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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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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95호 발행인 우승 발간일 2007-10-01 신문면수 11면 카테고리 -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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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18 08:01 조회 1,80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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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가을에 만난 아름다운 것들

여름 내내 줄기차게 비가 내리는 우중충한 날씨에, 우리들 마음까지 어둡고 우울하게 지내는 사이, 어느덧 가을이 성큼 다가 왔다.

계절은 한걸음씩 찾아 오는 것이 아니고, 마술에 걸린 듯, 하룻밤 사이에 오는 것 같다.

마치 숨바꼭질 하듯이 미리 와서 등뒤에 숨어 있다가, 우리들을 놀라게 하려고 그렇게 찾아 온다.

마음의 준비 없이 찾아온 가을은, 나를 당황하게 만든다. 하늘 하늘 핀 코스모스 한 송이에, 외 로움이 밀물처럼 밀려와, 가슴이 ‘싸-아’ 해지고, 한 두 잎 물들기 시작한 나뭇잎을 보고, “넌 왜 벌써 단풍이 들어, 내 마음을 이렇게 시리게 만드니?” 하고 원망스러운 눈으로 쳐다 본다.

가을은 풍요의 계절이고 채워지는 계절이라 하지만, 안타까운 계절이기도 하다. 이렇게 텅빈 가슴에 채울 것이 부족 할 때, 노력한 만큼 거두어 들일 것이 흡족하지 않을 때, 실망만 남게 된다. 서늘한 바람과 함께 찾아온 이 가을, 갑자기 빈 껍질만 남은 것 같아,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가을은 걸어 온 길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절이기도 하다. 뒤돌아 보면, 온통 고맙고 그리운 사람들이다. 그들 모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 하고, 나를 그들의 파트너로 같이 활동 할 수 있게 해 준 것에 감사 하고, 잘 하지도 못하는 나를 인정해 주고, 격려해 주는 그들에게 감사 한다.

맑은 가을 하늘과 함께 밝은 햇살이, 한 줄기 빛이 되어, 내 마음 속을 환하게 비춰 준다.

내 마음도 어느덧 가을 하늘 같이 파래 진다. 파란 마음으로 보는 세상은,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나뭇가지를 이리 저리 옮겨 다니며 재잘거리는 새들도 예쁘고, 가방 속에 담겨 멋진 언니와 함께 지하철에 앉아 있는 강아지 조차도 귀엽다. 따뜻한 가을 햇살에 졸고 있는 고양이도 우리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사찰 뜰에 핀 진분홍과 꽃은 우리들을 순수했던 어린시절로 돌아가 그 시절 친구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어릴 때의 추억에 젖게 한다. 목화가 예쁜 꽃을 피우더니, 드디어 폭신한 솜 뭉치를 안고 있는 것도, 포근해서 좋다. 은행나무에 매달린 은행 형제들도 앙증맞고, 초가을 바람에 날리는 갓 피어난 억새풀들도, 마음 설레게 한다.

넓은 들녘에 고개 숙인 벼들도, 내 마음을 풍요롭게 채워주고, 빨간 고추를 햇볕에 말리고 있는 다정한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은 우리들 마음의 고향 같이 정겨운 모습이다. 마치한 편의 아름다운 사진 작품을 보는 것 같다.

이 세상이 모두모투 찬란한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다.

이제 곧 전국을 무대로 한 색채의 향연이 펼쳐 지겠지……

갑자기 정적을 깨뜨리는 큰 소리에, 재빨리 창밖을 내다본다. 아이들이 왁자지껄 떠들고 노는 소리에 현실로 돌아온다. 근래 보기드문 어린이들의 소리이다. 앞마당 가득 어린이들로 채워진 느낌이다. 얼마 만에 들어 보는 아이들의 함성이냐? 이 소리야 말로 우리들을 희망으로 안내하는 가슴 벅찬 소리가 아니겠느냐?

오늘 따라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도 아름답다. -박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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