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 잘해라’ 독후감 우수작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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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75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2-10-01 신문면수 4면 카테고리 지혜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필자명 황보정미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2-10-11 15:44 조회 1,673회본문
불교총지종 안에 머무르는 인연이 모두 편안하기를
“종교가 뭐예요?”
“불교요.”
“어? 나도 불교인데 불교 어디에요?”
“아, 총지종이라고 있는데 아마 잘 모르실 거예요.”
“총지종이요? 처음 듣기는 한데, 그게 뭔데요?”
“음......”
총지종을 모르는 사람에게 총지종을 설명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같은 불교를 믿는다고 하더라도, 총지종의 절로 총지사가 있는데 역삼동에 있고 불상이 아닌 진언이 그려진 다라니를 모시고, 절을 하지 않고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염주를 돌린다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 하며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고들 한다. 불교의 일반적인 모습은 산 속에 위치하여 스님들과 함께 커다란 금색 불상을 향해 절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생활 밀교로 그런 게 있다며 얼렁뚱땅 넘어가긴 하지만 사실은 나도 잘 몰랐다. 그저 어렸을 때부터 주변 어른들을 따라 다니며 보았던 절의 모습이 그것이었기에 별 의문 없이 지나갔을 뿐이었다.
<종조법설집>하며, 총지종을 만든 사람을 종조님이라고 부르는 것까지는 알았으나, 법명이 원정이고 성씨는 손 씨이며 경상남도 밀양 출신에 군서기까지 지내다가 진각종에서 일을 하게 되고 또 진각종 내 어떠한 풍파를 만나 총지종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알게 된 것은 ‘불공 잘해라’라는 책을 읽음으로써였다. 어설프게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 모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기에, 책을 읽는 시간은 배움의 시간이었다.
그의 생애는 역동적인 역사적 변화와 함께 어느 부분 하나 혼란스럽지 않은 때가 없었다. 그 중에서도 내게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부분은 아들 손순표가 겪은 역경이다. 인민재판장에서 손순표는 부르주아로 단정 지어지고, 처형을 앞두게 된다. 아마 손순표도 자신의 죽음을 예상하고 있지 않았을까. 그 순간 월북한 인민군 군관 하나가 손순표를 변호하고 나서게 된다. 인민군 군관은 손순표의 조부와 부친의 선행을 이미 알고 있었고, 비록 손순표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인연의 끈이 없었지만 그의 조상들의 덕을 토대로 그를 구해낸 것이다. 그 순간 가장 놀란 것은 아마 손순표였을 것이다. 우리는 권선징악을 믿고 싶지만, 살다보면 정말 그러한 것이지 마음이 심란해질 때가 많다. 나쁜 사람이 더 떵떵거리며 부와 권력과 명예에 취해서 잘 살고, 착한 사람의 삶이 더 피곤하고 고달픈 것처럼 보일 때가 적지 않다. 그러면 심기가 영 불편해지며 때로는 짜증까지 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어쩌면, 그게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 우리가 알지는 못해도, 받았던 것이 하나라도 있다면 주는 것이 한 개라도 생기는 것은 하나의 진리일 지도 모르겠다. 언제 어디서 어떡하지를 모르기 때문에 조금은 막막하기도 하고 못 견디게 답답할 때도 있겠지만 그래서 더 그 주고받음의 관계가 필연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하다.
하나 더 감명 깊었던 부분을 꼽자면, 대성사가 밝힌 사물의 발전 법칙이다. 인연의 인은 한자로 원인 인(因)이고 연은 선 연(緣)이다. 좋은 인과 좋은 연이 만나면 좋은 결과가 생기고 악한 인과 악한 연이 만나면 악한 결과가 생긴다. 이는 당연한 이치일 수 있다. 하지만 선한 인과 악한 연이 만나면 우세한 편에 따라 결과가 선할 수도 있고 악할 수도 있고, 악한 인과 선한 연이 만날 때에도 우세한 편에 따라 선과 악의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다. 살다보면 좋은 인과 좋은 연이 만나는 것, 그리고 악한 인과 악한 연이 만나는 것을 합친 것보다 좋은 인과 악한 연의 조합이나 악한 인과 좋은 연의 결합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어떤 쪽을 우세한 것으로 만드는 지는 그 인연의 당사자인 나의 역할이 제일 크지 않을까.
총지종에 다니는 지인이 있는데, 그녀는 남편과 불화가 있을 때마다 어린 자식을 업고 서원당을 찾아가 밤새 불공을 드리곤 했다. 기질적으로 남편과 잘 맞지 않았는데 아마도 그녀가 부처님께 빈 것은 악한 인으로 만나게 된 인연의 끈을 좋은 연으로 다듬고자 하는 간곡한 서원이 아니었을까. 으슥한 밤길의 무서움보다 그녀의 마음속 부정적인 감정이 훨씬 더 무거웠을 테고, 나는 때때로 그녀의 지난 세월을 겁 없이 상상할 때마다 모든 것이 아득해진다.
잠시 멈춰서 톺아보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까마득해진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그 막막함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대성사님는 본인의 영민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불교의 교리를 들여다봤을 테고 본인이 터득한 가지력에 대해 열심히 설파하였다. 때로는 험한 바람을 맞아 곤란에 처할 때도 있었으나 대성사의 지혜와 진정성은 주변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고 선한 인연의 힘이 보태어져서 마침내 총지종의 체계가 다져졌다. 그래서 다행이다. 내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총지종 안에서 위안을 얻으려고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총지종이 있어서 감사하다. 그 안에 머무르는 모두가 편안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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