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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끝자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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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21호 발행인 원송[서진업] 발간일 2009-12-20 신문면수 7면 카테고리 문화2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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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자인행 필자법명 - 필자소속 부산 정각사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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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22 07:06 조회 2,85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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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끝자락에서

리고 시싯골을 넘어 오다 고개 꼭대 기에 있는 제법 규모가 큰 교회 앞에 설치되어 있는 크리스마스 네온사인 이 반짝이는 것을 보고 “아〜하” 하 고 나는 나지막하게 탄식을 내쉬었 다.

그것은 한해가 다 가고 있다는 사 실을 시각적으로만 아니라 심정적으 로 내 가슴에 와 닿게 했다. 알 수 없는뭉클함이 내속에서 목까지 차 올라 나는 억지로 꿀꺽 삼켰는데 그 뭉클함은 다시 허전함과 아쉬움 그 리고 슬픔, 정확하게 표현되지는 않 지만 여러 가지의 감정들로 변해서 내 몸 구석구석을 돌아 메운다.

'한해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 고 매일 같은 일상에 허우적거리며 지내는 내 자신이 한심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조금은 억울하다는 심정에서 나온 억지와 사치스러운 감정이라는 생각에 애써 생각을 지운다.

아이들과 집에 들어와 대충 씻고 잠자리에 누웠지만 쉽게 잠이 들것 같지가 않다. 정각사에 온지 벌써 3 년이 지나가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생활은 별 다름없는 평범한 일과였다. 하루를 시작하는 새벽정송과 함께 공식불공, 영식천도 불공, 서원성취불공, 그리고 가끔씩 있는 가정 불공, 등등 매일매일 이런 저런 불공과 나의 개인불공을 끝으 로 하루 일과를 마감한다.

정말 변화가 없는 단조로운 하루 하루 속에서 모든 일정을 습관처럼 무의식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내 자 신을 발견하고 이런 모습이 진정한 나의 본모습인지 되돌아보며 때로는 참회도 하고 새로운 결심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도 잠시일 뿐 어 느새 나는 습관적인 일상 속에서 무 명에 가려 허우적이는 어리석은 중 생임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지난주 올해 마지막 월초불공을 회향했다. 새해불공 끝난 지가 며칠 지난 것 같지도 않은데 벌써 모레가 한해 불공을 마무리해야 하는 24절기 중 마지막 절기인 동지다.

서원당 제일 뒤 벽에 몸을 기대고 불공을 하시던 어느 노보살님이 진 언처럼 항상 중얼거리던 말씀 “세월 은 화살보다 빠르데이! 특히 나이가 들면 더 빨리 간다카이. 60대는 시속 600,70대는 시속 700,80대는 시 속 800로 지나가는 것이 세월이라 안 카나?” 아직은 시속 400로 느껴 져야 할 나이인데 지난 3년은 나에게 시속 100 보다 더 빠르게 지나간 것처럼 느껴진다. 하루하루가 큰 변 화 없이 반복되는 단조로움의 연속 이라 곁에서 보기에는 지나가는 시 간이 매우 더디다고 말 할 수도 있지 만 실제 정각사에서 보낸 3년은 활시 위를 떠난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갔 다. 그러나 그렇게 빠르게 지나간 시간들 속에서도 나는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발령받고 처음 정각사 서원 당에 들어섰을 때, 어색함과 약간의 두려움에 어정쩡하게 서있는 나에게 다가와 큰 사원에 왔으니 크게 배워 큰 스승 되라며 따뜻하게 손잡아주 며 어리숙한 신출내기 승직자인 나 를 안심시켜주던 우리 보살님들과 보낸 지난 시간들은 내가 비록 자질 이 부족하여 큰 스승은 못될지라도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따뜻한 기억과 소중한 경험을 주었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우리 정각사 보살님들께 디시 한 번 고마움의 인 사를 드리고 싶다,

항상 건강하시고 원하는 모든 소 원 이루시고 보살님 각 가정마다 부 처님 자비광명 가득하시기를! 또 이 글을 읽는 모든 불자님들도 한해 마 무리 잘하시고 새해에도 밝게 웃는 모습으로 다시 볼 수 있기를! 옴마니 반메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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