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열치열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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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30호 발행인 원송[서진업] 발간일 2010-09-06 신문면수 7면 카테고리 문화2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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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23 07:15 조회 2,384회본문
폭염이 8월의 마지막 꼬리까지 물 고 맹위를 떨치던 지난 주말 저녁 고 3 딸아이가 오랜만에 집에 왔다. 온 가족이 함께 외식을 하자며 집근처 음식집을 찾았다. 구석에 자리를 잡 자 주문을 받으러 온 종업원이 이 자 리는 더울 것이라며 저쪽 에어컨 앞 자리를 권유했다. 하지만 나는 한번 앉았는데 또 움직이기 귀찮아서 그 냥 여기에 앉겠다고 하면서 음식을 주문했다.
아이들이 시원한곳 놔두고 왜 더운 데 굳이 이 자리를 고집하느냐며 불 평을 나에게 쏟아 놓았지만 차마 다 시 자리 옮기기가 귀찮아서라고 말 못하고 더위는 더위로 이겨야 한다 는 이열치열(을 강조하면 서 아이들의 의견을 묵살했다
잠시 후 종업원은 식탁위에 숯불을 피우고 그리고 불판을 그 위에 올려 놓고 우리가 주문한 음식을 두고 갔 다. 숯불의 열기는 나의 예상 보다 훨씬 뜨거웠다. 아이들의 표정은 더 짜증스럽게 변하고 나도 정말 더웠다
에어컨 앞 시원한 자리가 비 어 있어도 옮기자 말도 못했다. 아이 들도 그냥 내 눈치만 보며 연신 이마 로 흘러내리는 땀을 물수건으로 닦 아 가면서 식사를 했다. 음식이 익었 는지,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우리 가족들은 모두가 빨리 먹고 이 자리 를 벗어나야 한다는 일념(?)으로 허 겁지겁 먹고 밖으로 나왔다.
밖은 참으로 시원했다. 지나가는 이들은 연신 부채질이나 혹은 손수 건으로 목뒤의 흘러내리는 땀을 닦 으며 걸음을 옮기고 있었지만 방금 까지 시뻘건 숯불 앞에 앉아 있다가 나온 우리들은 밖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아들이 땀으로 흠뻑 젖 은 상의를 손으로 펄럭이면서 엄마 가 말한 이열치열이 이것이냐며 웃 었다. 나도 더웠지만 자리 옮기기가 귀찮아서 이열치열이라는 핑계로 모 두를 그냥 자리에 앉게 강요했는데 숯불 앞이 이렇게 더울 줄은 몰랐다.
열은 열로서 다스려야 한다는 이열 치열의 진리를 터득한 우리 선인들은 참으로 지혜롭다. 무더운 여름철에 뜨거운 음식을, 추운 겨울철에는 찬 음식을 즐겨 먹었다. 육개장이나 해 물탕 같은 끓여서 먹는 음식을 많은 이들이 겨울철 음식으로 착각들 하지 만 실은 여름철의 보양식이다. 하지 만 현대에 들어 이런 탕류 음식은 겨 울철의 별미로, 겨울철의 요리인 냉 면은 여름철의 별미로 뒤바뀌었다. 성급해진 현대인들이 자연의 이치나 순리를 따르지 않은 결과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많 은 식당에서 에어컨을 최대로 가동 하고 있다. 손님을 위한 배려이다. 당장 나부터도 식당에서 시원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기분이 썩 좋지 가 않다. 일단 써늘한 기운이 감돌아 야 상쾌함도 배가 된다. 그런데, 아 무리 에어컨이 강하다 하더라도 일 시에 많은 손님이 몰리는 점심시간같은 경우 에어 컨 바로 코앞에 앉지 않은 이상 금새 콧등에 땀방울이 맺힌다. 급기야는 시원한 얼음물을 벌컥벌컥 마시거나 에어컨 앞으로 달려가 단추를 풀어 헤치곤 한다. 그리하면 당장 시원해 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몸은 혹사당하고 있다는 사 실 알고나 있을까. 여름철에 뜨거운 음식을 먹으면 속에 열이 생기고 그 열은 독소와 함께 땀으로 배출된다. 헌데 일시적인 더위를 견디지 못하 고 냉수와 에어컨 바람만 찾는다면 이야말로 감기가 걸리면 해열제부터 복용하는 무지와 같다. 참자. 단 5분 만이라도 땀이 흐른다면 흘려주자. 그 과정이 비록 고통스러울지라도 말이다. 발산의 고행 후에 우리 몸은 상쾌함으로 답례해 준다는 것을, 이 열치열을 한번이라 몸소 느껴본 적 이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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