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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멀리 보고 맑게 보는 지혜를 밝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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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23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8-05-30 신문면수 7면 카테고리 밀행사 탐방 서브카테고리 지상 설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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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20 12:20 조회 3,94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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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멀리 보고 맑게 보는 지혜를 밝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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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행사 자인행 전수


월초가 매달 기다려지시나요? 저는 월초를 참 많이 보냈지만 할 때마다 긴 장도 되고 걱정도 됩니다. 유달리 이번 월초는 더 그랬습니다. 새벽에 두 번 정도는 새벽 두 시 정도에 서원당에 올 랐습니다. 희사하고, 향 피우고, 보살 님들 가정이 무탈하고 재난 없길 바라 는 마음을 가집니다. 보살님들 염송 정 진 덕에 다행히도 밀행사는 큰 탈 없이 지내는 것에 감사합니다. 모든 것엔 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염송 정진한 것이 늘 본인이 원하는 때 에 맞춰서 오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한 노 력, 정진이 헛된 일이 아니지요. 그 덕 은 더 큰 이자와 함께 같이 다른 방법 으로 반드시 돌아옵니다.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별하 고 아들을 혼자 키우는 보살님이 계셨 습니다.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서 작은 가게를 하나 차렸는데, 부처님의 공덕 으로 가게가 아주 잘 되었습니다. 주위에서는 보살님의 새 출발을 바 라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보 살님은 오직 아들만을 바라보며 삶을 이어나갔습니다. 아들 역시 그런 보살님의 기대에 부 응하여 반듯하게 자라났습니다. 

시간 이 흘러 아들은 장가를 가게 되었고, 며느리 역시 보살님의 마음에 쏙 들었 습니다. 보살님은 정말 딸처럼 아껴줘 야지, 하고 마음 먹었습니다. 결혼 후 분가하여 살 것을 권유했지만 아들과 며느리의 만류로 그들은 한 집에 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다 마음에 들 수는 없었습니다. 며느리는 바쁜 직장 생활 로 야근과 회식이 잦았습니다. 주말엔 오후까지 늦잠을 자다 오후엔 아들과 며느리 둘만 나가 외식을 하는 일도 부 지기수였습니다. 하지만 아들을 생각하며 참고 지냈 습니다. 어느 날, 며느리를 불러 앉혀 자식은 언제 쯤 볼 요량이냐 물었는 데 며느리는 5년 후 쯤으로 생각한다 고 대답하였고, 그 대답은 보살님 마음 에 미움을 일으켰습니다. 감정의 골은 더욱 더 깊어가고 아들과의 사이도 서 먹하게 되었습니다. 

미움은 분노를 일 으키고 분노는 어리석은 마음을 갖게 합니다. 절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큰스님과 부딪치게 되었습니다. 스님은 보살님 의 얼굴을 보며 “보살님 얼굴이 많이 상하셨습니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하고 물었고, 보살님은 봇물 터지듯 그 간의 설움과 고통을 모두 토로하였습 니다. 그러자 그 스님께서 말씀하시길 “현재 보살님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 엇입니까?”하고 물었습니다. 보살님은 망설이지 않고 며느리와 함께 살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러 자 스님께서 “그렇다면 제가 보살님의 서원을 위한 100일 불공을 올리겠습니 다.”하고 답하였습니다. 보살님은 기 쁜 마음에 “그럼 저는 무엇을 하면 될 까요?”라고 물었습니다. “며느리를 위 해서 딱 100일만 참고 아침상을 차려 주세요. 

아주 정성껏 차려주세요. 그 정성만큼 보살님의 서원이 빨리 이루 어 질것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제 서원을 들어준다는데 그깟 아침상이 대수일까 생각하며 보살님은 약속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보살님은 스님과의 약속대로 매일 아침 아주 정성껏 아침상을 차렸습니 다. 처음엔 며느리는 보살님의 친절을 낯설게 여기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맛 있게 먹기 시작했습니다. 보살님은 며 느리가 좋아하는 해산물 위주로, 야근 이 있는 날엔 보양음식 위주로, 회식이 있는 날엔 해장국을 끓여 아침상을 차 렸습니다. 한 달이 지나자 변화가 생겼 습니다. 

며느리가 일찍 퇴근하는 날엔 직접 장을 봐와서 보살님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저녁을 차리기 시작했습니 다. 주말에 외출 하는 날엔 세 가족이 함께 외식을 하는 날이 많아졌고, 크고 작은 선물을 교환하는 일도 생겼습니 다. 두 달이 지나자, 며느리와의 관계 가 아주 좋아졌습니다. 보살님은 부리나케 큰스님을 찾아 갔습니다. 보살님이 “스님, 아직 제 100 일 불공 하고 계시나요?”하고 묻자, 스 님께서 “예, 잘 하고 있습니다. 보살님 께서도 잘 하고 계시지요? 설마 벌써 며느리가 나갔습니까?”하고 대답하 였습니다. “아니요. 스님 그 불공 그만 해주세요.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이 제 며느리와 아들과 오래오래 살고 싶 습니다.”하며 보살님은 참회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살다보면 사람이 미워질 때가 있습 니다. 미워하는 마음이 도를 넘어서 분 노를 일으키고 어리석은 행동을 하게 만들기도 하며, 때로는 끔찍한 일을 저 지르기도 합니다. 미워하는 마음은 왜 일어날까요? 상대와의 다름을 인정하 지 않기 때문입니다. 각자의 생각이 다 르고 관계에 따른 상황이 다른데 그것 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사람을 바라볼 때 미움이 일어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 리는 늘 틀린 것과 다른 것의 차이를 인지해야 합니다. 상대가 날 미워하는지 좋아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행동으로 금 방 알 수 있습니다. 날 좋아하는 사람 은 미워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날 미워 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일은 아주 어렵 습니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내가 타인을 먼저 좋아한다면 날 미워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지금 나 를 괴롭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전생에 내가 그 사람을 미워했을 수도 있습니 다. 그것을 끊어내는 방법은 내가 미워 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먼저 용서하는 것입니다. 

미움을 놓는 다는 것은 그런 것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 연등에 서원사항을 적을 때 내 가정, 남편, 아들, 딸, 며느 리, 손자의 행복, 건강 등 본인과 본인 주위만 잘 먹고 잘 사는 서원만 염원하 지 말고 세상을 멀리 보시고 맑게 보는 지혜를 밝혀 주십사 하는 마음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고 잘 먹고 잘 살 기를 염원해보십시오. 그 작은 서원이 큰 밑바탕이 되어서 더 큰 사랑으로, 결실을 맺게 될 것입 니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성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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