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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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88호 발행인 우승 발간일 2007-03-01 신문면수 2면 카테고리 -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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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05 16:49 조회 2,143회본문
새해 불공을 잘 마치고 며칠이 지난 1월 어느 날 배낭 메고 아이젠과 설피대, 스틱 등을 준비하고 집을 나섰다. 겨울 산행에 필요한 여러 가지 준비를 잘 하고 당당하게 출발했다. 아본애는 ‘한라산 백록담’을 꼭 보고 오리라.
눈 속에 파묻힌 한라산은 마치 동화 속 세상 같고 눈꽃이 핀 나뭇가지 사이로 노루가 살포시 얼굴을 내민 모습은, 눈 요정들의 세계에 온 듯한, 동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 속에서 잠시 나 자신을 잊게 했었다. 그 때의 환상은 두고 두고 잊을 수 가 없었다. 한가지 아쉬움은 그당시 백록담이 휴식년제에 묶여서 오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번에는 백록담 정상에 오르는 꿈을 이루리라 기대하며 출발했다.
둘째 날 드디어 한라산 등반이 시작 되었다
올 겨울은 눈이 많이 오지 않았고 기온도 높아 눈꽃이 피지 않고, 아름다운 눈 요정들의 세계도 볼 수 없었다.
조금은 실망스러웠지만 백록담에 오르리라는 한가지 목표로 쉬지 않고 계속 올라 갔다. 호흡이 가빠 오고 심장은 터질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호흡은 점점 정상을 찾아갔다.
이 때, 옆에 같이 가던 친구가 걸음을 멈추고 나 보다 더 힘들어 하고 있었다. 기다려 가며 같이 등반을 했다. 산악회 회장님께서도 계속 격려해 주셨다.
평소에 등반을 잘 하던 친구였는데, 오늘은 힘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드디어 친구는 한걸음 떼어 놓기 조차도 힘들다고 했다. 친구는 포기 한다고 하며, 나 보고 빨리 일행을 따라 등산하라고 한다. 산악회 회장님도 빨리 산행을 계속 하자고 하신다.
산행을 포기 하고 다시 내려 가면 버스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친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신다.
‘내가 그렇게 기다리던 백록담 등반인데… 이제 언제 이런 기회가 있을까?’ 잠시 망설였다.
내려 가는데 3-4시간 가까이 걸리는 길을 친구 혼자 어떻게 내려 가게 할까? 나는 친구를 선택 했다
우리는 그 길로 내려오지 않고 친구와 둘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 오르기로 했다. 준비한 간식을 먹으며 커피도 마셔 가며 쉬엄쉬엄 올라갔다.
드디어 백록담 바로 아래 ‘진달래 대피소’에 도착했다. 대피소 주위에 펼쳐진 산은 마치 분재 농원 같았다. 물론 우리 일행들은 이미 떠난 뒤였다.
대피소 안은 발 디달 틈도 없었다. 구석에 겨우 자리를 잡고 가져간 도시락과 간식을 먹고 잠시 쉬었다. 힘이 솟는 것 같았다. 날씨도 화창하고 포근했다. 구름이 저 아래에 운해를 이루고 있다.
우리 두 사람은 다시 백록담을 향해 오르기 시작 했다. 조금 가다가 친구가 오늘은 안되겠다고 했다.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즐기면서 내려가기로 하고 올라 올 때 보 지 못했던 나무와 풀, 돌 등을 보며 미리 준비해 간 비닐로 썰매를 타며 내려 왔다.
친구는 자기 때문에 내가 백록담 등반 을 포기했다며 내려오는 내내 미안해 했다. 나도 힘들어서 포기 했다며 괜찮다고 위로 했다.
여러 날이 지난 지금도 아쉽지만 그때의 결정을 잘 한일이라고 생각한다. 친구를 위해 결단을 내린 내가 스스로 대견했다. 백록담을 오르지 못한 아쉬움보다 내가 타인을 위해 배려 할 수 있었던 것에 큰 의미를 두며 가슴 따듯해짐을 느꼈다. 이 일로 친구보다 내가 더 큰 행복을 느꼈다.
배려는 남을 위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자신에게 더 많은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 것이기도 하다. -박묘정(총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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