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보살님의 중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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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27호 발행인 원송[서진업] 발간일 2010-06-12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신행/설화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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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23 03:39 조회 1,662회본문
관세음보살님의 중매
윤덕삼은 곧 이어 뒷집에서 첫 닭이 우는 소리가 들리자 바쁘게 옷매무새를 고치고 밖으로 나왔다. 나무 짐을 지고 집을 나오려 하자 어머니가 물었다.
“애야, 오늘은 먼동도 트지 않았는데 벌써 나가느 냐?”
“네, 오늘은 누구를 일찍 만나야 하기 때문에 일 찍 나갑니다.”
빈 속에 나무 한 짐을 지고 바쁜 걸음으로 삼십 리를 걸어 자하문 밖까지 올라가는 일은 그렇게 쉬 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희망에 들뜬 몸이므로 배 고픈 것도 무거운 것도 다 잊고 단숨에 자하문 밖 에 이르렀다. 나무짐을 괴어 놓고 보니 아직 문이 열리지 않았다. 다행으로 여기고 먼동이 터 문이 열 리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문 틈으로 하얀 버선을.신 은 발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보였다.
“관세음보살님이 거짓말은 하지 않으셨구나!”
이렇게 생각하며 울렁거리는 가슴을 진정하고 있 는데 마침 문이 열렸다. 제일 먼저 보자기로 싼 것 을 머리에 인 여자가 쏜살같이 세검정으로 내려갔 다. 덕삼은 나무짐과 지게를 버리고 종종걸음으로 쫓아 내려가 소매를 붙들고 꿈 속에서 일러주신 대 루 하였다
“놀라지 마십시오. 남녀가 유별한데 먼저 붙잡고 말하기는 실례인 줄 아오나 어디로 가는 낭자이신 지 제가 길 안내를 해 드리겠습니다”
새침하게 톡 쏘고 말대답도 하지 않을 줄 알았던 그 어여쁜 낭자는 뜻밖에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 답하였다.
“저는 윤도령이란 총각을 만나려 갑니다”
윤덕삼은 너무나도 뜻밖이라 눈이 휘둥그렇게 뜨 고물었다.
“제가 윤총각인데요?”
“네? 그러세요. 저는 심낭자입니다. 그런데 어떻 게 알고 나오셨나요?”
“이리 오실 줄 알고 마중 나왔습니다. 간 밤의 꿈 에 어떤 점잖은 부인이 나타나 말씀하시길, ‘너는 장안에 있는 낭자를 만나게 될터이니 잘 보살펴주 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첫 닭이 우는 새벽 마중 을 나오게 된 것입니다.”
“제게도 그런 부인이 간밤의 꿈에 나타나 말씀하 시길 4네가 자하문을 나가면 첫번째로 어떤 사나이 를 만날 터인데 그는 윤도령이라는 총각이다. 그는 심덕이 좋아,따라가도 해롭지 않을 것이니 따라 가 거라’ 하시길래 그 말씀을 기억하여 여기 나왔습니 다. 그런데 어쩌면 그렇게 꿈이 같을 까요?”
“그게 다 천생연분인 까닭입니다”
“아이 망칙해라”
“망칙하기는 무엇이 망칙합니까? 세상 만물에는 다 임자가 있고, 짝이 있는 법인데...”
두 사람은 초면같지 않게 이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며 나란히 내려왔다. 어느덧 절 가까이 왔다.
“여기서 잠깐 쉬어 갑시다”
덕삼은 심낭자를 관세음보살상 앞으로 인도했다.
“자, 우리 오늘의 일을 감사하기 위해 부처님께 절을 먼저 합시다”
절을 하려고 관세음보살님 앞에 선 심낭자는 깜 짝 놀랐다.
“어머나! 이분은 간밤의 꿈에 뵙던 분과 얼굴이 꼭 같습니다”
“그래서 절을 하자고 한 겁니다. 우리의 인연은 관세음보살께서 맺어주신 것입니다.”
덕삼은 몇 번이고 절을 하며, 감격하여 어쩔 줄 몰랐다.
“감사하니다. 관세음보살님! 감사합니다. 관세음 보살님!”
한편 심낭자는 명문대가의 규수로 열여덟 살에 어떤 양반의 집으로 출가하였다. 그러나 연분이 아 니엇는지 신랑이 혼례 즉시 보기 싫다고 퇴박을 하 였다. 그리하여 3년을 기다리다 견디다 못해 친정으 로 돌아와 7년, 10년을 동안을 수절하며 남편의 개 심을 기다렸으나 아무런 소식도, 희망도 없었다. 그 러니 말만 시집갔지 처녀나 다름이 없었고 그렀다
고 평생토록 수절하며 혼자 지낼 수도 없었다. 또 버젓이 개가할 수도 없는 처지라 어머니의 허락을 얻어 어디론가 아무도 모른는 곳오로 길을 떠나기 로 결심하였다. 딸이 불쌍하기만 했던 그의 어머니 는 귀중한 금, 은, 보석, 산호,비춰 등을 한 보따리 싸주고 눈물을 흘리면서 인연에 따라 마음대로 집 을 떠나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심낭자는 스물 여덟 살 되던 해에 길을 떠나기로 하였다. 그런데 그날밤 꿈에 관세음보살님이 나타나 말씀하시길,
“너는 다른 문으로 나가지 말고 자하문으로 나가 되, 문이 열린 후 첫번째로 만나게 되는 윤총각이라 는 남자를 따라가면 행복하게 살 것이다”.
라고 말씀하셨던 것이다.
이를 들은 윤덕삼은 그것이 꿈이 아닌 현실임을 실감하고 더없는 고마움과 행복을 느꼈다.덕삼은 날 을 받아 일가친척을 모아 놓고 간단하게 혼례를 치 루었다. 그리고 심낭자가 가지고 온 패물을 팔아 집 과 논밭을 마련하고 또 산도 사서 아들 딸 낳고 평 생부자로 큰 살림을 꾸리니 신도면 일대에서 제일 가는 부자가 되었다. 그의 후손들도 역시 독실한 믿 음을 가지고 근래에도 그의 5대손이 이러한 인연으 로 불공기도를 다니며 선조의 이야기를 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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