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한국밀교종단의 탄생과 나아갈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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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03호 발행인 원송[서진업] 발간일 2008-06-02 신문면수 8면 카테고리 특집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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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19 12:15 조회 1,899회본문
현대 한국밀교종단의 탄생과 나아갈 방향
“재가승의 승직생활과 가정생활의 괴리”
출가와 재가의 구분에 있어서 가장 큰 차 이는 독신의 문제, 즉 처자권속을 거느리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당연히 가정을 이루고 있다면 재가승이다. 그렇지 않 으면 출가승이다. 그러나 출가승이라 하여 가 정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은 아니다. 대처승 종단도 있고 곁으로는 출가승이나 암묵적으 로 처자 를 두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온전한 출가승은 아니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재가 에서 오는 승직자와 속인의 양면성과 이중성, 승직 생활과 가정생활에서 오는 괴리에 대한 것이 다. 출가승은 독신이지만 재가승은 가정을 꾸 리고 있다. 독신은 말그대로 혼자이다. 여기 서 출가와 재가는 출발부터 달라진다. 생활유 형도 다르다. 단편적으로 보았을때 출가는 재 가에 비해 수행과 포교활동면에서 홀가분하 고 편리한 측면도 있다. 최소한 인사이동에 대해 곤란함과 번거로움이 없다.
출가는 홀몸이니 어디를 가든 상관이 없다. 때와 장소를 가라지 않는다. 그러나 재가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처자식을 거느리고 있는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쉽지는 않다. 쉽게 이 동할 수 없는 측면도 있다. 또 가정생활을 등 한시 할 수 없다보니 수행과 포교에 전념하 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출가는 독신이므로 부양해야할 식구가 없으니 자연히 세상사에 초연하고 자유롭다. 처자권속으로 인한 걱정 거리가 없다. 외로움이나 기본욕구인 성욕은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재가승은 말그대로 재가 이므로 그러한 괴로움은 없다. 그 것이 문제가되어 환속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단지 일반인들이 갖는 모든 세상사를 똑같이 겪고 있으므로 가정을 돌보아야 하는 문제로 승작생활과 가정생활을 병행한다는 것은 참 으로 어려운 일이다.
재가승 입장에서는 더욱 높은 도덕성과 절 제, 수행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위의를 갖 추지 못하면 본인 스스로도 참으로 힘들다. 혼란스러움과 괴로움이 늘 따라다닌다. 어찌 보면 출가승 보다 더 큰 마음의 고통과 번민 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독신은 수행에 방해 를 적게 받는 편이다. 인사 전근으로 인한 이 동에도 걸림과 걱정이 없다. 출가승과 재가승 중에서 어느 쪽이 수행정도와 포교능력이 뛰 어난지를 판가름하기는 어렵다. 비교할 수도 없다. 그러나 출가와 재가 속에는 본질적인 문제가 내재되어 있다.
재가의 장점을 살려나가고 부족한 부분을 슬기롭게 승화시켜 나가는 것이 재가승 종단 만이 가질 수 있는 부분을 극대화시킬 수 있 는 방안이며, 이는 곧 한국밀교재가종단이 앞 으로 나아갈 방향5|기도 하다. 재가종단의 특 화가 곧 한국밀교종단의 중흥과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재가라서 유리한 점도 많다. 승 직자가 일반인과 같이 가정을 이루고 있으므 로해서 신도들에게 거부감을 최소화한다는 측면이 있다.
더구나 승속 이 가정문제나 여러 가지 인생 상담을 하기에 좋다. 왜 냐하면 서로가 같은 가정생활,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마냥 높아만 보이고 다소 거
리감이 느껴지는 승직자가 바로 나와 같은 삶을 같이 살아가고 있다는 동질감과 소속감 은 서로에 대한 벽을 허물고 친근함과 유대 감을 높혀 준다.
신뢰감과 친밀감은 포교에 있어서 아주 중요하다.
의사와 환자가 상호 신뢰가 쌓이지 않 으면 어떠한 병도 고칠 수 없 는 것과 같다. 고부간, 친척 친 지간, 형제동기간, 부모자식간 에 일어나는 일들을 똑같이 겪 는 입장이므로 상호 이해가 잘 되고 의사소통이 빠르다는 장 점이 있다. 말하기 어려운 가정 사를 쉽게 털어놓고 눈물과 정 진으로 고난을 이겨나갈 수 있 는 매개가 되는 것이다. 밤을 세워 같이 불공을 해주고 어려 운 가정경제, 인간관계에는 적 절한 도움과 법을 주므르써 어려움 을 속히 헤쳐나가게 된다. 동질감과 상호신뢰는 신도들에게 큰 위안을 준다. 이것이 재가의 큰 장점이다
또, 재가는 노령화로 포교 일선에 서 퇴진을 하더라도 여전히 가정을 꾸리고 있으므로 심리적으로 안정 을 얻는다. 그러나 출가 의 경 우는 노년을 걱정해야하는 편이다. 병들고 나이들면 당장 의탁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노후를 위해 미리 준비를 해두지 않으면 안된다. 자리에 연연하여 사리사욕에 쉽게 빠져들기도 한다. 암투가 벌어지고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한다. 대표 적인 것이 미리 거처할 사찰 마련 에 혈안이 되는 경우다. 무소유가 아니라 소유에 집착하는 꼴이다.
