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사찰 문화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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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83호 발행인 우승 발간일 2006-10-02 신문면수 10면 카테고리 -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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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01 08:03 조회 2,501회본문
3대 해상관음 기도도량 - 강화도 보문사
손끝에 와 닿는 아침 공기가 말그대로 완연한 가을이다.
우리 일행들은 달리는 차창밖으로 시원스럽게 펼쳐진 김포들녘의 황금빛 벼이삭들을 몸과 마음으로 보듬으며 불심이 살아 숨쉬는 도량의 섬 강화도로 향했다.
어느새 햇살이 다르고 바람이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다. 유난히도 더운 여름날들이 길었던 탓일까? 가을의 느낌은 사뭇 싱그럽게 느껴진다. 황금 들녘과 신비스러우리만치 조화롭게 어우러져 더욱 고와보이는 코스모스 길을 따라 강화도의 중심을 가로질러 외포리 선착장에 도착했다. 보문사가 자리하고 있는 앞섬 석모도로 들어가는 훼리 여객선에 잔뜩 고무된 일행들과 함께 몸을 실었다
화학조미료로 범벅한 새우깡에 갈매기들이 새우깡 던져주기에 바쁜 사람들을 따라 섬과 섬을 오가느라 날개 깃털이 낡았다. 그리 뭔가를 주고 싶으면 마른 멸치나 갯지렁이를 던져 줄 일이지 몸에도 안좋은 스낵과자를 먹일까.
잠깐 바닷바람을 마시고나니 석모도에 도착했다.
웅장한 일주문을 지나 가파른 오르막 길로 십여분 천천히 올라가니 정수리 위로 성채같은 절이 나타난다. 석축위에 앉은 범종각이 날아오를 듯 하다. 이 조그만 섬의 산기슭에 얹힌 절 치고는 사뭇 자태가 고운데다 정갈 하고 청명하다.
신라 선덕 여왕 4년(635년)회정대사가 창건했다는 보문사는 석모도의 최대 자랑거리이다. 석모도 내 상봉산과 해명산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보문사는 남해 보리암, 낙산사 홍련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 도량으로 꼽힌다고 한다
보문사에는 창건 유래가 있다.
“신라 때의 일이다.
어느 어부가 바다에 나가 그물을 던졌더니 그물이 찢어질 듯 묵직하게 뭔가가 끌려왔다.
“앗싸야로〜〜! 이거 물반 고기 반이구나!!”
좋아서 입이 찢어지려는 걸 억지로 참고 죽을 힘을 다해 그물을 당겼는데 이게 뭔 일? 그물속에는 고기라고는 밴댕이 한 마리도 없고 사람 모양의 돌덩이 23개가 들어 있 었다. 실망한 어부가 돌덩이를 바다에 버리고 다시 그물을 쳤는데 또 그 돌덩이들이 옹기종기 단체여행이라도 하듯 걸려 올라 왔다.
신경질을 바락바락 내며 그 돌덩이를 다시 바다에 버린 어부는 바다쪽으로 감자떡을 서너개,날려주곤 집으로 돌아가서 술을 서너 사발을 들이키곤 잠이 들었는데,
꿈에 어느 노승이 나타났다.
“뉘슈? 누군데 남 꿈에 허락도 없이 나타 나슈?”
“이 사람, 원 성질하고는.. 네가 건져 올렸던 그 돌이 뭔지 알어?
"앗따, 왜 또 약 올리는거유. 그것들이 천축국에서 보내온 귀중한 불상이라도 된단 말이우?”
“그래!!!”
그리고는 두 번이나 바다에 수장시켰다고 된통 혼을 내더니 내일 다시 그곳에서 불상을 건져 명산에 봉안해 줄 것을 당부하였다.
다음 날, 불상을 건져올린 어부는 꿈 속에서 노승이 부탁한 대로 낙가산으로 불상을 옮겼는데. 낑낑대며 옮기던 불상들이 현재의 석굴앞에 이르자 갑자기 무거워져서 꼼짝을 안 하는지라 더 이상 옮길 수없었다.
그리하여, 석굴이 불상을 안치할 신령스러운 장소라고 생각하고, 굴 안에 단을 만들어 모시게 되었다”라는 전설을 가지고 있다.
전설치곤 단순하지만 기억하기 쉬우니 나같은 사람에겐 고마운 일 이다.
그 석굴앞에는 오래 묵은 향나무 한그루가 배배 꼬인 채 하늘을 이고 있다.
수령이 약 600년쯤되는 고목이다.
6.25때 삼년가량 죽어있다 소생했다하니 이 또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웅전 뒤편으로 마치 수미산으로 오르는 길인 듯, 가파른 돌계단이 곤두 서 있다.
돌계단을 따라 20분 올라가니 낙가산 중턱에 마애석불이 있다.
한 계단, 한 계단을 오를때 마다 번뇌가 하나씩 사라질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도 해본다.
그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을 때 진정 보살 이라고 할수 있을 것인데 말이다.
1928년에 금강산 표훈사 주지 이화응과 보문사 주지 배선주가 낙가산 중턱의 일명 눈 썹바위에 조작한 것이 보문사의 마애석불좌상이다.
불상뒤의 둥근 빛을 배경으로 네모진 얼굴에 보석으로 장식된 커다란 보관을 쓰고 손에는 세속의 모든 번뇌와 마귀를 씻어주는 깨끗한 물을 담은 정병을 든 관음보살이 연 꽃받침위에 앉아 있다.
얼굴에 비해 넓고 각이진 양어깨에는 승려 들이 입는 법의를 걸치고 있으며 가슴에는 커다란 만 자가 새겨져있다.
가파른 계단을 내려오면서 다시금 가을의 정취를 느낀다. 때이른 낙엽이 반가움반 외로움반으로 느껴왔다.
사람이나 자연이나 이치와 때에 맞아야 그 아름다움이 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보문사의 깨달음 소리를 들으면서 우리는 순례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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