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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알곡 세 알을 먹은 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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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00호 발행인 원송[서진업] 발간일 2008-03-01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설화/교리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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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19 05:30 조회 1,83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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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글: 불교설화 (20회)

조 알곡 세 알을 먹은 과보
우번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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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번대라는 이름은 ‘소가 몸을 바꾼 자리’라는 뜻으로 이런 이야기가 전해온다.

신라 때였다고 한다. 지리산에 머물던 문수보살은 보살이 법문할 때 종 치는 일을 맡아 보는 길상 동자를 데리고 마을 들길을 따라 걸어갔다. 문수는 앞서고 길상은 뒤서서 가고 있었다. 길상이란 인도말로 만주쉬리의 뜻말이니, 길상동자란 곧 문수동자와 같은 이름이다.

그 때 마을 밭길에는 탐스럽게 익 은 조밭이 있었다. 길상은 그 조 알 곡이 어찌나 고운지 손에 놓고 바라 보다 그만 세 알을 떨어뜨리고 말았 다. 길상은 아까운 그 알곡을 버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알곡을 자신의 입안에 털어 넣었다. 이를 지켜 보 던 문수보살이 말했다.

“길상아, 너는 이제 소가 되어 세 해 동안 빚을 갚아야 하겠구나.”

그 순간 길상동자는 누런 암소가 되어 말없이 밭둑에 앉아 주인이 나 타나기를 기다렸다 ,

오염되지 않은 맑은 의식의 세계란 이같이 과보의 힘이 바로 나타나는가 보다. 마치 맑은 물 에 흙탕물이 번지듯이 말이다.

소가 된 길상은 밭 주인 김서방을 따라가 열심히 일했다. 그가 땀을 흘린 밭은 풍년이 되었고 주인은 세해만에 부자가 되었다. 또 이소가 떨어뜨린 소똥은 밤이 되면 환하게 빛이 났다. 그런 연유로 길상이 소가 되어 일하던 마을 이름을 지 금도 방광리라고 부르고 있다. 우번대는 가을 단풍이 한창일 때 이 방광리 어귀에서 올려다보아야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꼬박 세해를 지낸 날 밤, 잠을 청하려고 누워있는 주인의 방문앞에서 이런 소리가 들렸다.

“주인장 , 내가 세 해 동안 일을 해 주었으니, 빚을 다 갚은 듯합니다. 이제 나도 집으로 돌아가렵니다.”

깜짝 놀란'주인이 문을 열어젖히고 내다보니, 지금까지 집 에서 부리던 소가 집을 나서는 것이 아닌가! 주인은 너무나 놀란 나머지 어찌할 바를 몰라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소를 따 라 나섰다.

가을 산빛같은 누런 털 위로 맑은 달빛어 스며든 소는 성스 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소는 걷고 또 걸어 천은사와 상선암을 지나 우번대에 이르자 갑자기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벌써 날이 새었는지 먼동이 터오 고 있었다. 김서방은 사방으로 소를 찾았지만 보살의 손처럼 희디 흰 산 갈대 숲속에 작은 띠집 한 채만이 있을 뿐 소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 다.

김서방은 미침 띠집 앞 바위 위에 앉아 있는 한 노인을 발견하고 물었 다.

“어르신, 혹시 소 한마리를 못 보 셨습니까?”

“그 소는 피곤해서 방에 누워서 잠자고 있을 것일세. 돌아가는 길에 소 허물을 보거든 그것이나 잘 묻어주게나,”

김서방이 방문을 열어보니 과연 노인의 말대로 한 동자가 잠을 자고 있었다. 김서방이 땅에 엎드려 참회하고 다시 마당 을 돌아보니 방금 있던 노인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집이랑 동자랑 다 함께 말이다. 김서방은 내려가던 길 에 죽어 있는 소를 발견하고 정성껏 묻어주었다.

많은 불교 설화가 그렇듯이 우번대 설화 또한 숱한 삶을 부처 님의 가르침 가운데로 이끌기 위한 상징체계의 하나일 것이다. 그러므로 이 설화를 바르게 이해하려면 이 설화가 노인, 동자, 마을, 조 알곡, 소, 일, 소똥, 방광, 문수, 길상, 세 해 같은 말을 통해 무엇을 드러내 보이고자 하는지를 밝게 읽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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