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마음 부모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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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27호 발행인 원송[서진업] 발간일 2010-06-12 신문면수 7면 카테고리 문화2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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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23 03:41 조회 1,690회본문
상반기 불공도 끝내고 부처님 오신 날 행사도 무사히 끝냈다. 비록 초보 전수 표시를 내면서 어수룩하게 치 렀지만 그래도 무사히 마쳤다는 안 도감이 들었다. 잠시 긴장은 풀고 조 금은 편한 마음으로 저녁 불공하러 서원당으로 올라갔다. 낯익은 얼굴의 보살님과 각자님이 앉아 있었다. 오 랜만에 보는 얼굴이라 반갑게 인사 를 했더니 보살님은 얼굴은 웃고 있 지만 근심 가득한 모습이 역역하게 보였다. 자주 오시는 보살님은 아니 지만 가끔 오실 때면 항상 웃는 얼굴 로 인사를 하시던 분이라 속으로 참 표정이 밝은 분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날은 각자님까지 같이 오 셔서 서원당에 앉아있었다. 표정이 심상치 않아 혹시 무슨 일 있냐고 조 심스럽게 물었다. 그랬더니 보살님께 서 어색한 웃음을 띠며 말씀하셨다.
대학교 다니는 딸이 있는데 갑자기 외국으로 유학을 가겠다고 하더란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국만리 타향 에 아들도 아닌 딸을 혼자 보내야 하 는 것이 너무 불안하여 보내고 싶지 않은데 딸의 마음이 너무 확고부동 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며 내게 물음을 던 진다.
하긴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타지에 딸을 혼자 보내는 것이 아무리 공부 를 위해 가는 유학이라 해도 부모마 음은 썩 내키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저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조금은 위로하며 너무 성급하게는 결정을 내리지 말라는 얘기와 딸과 많은 대 화를 해보시라는 등의 조언을 드리 며 그 부부를 보냈다.
나도 이곳 마산으로 이사 오면서 딸아이를 부산에 두고 왔다. 고3이라 전학하기도 그렇고 해서 혼자 두고 왔는데 항상 신경이 쓰인다. 물론 한시간 남짓하면 갈수 있는 거리이고 친정에 맡겨 안심이 되지만 그래도 곁에 두고 돌보지 못해 늘 불안하다. 고3이라고 공부해야 한다며 매주 오 지는 못하고 가끔씩 주말에 집에 오 지만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안스럽다. 하물며 이국만리 딸이 간다는데 그 부모 마음이야 오죽하겠는가. 우리 딸도 대학은 서울에 가겠다고 목표 를 세우고 있는데 만약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가버리면 그곳에서 졸업하 고 직장 구할 것이다. 그러면서 서울 생활에 정착하게 되면 딸아이랑 한 집에 살아야 한다는 생각은 접어야 할 형편이다. 자식이 나이가 들고 머 리가 커지면 품에서 내보야 한다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자식이 아무 리 나이가 들고 머리가 커져도 안스 러운 생각에 차마 품에서 내보내지 못하는 것이 부모 마음인 것 같다.
누구나 우리는 처음에는 자식으로 태어나 부모 밑에서 자라서 나중에 는 자신이 부모가 된다. 하지만 부모 가 된다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니 라는 사실을 딸아이를 통해서 요즘 나는 뼈저리게 느낀다. 그나마 지금 까지 우리 딸애는 별 탈 없이 속 안 썩히고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자라 와 줘서 내가 부모 노릇을 조금은 쉽 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제 곧 딸애도 고등학교를 졸업하 고 성인이 되면 부모 품에서 벗어나 려고 할 것이다. 막상 그때가 오면 쉽게 내보낼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정사님은 딸아이가 자신의 품을 떠 나 시집보낼 생각만 해도 목이 메고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며 너스레를 떤다. 천년만년 딸만 끼고 살아 보라 고 핀잔을 주었는데 오늘 딸의 유학 문제로 고민하던 그 부부의 모습을 보고 새삼 부모 마음과 부모 노릇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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