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의 길에서
페이지 정보
호수 117호 발행인 원송[서진업] 발간일 2009-08-09 신문면수 2면 카테고리 종단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필자명 자인행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21 11:42 조회 2,687회본문
우중 방생법회 가던 날
이른 새벽에 눈이 떠지고 제 일먼저 창문 밖부터 쳐다봤다. 역시나 장대같은 비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창을 두드리고, 나의 입에서는 “아! 어쩌나” 하는 탄식이 저절로 나왔다. 오늘은 하반기 49일 불공을 회 향하는 방생법회가 있는 날인 데 이렇게 비가 쏟아져 법회가 무사히 회향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스러운 생각에 마음은 심 란했다. 그래도 날이 밝으면 비가 그치겠지 하는 생각을 하 면서 서원당으로 발걸음을 옮 겼지만, 새벽불공을 마치고 서 원당을 나올 때 까지도 비는 조금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 았다. 우리종단은 상 ‘ 하반기 49일 진호국가불공을 한다. 종 조법설집에 “49일 불공 정진의 1차 목적은 국가발전과 호국에 있으며 2차 목적은 개인적인 것으로 상반기 49일불공이 ‘자 녀 잘되기’를 기원하는 불공기 간이고, 하반기 49일불공은 현재 부모에 효순하고 선망부 모의 해탈’을 서원하는 불공기 간이다”라고 설해져 있다. 이 러한 큰 불공을 회향하는 오늘 법회는 어느 법회보다 우리 종 단으로서는 그 의미가 참으로 크다. 그래서 올해는 멀리 전 북 진안까지 가서 부산경남교 구 뿐만 아니라 충청전라교구 와 같이 합동으로 봉행할 예정 인데 이렇게 장대 같은 비가 쏟아내려 혹시 오늘 행사에 지 장을 초래할까 하는 조바심을 가지고 행사장소로 출발할 버 스가 대기하고 있는 온천장 지 하철역으로 갔다. 집에서 지하철역까지는 걸어 전히 자의에 의한 돈독한 신심 서 5분도 체 안 되는 거러인데에서 오휴은 '학현후 속에서 도 허리 아래쪽은 이이 비에.. 도 조금의 불평도 없이 동참한 흠빼 젖혀,여렸다. 버스에 올 분들이다. 펴심 참 부끄러웠다. 라서니 먼저 와있던 몇몇 보살 님들이 반갑게 맞아 주었지만 그들의 얼굴에도 걱정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버스에 설치 된 텔레비전에서는 지금 내리 고 있는 비 때문에 도시 곳곳 의 가옥과 도로가 침수되었고 교통도 거의 마비가 되었으며 각 학교들도 비 때문에 임시휴 교한다며 아나운서가 다급한 목소리로 긴급뉴스를 전하고 있다. 출발시간이 임박했는데 도 비 때문인지 교통 때문인지 많은 보살님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 버스 안 좌석은 반도 차지 않았다. 먼저 나와 있는 보살들도 빈자리와 창밖을 번 갈아 걱정스런 눈빛으로 쳐다 보고 있었다. 출발시간이 거의 되어서야 비에 흠씬 젖은 보살 님들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하 나 둘씩 버스에 올라선다. 늦 어서 미안하다면서 환하게 웃 는 그 얼굴 그렇게 반가울 수 가….
버스는 정해진 출발시간을 조금 넘기고서 출발했다. 빗줄 기는 더욱 세차게 쏟아지고 평 소에는 20분이면 갈 수 있을 거리를 1시간이상 걸려 도시를 겨우 빠져나와 고속도로를 달 렸다. 나는 가만히 염주를 돌 리면서 운전기사 머리위에 달 린 거울을 통해 내 뒤에 앉아 있는 우리 보살님들의 얼굴을 보았다. 손으로 염주를 굴리며 입으로 진언을 염송하는 그 표 정들은 참으로 편안해 보였다. 며칠 전 방생법회를 앞두고 날 씨걱정을 하던 나에게 해마다 하반기 49일 불공을 회향하는 이때가 장마철이라 항상 비가 왔지만 한 번도 비 때문에 회 향법회가 취소된 적이 없다며 우리 정각사보살들의 신심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도 잠시 동 안은 멈출 수 있다며 걱정 말 라고 하시던 노보살님의 말씀 이 생각났다.
사실 내가 오늘 법회에 동참 하는 것은 개인적인 신심보다 는 정각사에 근무하는 승직자 로서의 의무감이 앞서있는 것 이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지금 내 뒤에 앉아 염주를 돌 리며 염송을 하고 있는 우리 정각사 보살들은 의무감 같은 타의에 의한 동참이 아니라 순 그리고 부러웠다 나는 언제쯤 저런 경지에 도달 할 수 있을 까….처음 정각사에 발령받아 서원당에 인사하러 온 나에게 큰 스승은 큰 보살이 만든다면 서 큰 보살이 많은 정각사에 온 것을 부처님의 크나큰 가피 라고 여기라며 내손을 잡고 하 던 인사말이 새삼 살에 와 닿 는다. 지금 버스 안에서 같이 불공하고 있는 저 큰 대 보 살님들 덕분에 오늘도 나는 큰 법 하나 챙겨 간다.
자인행(부산 정각사)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