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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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96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4-07-01 신문면수 10면 카테고리 신행 서브카테고리 총지로 여는 삶페이지 정보
필자명 이상주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자유기고가 필자정보 -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4-07-08 13:49 조회 540회본문
고등학생 시절에 피천득선생님의 인연이라는 글을 참 가슴설레며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만큼은 아니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이 세상 무엇도 인연 아님이 없어 보입니다. 총지종과의 만남 또한 인연이라는 말 아니고는 달리 어떻게 말할 도리가 없습니다.
불법을 처음 만난 건 30년쯤 전입니다. 당시 막 출간된 석용산 스님의 수필집, <여보게 저승 갈 때 무얼 가지고 가나>를 읽고 삶의 의미와 할 일을 되짚어 보던 차, 동네 포교당에서 작가와의 만남 법회가 열린다니 무척 반가웠습니다. 직접 참석했던 기억은 희미하고, 어떻든 그 인연으로 포교당을 몇 번 나가보게 되고, 신도회장님의 소개로 용한(?), 아무나 만날 수 없는, 선방 스님(참선 수행을 주로 하는 수좌)을 만나 뵙고, 금강경 4구게와 참선 수행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말이 참선 수행이지 잘못된 수행으로 내내 앉아서 졸기만 했는데, 그렇게 7~8년을 보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처음부터 마음이 바르지 못해서, 노력은 쉽고 편하게, 성과는 크게, 기초도 안 갖췄으면서 폼은 잡고 싶었던 결과였습니다. 그러는 동안 얼굴은 검어지고, 기운은 약해지고, 정신은 멍해지고, 허리는 병이 나서 사람들이 저를 마치 뱀을 보듯 꺼리게 되었습니다. 의지는 좀 강해져서, 담배도 끊고, 술도 끊고, 오로지 속세를 벗어날 뜻만 강해지고 있었습니다.
어느 해 여름 문경 봉암사로 대중공양을 갔는데, 옆방에서 변소지기를 하던 스님한테 ‘수행을 잘 못 한다’고 지적을 받았습니다. 뭐가 옳은지 그른지, 이 사람을 따를지 저 사람을 따를지, 판단이 명료히 서지 않아서, 그 스님의 말씀을 나름대로 듣고 집으로 돌아와 곰곰이 생각하다 한 주 뒤에 다시 그 스님을 찾아갔습니다.
첫째는 졸음은 수행이 아니니 앉지 말고 걷는 수행을 하라(행선).
둘째는 집중이 되는지 안 되는지 손가락을 세며 감독하라(수식관).
세째는 '옴마니반메훔'을 노래하듯 외워라(주력수행).
그렇게 잠을 깨고, 의식을 집중하고, 옴마니반메훔을 외웠습니다.
어느 날 아내가 퇴근하고, 불교총지종을 아느냐고, 육자진언 ‘옴마니반메훔’을 한다는데, 그렇게 밀교 총지종을 만났습니다. 밀교라는 이름은 진각종만 알았고, 교리와 수행법은 들어보지도 못했고, 불자라기에 무식함이 드러나는 것 같아 부끄러웠습니다.
이를 계기로 총지종 자성일 법회와 다양한 행사에 나오기 시작했으며, 원정 대성사님의 『종조법설집』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현교는 현실도피적이고 밀교는 현실 이익과 실천을 중시하며, 현교는 장시간(3겁)의 수행을 통하지만 밀교는 즉신성불을 한다, 또 지금은 밀교의 시대로 물질과 정신의 조화를 통한 현세정화가 중요하다, 현교 보다 밀교가 더욱 쉽고 빠른 방법이다, 가장 후대에 가장 집약된 불교 수행법이 밀교라는 말씀은 짧지만 그동안 이리저리 시행착오를 겪어온 저의 경험과 잘 닿아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특히 종조님께서 밀교 종단을 이미 창종하시어 인연을 따라 보내시고, 종도들의 새로운 요청에 응하시어 총지종을 창종하셨다는 설화를 듣고는, 이러한 종단에 인연이 닿음에 참으로 다행스럽고도 환희로우며 감사할 따름입니다. 한 뿌리에서 시작하여 만갈래 꽃으로 피어나는 불교의 흥왕과 밀교 총지종의 찬란한 번성을 기원합니다. 옴마니반메훔
그동안 연재해온 ‘불교로 여는 삶’을 끝내고 제호를 바꾸어 ‘총지로 여는 삶’을 격 월간 게재합니다. 필자는 총지종 이상주 교도로 인문학 방면의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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