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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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80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3-03-01 신문면수 5면 카테고리 설법 서브카테고리 이달의 법문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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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3-03-06 12:00 조회 1,529회본문
불교(佛敎)의 목적(目的)
불교(佛敎)는 내세주의적(來世主義的)인 천상(天上)에 나는 것이 목적(目的)이 아니고 그것은 일종(一種)의 방편(方便)이며 현세(現世)에서 자율적(自律的)이고 자주적(自主的)인 승리(勝利)를 거두고 인생(人生)의 진리(眞理)를 깨쳐서 절대(絶對) 안온(安穩)의 이상(理想) 세계(世界)를 체현(體現)하는 것이다.
『종조법설집』 제3장 잠언편 중
불교에 대한 나의 첫 기억은 어머니를 따라 찾아갔던 절에서 시작합니다. 그곳에 있던 불상을 바라보며 그 당시 내가 서원하던 바를 간절히 빌던 나의 어린 모습과 그런 어린 나의 머리 위로 쏟아지던 형형색색의 등불 불빛들. 그 당시의 나는 불상과 등불이 나의 서원을 이루어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어린 시절을 지나 한 종단의 스승이란 자리에 있게 된 지금의 나는 불상과 등불이 나의 서원을 이루어줄 것이라 생각하지도, 또 그것이 불교라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럼 지금의 나에게 있어 불교란 무엇인가 혼자 가만히 자문해보면, 불교란 이고득락. 즉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현실 속에서 느끼는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살기를 서원합니다. 여기서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것이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모두 자신이 바라는 일이 이루어지면 행복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 행복은 잠시일 뿐 우린 또다시 다른 것을 얻고자, 이루고자 하며 이 모든 바람들이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을까 또는 흘러가지 않아 불안과 두려움, 억울하고 화나는 마음 등을 가지며 다시 괴로움 속에 빠집니다.
우리들은 우리의 삶이 내가 마음먹은 대로, 원하는 대로, 뜻하는 바 모든 것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살아가지만 그렇지 못함에 대해 의문을 잘 가지지는 않습니다. 즉, 그저 뜻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음에 대해 한탄하고 괴로워는 할지언정 왜 삶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지,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이 괴로움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법륜스님도 스승님이 어디서 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바쁘다고 하느냐는 말에 충격을 받아 정말 나는 어디서 와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스님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우리도 왜 우리네 삶이 내가 마음먹은 대로 살아지지 않는지 의문을 가져보면 그에 대한 답을 찾기 훨씬 쉬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괴로움 속에 빠지는 우리네 삶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윗대, 즉 부모님 세대 또 그 이전 세대까지 선대로 계속하여 거슬러 올라갑니다. 우리는 태어나서 부모와 형제,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학습된 알음알이 즉, 이것이 크다 저것이 작다, 좋다 나쁘다, 네 것과 내 것, 관계 속에서 형성된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 이미지, 생각, 느낌, 행동 이 모든 것을 통해 나의 업을 만들어갑니다. 또한 우리는 선대 유전자로부터의 습과 몸을 받게 됩니다. 그렇기에 선대의 생각과 느낌, 그들이 써왔던 말이나 행동 이 모든 것들이 습으로 내 마음 속에 남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업과 습은 결국 나의 삶을 이끌어가게 되고 우리는 이러한 삶 속에서 좀 더 나아진 미래를 위하여 ‘살을 빼야지’, ‘일찍 일어나야지’,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 ‘화를 내지 말아야지’와 같은 새로운 결심을 하며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살아온 세월 속에 반복된 학습을 통해 그동안 만들어진 나의 습이 내가 생각하는 대로 삶이 살아지지 않게끔 합니다. 결국 내가 형성해온 나의 습이 내가 살고자 하는 삶을 방해하게 되고 습이 내 삶을 이끌어가는 주인으로서 작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살고자 하는 방향대로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내가 평소 화를 잘 내는 사람이라면 화가 올라오는 순간 ‘아! 내가 지금 화가 올라오고 있구나’하고 나의 현재 상태를 알아차리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나의 현 상태에 대한 알아차림이 잘 될수록 어느 순간 화는 내 속에서 사라지게 되고, 이러한 알아차림을 통해 나와 나의 삶은 변화하며 이로써 나의 삶에 진정한 주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지 못하고 평소 자신이 행해오던 습관대로 살며 괴로워하고 힘들어합니다. 수행이란, 이러한 자신의 습을 바꾸는 것으로 수행은 앉아서 생각과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의 행이 변화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습이 바뀌어야 불교가 추구하는 이고득락을 이룰 수 있습니다.
괴로움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괴로움의 원인인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돈과 명예, 좋은 대학이나 직장에의 합격, 좋은 집 등 이처럼 가지고 싶고 이루고 싶은 것에 대한 집착하는 습인 마음을 알아차린다면 그 집착하는 마음이 괴로움의 원인임을 알게 되고 곧 그것이 무상임을 깨닫고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집착하는 습을 알고 그 습의 변화를 통해서 어떤 상황과 조건에 관계없이 서원은 하되, 이루어지든 그렇지 못하든 그 결과에 대한 집착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질 것이고 불교란, 이와 같은 자유로움의 이고득락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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