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즈니쉬의 비유적 설명으로 듣는‘공’ 휴머니스트 이윤기가 옮긴 <반야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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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54호 발행인 지성[이기식] 발간일 2012-09-05 신문면수 11면 카테고리 전시 / 불교 에세이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필자명 김은주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자유기고가 김은주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06 06:43 조회 2,590회본문
오쇼 라즈니쉬 강/ 이윤기 옮김/ 섬앤섬
<반야심경>은 라즈니쉬가 1980년대 미국에서 한 강연을 라즈니쉬 재단이 책으로 만들어 낸 것입니다. 처음부터 책을 염두에 둔 글이 아니라 청중을 대상으로 했기에 화법이 직설적이며 구어체의 문장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이는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장점은 현장감과 직관을 더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고, 단점은 논리성이 조금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라즈니쉬의 <반야심경>은 기존의 반야심경 해설서와는 다른 길을 걷습니다. 기존의 반야심경 해설서가 불교사상의 테두리 안에서 자구 해석에 치중한다면 라즈니쉬의 <반야심경>은 라즈니쉬식입니다. 반야심경에 나오는 여러 사상을 라즈니쉬가 자신만의 용광로에 집어넣어 새로운 언어로 뱉어내기에 이게 반야심경 해설서가 맞나, 하고 몇 번씩 의구심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다 읽고 나면 우리가 반야심경에서 얻으려고 했던 것들이 손에 잡히는 기분을 만끽하게 되는 편입니다.
"불타는, 일체의 법은 ‘공’으로 차 있다고 말한다. 그 ‘무’는 모든 것의 중핵에 존재한다. 그 ‘무’는 나무 안에 존재한다. 그 ‘무’는 바위 안에 존재한다. 그 ‘무’는 별 안에도 존재한다. 과학자들도 동의할 것이다. 그들은, 하나의 별이 붕괴하면 블랙홀, 즉 ‘무'가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무‘는 예사 ‘무’가 아니다. 그것은 엄청난 힘을 지닌 ‘무’다. 블랙홀의 개념과 가설은 불타를 이해하는 데 참으로 중요한 길잡이가 된다." (108페이지)
반야심경의 주요 사상인 ‘공’을 ‘블랙홀에 비유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공’에 대해서 많이 들었지만 구체적인 개념이 잡히지 않았는데 블랙홀이라는 구체적인 대상을 통하니 이해가 빨랐습니다. 사실 공은 참 중요한 개념입니다. 불교의 본체입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모든 깨달은 분들은 한결같이 자신이 부처임을 알아라, 이 세상과 나라고 할 만한 게 없다, 라고 했습니다. 다 허공이라고 합니다. 이 말을 연결해서 보면 허공이 곧 부처고, 부처가 곧 나인 것입니다. 이를 다시 블랙홀과 연결시키면 내 안에 블랙홀이 있고, 이 블랙홀이 바로 부처라는 것이지요. 결국 만물의 근원은 블랙홀, 즉 공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블랙홀이 공을 제대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장님이 코끼리 뒷다리 잡듯 막연하게나마 감을 잡게 하는 데 의미를 둘 수 있겠습니다. 이밖에 ‘오온(五蘊)’은 시계 부속품과 시계의 관계를 예로 들어 설명합니다. 자아에 대해서도 꽤 오랫동안 설명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한 것은 공과 자아입니다. 자아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자신’이고 ‘공’은 불교에서 말하는 근본자기입니다. 이 둘을 이해하는 것은 불교의 핵심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라즈니쉬는 아주 일상적이고 쉬운 용어로 이 둘의 관계를 명료하게 정의했습니다. 그저 외우는 경으로 알며 의식용으로 외우기만 하던 경에서 이렇게 깊은 의미, 실존을 발견해내는 것은, 아마도 라즈니쉬가 깨달은 사람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부처님의 사상도 어떤 여과기를 거치느냐에 따라 다르게 재생산되는데 공의 경지에 좀 더 가깝게 이른 이를 통해 반야심경의 핵심에 더욱 근접하게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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