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법준비를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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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13호 발행인 원송[서진업] 발간일 2009-03-08 신문면수 11면 카테고리 종단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필자명 자인행 필자법명 - 필자소속 부산 정각사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21 08:37 조회 2,386회본문
간이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뒤 돌아 볼 틈도 없이 휑하니 내 앞을 지나 저만치 가버린다.
월초불공만 끝나면 한 달은 휙 지 나가버린다. 올해 들어 벌써 월초불 공이 세 번 지나가고 곧 네 번째 월 초불공이 돌아온다. 곧 4월이 시작된 다는 말이다. 새해불공을 한 것이 엊 그제 같은데 후다닥 3개월이 지나가 버렸다. 새벽정송, 공식시간, 매일 보 는 보살님들 그리고 저녁정송 큰 변 화 없이 항상 똑같은 일과 속에서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지만 그 시간 은 조금도 지루함이 없이 참으로 잘 도 지나간다.
시간에 대한 이런 느낌은 아마 종 단에 몸담고 있는 스승님이나 보살 님 모두가 비슷하게 체감하고 있으 리라 짐작하지만 지금 유독 나에게 절실하게 와 닿는 것은 아마도 지난 달부터 정각사에 근무하는 모든 승 직자는 월초불공기간 중 한 번씩 해 야 하는-설법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도 입안이 마르고 가 슴이 두근거린다. 지난 3월 월초불공' 기간 중 설법해야할 순서가 정해지 고 나는 몇 날 며칠을 이책 저책을 뒤적거리고 인터넷을 헤매고 고민고 민 해서 겨우겨우 20분도 체 안 되는 분량의 준비를 가지고 설법에 올라 섰지만 그나마 준비한 것도 제대로 못한 체 두서없이 마치고 자리로 돌 아왔을 때 내가 조금 전에 설법대에 서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조차 못할 정도로 긴장했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제 마쳤다안도감과 다음번 월초까지는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의 여유가 있다고 안심했는데 벌써 그 한 달이 총알같 이 지나가고 다음 주면 다시 4월 월 초이고 나는 다시 설법대에 서야한 다.
정각사는 우리종단에서 가장 크고 교도수도 가장 많다. 특히 월초 때에는 아래층은 물론이고 위층까지 각 자님 보살님들이 빽빽하게 앉아 있 는데 그 앞에 서서 마이크를 잡고 설법해야한다는 것이 결코 쉽게 할 수 있는,것은 아니다. 더욱이 이제 겨우 2년을 갓 넘긴 신출내기 전수 인 나에게는 더더욱 어렵다. 설법을 하기위해 사전에 준비하는 것도 만만치 않지만 준비한 것을 설 법대에 올라서서 또박또박 조리 있게 내 앞에 앉아있는 각자님, 보살님 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더 어렵고 난 감하다.
정각사는 1년 365일 매일 공식법회 를 한다. 그리고 법회의 집공은 정각 사 주교가 하고 그때마다 설법을 한 다,10분이던 30분이던 특별한 사유 가 없는 이상 한 번도 빠짐없이 한같은 보조스승이 설법하는 며칠을 빼고는 1년 내내 경전을 읽 고 내용을 설명하면서 설법을 한다. 정말 나 같은 햇병아리 승직자는 생 각 할 수도 없는 내공이다.
주교 정사님이나 전수님은 설법대 에 오르면 마치 라디오 방송처럼 조 금의 막힘이나 어색함 없이, 특히 전 수님은 특유의 힘이 가득한 목소리로 술술 막힘없이 말이 나온다. 그때 그 설법을 듣는 교도들을 살펴보면 모두가 수긍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 개를 앞뒤로 끄덕이거나 혹은 말씀 하시는 스승님의 이야기가 마치 자 신의 일 인 것처럼 한숨을 쉬면서 안타까운 표정을 짓거나 심지어는 눈물을2 흘리는 보살님도 있다. 도대체 얼마의 수행정진과 내공이 있어야 저렇게 할 수 있다는 말인 가? 나는 언제쯤 저 정도의 내공을 쌓을 수 있을까? 가만히 시간만 보 낸다고 저절로 법력이 쌓이는 것은 아닐진대 참으로 걱정스럽다. 마침내 쏜살같은 시간이 지나가고 4월 월초불공이 코앞에 와있는데 이 번에는 무슨 설법을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할런지 생각만으로 도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어찔어 찔 해온다. 그래도 옛날이야기 수준도 안 되 는 어설픈 나의 설법에 귀 기울여 들어주고, 잘 했다며 격려해주는 우 리 정각사 보살님들이 있어 나는 오 늘밤도 졸린 눈을 비벼가며 이책 저 책 뒤적이고, 모니터 앞에 앉아 인터넷 불교 사이트 이곳 저곳을 열심히 기웃거리며 설법준비를 한다.
학창시절 공부를 지금 설법 준비 하는 노력의 반만 했어도 사법고시 는 문제없이 합격하여 지금쯤 판검 사가 되고 남았을 것 같다. 정각사가 지금 나를 공부하게 만든다. 자인행 (부산 정 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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