적절한 시점에 본능적 욕구를 해소하도록 하였습니다. 특히 생존을 위한 식량이 확보되는 가을에 통제를 풀고 욕망을 발산하는 추수감사제와 같은 축제를 열었습니다. 

 사실 인류의 문명은 인간들에게 끊임없이 사회 규범을 통해 욕망을 통제하고 사회 질서와 그로인한 사회 안정을 추구해왔습니다. 그리스 문명에서 인간의 본능에 충실한 술의 신인 디오니소스가 문명이전의 세계를 상징한다면, 이성, 질서 등을 상징하는 아폴론은 문명을 상징합니다. 음악은 디오니소스에 속하는데 우리가 알고 조화를 꾀하는 음악은 원초적인 소리에 질서를 입힌 것에 해당합니다. 클래식이 아폴론적이라면 헤비메탈은 디오니소스적이라고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20세기에 들어와 한국이 일제의 식민지가 되면서 근대 문명에 뒤쳐진 원인을 공자의 사상에서 찾는 흐름이 일반적이었고 이 과정에서 유교는 급속하게 쇠퇴하였습니다. 70년대까지도 유교적 전통이 비교적 살아있었지만 산업화와 이에 따른 생활양식의 급속한 서구화로 1980년대 이후로 점차 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젊은 시절에 의무감에서 한글로 번역된 논어나 다른 유교 경전을 손에 잡아봤지만 기억에 남은 것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다 비교적 최근에 예악(禮樂)에 대해 다른 설명을 보면서 작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춘추전국 시대에 성립한 유학은 시·서·예·악·역·춘추(詩·書·禮·樂·易·春秋)의 육경(六經)이 성립하였습니다. 이 중 예악에서 악(樂)에 해당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경(詩經)에 실린 글은 노래 가사로 추정하는데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에 해당하는 것들이 많이 실려있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인간의 원초적 본능에서 비롯된 것으로 디오니소스적인 것에 해당하지 않을까요? 사람이 무리지어 사는 사회현상은 일종의 떼지어 살기(grouping)인데 질서(order)가 필수요소에 해당합니다. 예(禮)는 기본적으로 질서유지를 위한 제도로 사회구성원을 역할(role)과 기능(function)으로 나눕니다. 그리스 문명의 아폴론적인 것과 닮아있습니다. 

 모든 문명은 인간의 생존과 종족번식을 위해 성립되었지만, 그 내용은 역설적으로 생존과 종족번식의 근원적 에너지인 욕망을 통제하고 억제하는 형태로 구성되었습니다. 이 두 요소간의 대립과 화해의 과정이 문명의 전개과정이기도 하지 않을까요? 예의 내용은 문명의 발전과 더불어 변화해왔고 변화해갈 것인데, 일반적으로 문명의 변화를 좇아가는 후행(後行)적 성격이 강합니다. 그래서 과거의 예(禮)와 현재의 예(禮) 사이에 간격이 생기고 점차 벌어지게 됩니다.   그렇지만 악(樂)은 인간의 본능에 기초하고 있다고 한다면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습니다. 문명초기에는 엄격한 규범을 통해 사람들을 통제한 것은 인간의 생존과 종족번식을 위한 당시로서는 최적의 방법이었고 그러한 규범을 인간에게 내면화시키는 역할을 종교가 담당하였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고대 종교는 내용이 매우 잔인한 내용이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칼럼리스트 김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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