그러나 재가승의 경우는 노후를 걱정하지 않는다. 교화 일선에서 물 러나면 의탁할 사가 나 식구들이 있기 때문에 노후가 출가승만큼 걱정스러운 정도 는 아니다. 그런 면에서 노후가 안정적이다.
그러므로 현직에 있는 동안 더욱 열심히 교 화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앞에서도 재차 거론했듯이 재가는 재가라는 자체가 수행과 포교에 걸림돌이 되는 측면이 있다. 부양의무 가 꼬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도 당신의 아들을 ‘라 훌라’ 라고 이름지었다. ‘라훌라’ 는 ‘장애’ 라 는 말이다. 큰 스승인 석가모니부처님께서도 자기 자식은 수행과 전법에 장애였던 것이다. 어느 부모가 자식을 버리기를 좋아하겠는가! 그것이 중생이고 인간이다. 하물며 우리 범부 들이야 말하여 무엇하랴. 출가든 재가든 처자 식을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승직 의 길을 택한 이상 구도의 길, 중생제도의 길 을 걸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승 이 아니다. 출가는 애초부터 버리고 떠났지만 재가는 그 속에 있다. 이것이 참으로 힘들고 고단한 것이다. 재가승 에게 가정은 위안처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수행과 포교
에 많은 장애를 일으키는 번뇌장이기도 하다. 양면성을 갖고 있다. 그것이 재가종단이 안고 있는 문제이자 큰 괴리이다. 현실과 이상만큼
이나 차이가 크다. 수행과 포교라는 측면에서 이를 어떻게 승화시켜 나갈 것인가 하는 문 제는 앞으로 재가종단의 커다란 과제요, 중요 한 패러다임이라 할 수 있다. 재가종단의 사 활은 곧 승직자의 양성과 교육,. 그 역할과 위 상의 정립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 다. 종단이나 조직의 발전은 다름아닌 사람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밀교의 재가종단은 생활불교, 불교의 생활화를 부르짖고 있다. 실제 그렇게 실천하 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곁모습에서는 맞을지 모르나 실제 일상 속의 신앙생활이나 수행적 인 측면에서 거리가 있다. 매주 일요일에는 ‘자성일 법회’를, 매월 월초 1주간은 ‘월초불 공’을, 1년에 2회에 걸쳐 상하반기 49일간의 불공을 승속 이 모두 행하고 있다. 의식 적인 면에서는 생활 가운데 항상 불공이 있 고 불공을 하면서 일상생활을 하고 있으니 생활불교요 불교의 생활화는 맞다. 그러나 이 것이 오히려 핸디캡으로 작용한다. 예전의 농 경사회에서는 많은 시간을 불공에 할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산업사회, 정보화 사 회에서는 오랜 시간을 신도들로 하여금 뺏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바쁜 사회생활을 하 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불공 시간은 현대인들에게 당장 생활 의 불편과 제약을 초래한다. 현실생활을 어렵 게 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면 과연 이 시대에 생활불교, 불교의 생활화는 무엇인지를 정의 하는 작업이 급선무다. 경제생활의 대부분을 절에다 할애할 수 없기 때문에 바쁜 현대인 들에게 어떻게 생활불교, 불교의 생활화를 접 목시키느냐 하는 논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종일 사원에 나와서 불공하라고 해서 생활의 불교, 불교의 생활화는 아니기 때문이 다. 따라서 현대 한국재가밀교 종단은 불공법 과 법회시간의 개선과 재조정이 필요하다. 이 는 청소년, 청장년의 포교를 어렵게 하는 요 인이기도 하다. 생활불교, 불교의 생활화를 표방했지만 정작 생활에 불편을 주고, 아이러 니하게도 생활불교, 불교의 생활화를 저해하 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재가종단이 앞으로 개선하고 정 립해야할 과제는 많다. 일선 사원의 재정적 재량권 문제, 도량장엄의 문제, 의식의 통일 화, 다양한 포교공간 마련과 프로그램의 개 발, 대사회적인 참여와 활동, 승직자 양성과 교육, 어린이 청소년 포교문제 등이 산적해 있다. 지면상 여기서 전부 언급할 수는 없다. 단지 이번에 언급한 부분들은 재가 밀교종단 의 정체성이라는 측면에서만 살펴본 것들이 다. 숲과 나무 모두를 긴 안목에서 바라보아 야 할 것이다. -법경 정사(밀교연구소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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