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소중함, 어느 노스님의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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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80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3-03-01 신문면수 9면 카테고리 교계 서브카테고리 역삼한담페이지 정보
필자명 탁상달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시인, 전 동해중 교장 필자정보 -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3-03-06 12:21 조회 1,557회본문
오랜 옛날 어느 산골짜기에 찢어지게 가난하고 궁핍하기 이를 데 없는 한 가정에 어린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이 아이는 자라면서 가정 형편이 너무도 어려워 먹을 것이 없고 굶주림에 지치다 보니 아이는 배가 고파 온 종일 우는 게 하루의 일과였습니다.
이렇다 보니 아기의 부모는 늘 밤낮으로 우는 아이를 달리 달랠 방법이 없어서 우는 어린아이에게 그냥 늘 비이성적 방법인 회초리로 울음을 멈추게 하곤 하였습니다. 현실이 그렇다 보니 이 아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부모로부터 회초리를 맞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배가 고파서 울고 있는 아이에게 부모는 회초리로 아이의 울음소리를 멈추게 하고 있었습니다. 때마침 이 집 앞을 지나던 한 노스님이 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아이의 집으로 천천히 들어와서 매 맞는 아이에게 넙죽 큰절을 올렸습니다. 이 모습에 놀란 아이의 부모는 스님에게 그 연유를 물었습니다.
“스님, 어찌하여 하찮은 이 어린 아이에게 큰절을 하시는 것인지요?” 라고 묻자 노스님이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예, 부모님께서 저의 행동을 보고 매우 이상하게 느껴지셨나 봅니다. 이 아이는 나중에 자라서 정승이 되실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곱고 귀하게 잘 키우셔야 합니다.” 이렇게 말씀을 전하시고서는 이 노스님은 홀연히 자리를 떠나갔습니다.
이 일이 있는 이후로 이 아이의 부모는 아이가 울어서 아무리 집안을 시끄럽게 하여도 회초리를 들지 않고 정성을 들여 이 아이를 훌륭하게 잘 키웠습니다. 훗날 그 아이는 자라서 어른이 된 후 정말로 백성들로부터 존경받는 훌륭한 영의정이 되었습니다.
이 아이의 부모님은 늘 그 스님의 높은 안목에 감탄하며 귀한 가르침을 가슴에 담아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부모님은 감사 인사도 드릴 겸 노스님의 그 신기한 예지에 대해 깨달음을 얻고 싶어서 노스님을 수소문하여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스님, 외람되기는 하지만 스님께서는 어찌 그리도 미래를 보시는 혜안이 넓고 높으며 깊으신지요? 스님 말씀 외에는 세상 어느 누구도 우리 아이가 정승이 되리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라고 말을 하자 노스님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시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닙니다. 이 돌중이 어찌 미래를 볼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우리 인간사의 세상의 이치라는 것은 모두 다 하나입니다. 세상의 모든 사물을 귀하고 소중하게 여기고 이를 보면 한없이 귀하고 소중한 존재가 되지만, 아무리 귀한 존재라 하더라도 하찮게 여기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볼품없는 존재가 되고 마는 법입니다.”라고 하였다.
이와 같이 우리도 세상을 모르는 어린아이를 소중하고 귀하며 정승같이 정성을 들여 키우게 되면 이 아이는 정승이 되지만, 하찮은 존재로 생각해서 머슴처럼 키우게 된다면 이 아이는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머슴이 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것이야말로 우리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이니, 우리가 세상을 잘 살고 못사는 것은 바로 우리들 각자의 마음가짐에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에 어느 것 하나도 귀하지 않은 존재가 없으며 또한 귀하지 않은 사람도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이 땅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사람 한 명도 귀하고 소중하게 대해주어야 한다는 존귀한 가르침을 주는 이야깁니다.
깊은 학문을 섭렵하고 높은 인품을 갖추어야만 존경과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 하나도 나누고 베풀 줄 알며, 또한 주변 이웃들을 공존과 공생의 대상으로 여길 줄 알고 봉사를 삶의 철학으로 여기며 사는 모든 분들을 신뢰와 존경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따뜻한 세상을 그려 보면서 총지신문의 「역삼한담」을 사랑해 봅니다. 시인, 전 동해중학교 교장 탁상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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