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누구나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좋은 엄 마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자식을 위해 무조건 희 생한다고 좋은 어머니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왜 냐하면 이런 어머니일수록 자식에 대한 집착이 지나쳐 오히려 이기적이고 왜곡된 모성이 될 수 있기때문입니다. 

좋은 어머니란 완성된 인격을 전제로 합니다. 그래서 어렵다고 하는 것입니다. 훌륭한 자식을 얻기를 원한다면 결혼 전부터 인격을 갖추고 바 른 원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다 이런 이유 에서 이지요.

훌륭한 스님들의 엄마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 일까, 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이 책〈어머니, 스님 들의 어머니〉는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책이었습 니다. 도피안사에서 펴낸 이 책〈어머니, 스님들 의 어머니〉（2010）는 석가모니부처님의 어머니인 마야부인을 비롯해 조계종 전 종정을 지낸 법전 스님의 어머니, 티베트 달라이 라마의 어머니 등 인도 중국 한국 티베트 등 출가수행자의 어머니 에 대한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어머니인 마야부인은 부처 님이 탄생하신 지 7일 만에 돌아가셨기 때문에 부처님의 양육은 이모인 마하빠자빠띠부인이 맡 았기에 부처님에게는 2명의 엄마가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마야부인도 훌륭한 인품의 소유자였고, 마하빠자빠띠는 불쌍한 사람을 돌보고 또 나중 에 출가를 하는 것만 봐도 물질적인 것에 끌려 다 니지 않고, 자비심과 본질적인 것을 꿰뚫을 줄 아는 수승한 정신의 소유자임을 알 수가 있습니다. 위대한 스승의 어머니가 될 자격이 있는 사람이 지요

그리고 지금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지도 자로 추앙받는 달라이라마의 어머니는 티베트 사람들에게는 위대한 어머니로 불리면서 관세음 보살의 화신 중 하나인 따라 보살로 추앙받는 사 람인데 자식들 중 세 명이나 환생자를 낳았기 때 문입니다. 한 명의 환생자를 두기도 어려운데 이 렇게 달라이라마를 비롯해 세 명의 환생자를 낳 을 수 있었던 것은, 환생자들은 어머니를 선택해 서 태어난다고 하는데, 그녀가 훌륭한 정신의 소 유자였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달라이라마를 배출한 집안은 왕족의 대접을 받기에 좋은 옷과 좋은 음식을 먹으면서 호의호 식할 수 있는데 그녀는 농사꾼일 때 입던 옷을 여 전히 입고 다닐 정도로 검소했고, 또한 겸손하게 생활했으며 달라이라마를 따라 인도로 망명하 고 나서는 고아원에서 불쌍한 아이들을 돌보면 서 평생을 보냈습니다. 달라이라마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가장 친절한 분이셨다. 비록 우리는 굶주렸지만 어머니는 단 한 번도 거지를 빈손으 로 돌려보내신 적이 없었다”고 했으며, 또한 그 녀 주변 사람들은 “달라이라마의 어머니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분어었 다”며 달라이라마의 타고난 친절과 자비심은 그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매우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어머니도 있었는데 티베트 불 교사 가장 훌륭한 수행자로 추앙받고 있는 미라 레빠라는 스님의 어머니는 지금까지 만나 본 위 대한 어머니들과는 좀 다른 인물이었습니다. 그 녀는 마음속에 독기를 갖고 있는 어머니였으며 그녀의 이런 나쁜 성향은 아들로 하여금 사람을 35명이나 죽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그러 니까 그녀는 살인자의 엄마에 어울리는 사람이 었습니다. 아들인 미라레빠로 하여금 흑마술을 배우게 하여 자기 원수인 외삼촌 부부와 많은 사람들을 죽게 했으며, 뿐만 아니라 마을에 우 박까지 퍼부어 농사를 망치게 하도록 사주하는 그런 엄마였습니다. 이 엄마는 결국 사람들이 던진 돌에 맞아 죽습니다. 우란분절의 주인공인 목련존자의 어머니와 유사한 인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아들인 미라레빠는 엄마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비로소 엄마가 걸어놓은 세뇌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된 것이 지요 그래서 그는 히말라야 동굴로 들어가 뼈를 깎는 수행을 무려 12년이나 계속 했고, 마침내 티 베트 불교사에서 가장 위대한 수행자로 거듭나 게 됐습니다.

스님들의 어머니 증에는 위대한 어머니도 있 었고, 나쁜 업을 만들어준 엄마도 있었습니다. 부 처님의 두 어머니나 달라이 라마의 어머디와 같 은 분은 훌륭한 인격의 씨앗을 만들어줌으로써 그 역할을 하였고, 나쁜 업을 짓게 한 미라레빠 의 어머니는 뼈를 깎는 수행의 계기를 만들어주 었다는 데서 또한 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 다. 어떤 어머니든 간에 엄마의 역할은 지대하다 는 걸 이 책을 통해서도 확인했습니다. 자식을 형 성하는 반 이상은 어머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님 을 스님들의 어머니를 통해서 알 수 있었고, 현재 자식을 두고 있는 엄마로서 책임감을 통감하게 하는 책이 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