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할 용기를 주는, 수행자의 필독서 〈선의 관문을 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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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74호 발행인 법등[구창회] 발간일 2014-05-06 신문면수 11면 카테고리 강공 / 서적 에세이 서브카테고리 불교서적 에세이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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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5-25 07:39 조회 2,651회본문
그런대 수행이 잘 되기만 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잘 되는 날 보다는 안 되는 날이 더 많습니다. 계속 졸리거나 오만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들거나 마음이 산만하거나 가슴이 답답하 기도 하고, 지겹기도 하고, 이런 저런 생각과 감정에 끌려 타니다가 시간을 보내기 일쑤입니다. 왜 안 되는 것이지, 하고 고민할수록 점점 더 안 되고, 시간이 지났으면 뭔가 진척이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후퇴한 것 같은 느낌도 있어서 이 수행이 내게 안 맞는 건가, 하는 회의감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선의 관문을 뚫다〉는 이러한 때에 참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수행자들이 바랑에 넣고 다니면서 참고한다는 이 책은 한번 보면 마음을 북돋아 수행에 더욱 힘쓰게 하고, 정신이 새롭게 초롱초롱해져서 더욱 기운차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고
합니다.
스무 해, 서른해 동안 공부해서 깨달음을 얻지 못했더라도 다른 방편을 찾지 마라. 기이한 인연에 이끌리지도 말고, 여러 가지 망념을 끊으며, 부지런히 힘써 오직 자기가 참구하는 화두를 바라보고 굳께 지키되, 살면 같이 살고 죽으면 같이 죽기로 작정하면 3생이나 5생, 10생, 100생으로 이어진들 어떠랴. 철저하게 깨닫지 못했다면 쉬지 마라. (67p)
이암 권 선사는 공부를 맹렬히 하고서 저녁이 되면 눈물을 흘리며, “오늘도 또 이렇게 헛되게 지나갔으니 내일 공부가 어찌 될지 알 수 없구나!” 하고 탄식하곤 했다. 선사는 대중과 함께 살면서 사람들과 말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114p)
수행은 이렇게 철처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1시간 해놓고, 난 왜 안 되지, 나한테 안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책은 나의 그런 안일함을 질책했습니다. 고작 1시간 해놓고 그러냐고. 30년을 공을 들여서 열심히 하면 언젠가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라는 말로서 다시 시작할 용기를 불어넣어주었습니다. 안 되는 것은, 내게 맞지 않아서도 아니고, 노력을 더 해이 한다는 의미인 것이지요.
<선의 관문을 뚫다>는 운서 주굉 스님의 <선관책진>을 서연관스님이 번역한 것입니다.〈선관책진〉은 대장경과 조사들의 어록 중에서 요점을 추려 엮은 참선수행 지침서로〈벽암록〉 〈임간록〉〈임제록〉등과 함께 종문칠서라 하여 선수행의 입문제일서라 하였습니다. 처음 나온 이래로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서 수행자들의 필독서가 되어 왔습니다.
〈선관책진〉은 전집과 후집으로 나뉩니다. 전집은 다시 두 편으로 나누어, 앞의 제1문에는 황벽 희운, 조주 종심, 현사 사비, 아호 대의를 위시한 서른아홉조사의 법어를 간추려 실었고, 뒤의 제2문에는 여러 조사의 고행과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스물네 가지 사례를 들어 실었습니다. 후집은 참선하는 이가 어떻게 정 진 수행할 것인지를 여러 경전이나 어록 가운데서 마흔 일곱 가지 항목을 가려 봅아 실었습니다. 때로 평을 붙여 소홀하기 쉬운 뜻을 되짚어 주었습니다.
운서주굉 / 호미 /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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