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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무상하나 법은 멸하지 않고 진리는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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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85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3-08-01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기획연재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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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3-08-01 15:44 조회 1,45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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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글: 종조 원정 대성사 일대기 (22회)

인생은 무상하나 법은 멸하지 않고 진리는 영원하다

경주에서 시작했던 포교의 발길이 밀양과 부산을 거쳐 이윽고 서울 밀각심인당을 열어 확장일로에 들어섰다. 무엇보다 가장 필요했던 것이 교리와 교법 체계를 바르게 세우는 일이었던 터라 대성사의 역할이 절실했다. 대성사는 밀양심인당에 동참해 주변에 밀교법을 전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종단이 나아가야 할 바는 같을 것이며, 그를 위해 기울여야 할 노력 또한 동일할 것이다. 대성사 말씀 중 어떤 단체와 그에 얽힌 이들이 가져야 할 자세를 일러주는 대목이 있으니 마침 당시의 정황과 다르지 않다.


“국가와 사회 또는 한 교단이 활발히 일어나 번창하려면 그 지도자 중에 훌륭한 인물이 많이 있어야 한다. 이는 예나 지금이나 같은 일이다. 인생은 무상하나 법은 멸하지 않고, 현실은 바뀌어 변해 가나 진리는 영원하며, 재물은 시간이 흘러 없어지는 것이지만 명예와 인격과 덕망은 영원불멸한 법이다. 이것을 잘 이해하고 실천하여 개인의 이익보다 공익을 위하고 자기 교화에만 집착해선 안 될 일이다. 종단 전체의 이익을 위해 법을 세워가는 대아적인 위치에서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막 발길이 바빠진 초창기의 진각종에 대성사가 필요한 때가 왔으니, 이것은 현대 한국 밀교의 숙명이었다. 어둠은 작은 불씨가 피어나면 사라져간다. 불씨 하나가 불꽃이 되고 이윽고 지평선까지 온 광야를 불사르는 법이다. 진각종에 입교하면서 대성사는 한국 밀교의 부흥을 위한 불씨가 되었다. 불씨는 사그라들지 않고 마음의 심지에서 세상을 위한 횃불과 대지를 밝히는 태양빛으로 번져 나갔다. 그러던 차에 아들의 생환을 맞았으니 어긋났던 일들이 제자리를 찾은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우리 밀교의 역사를 살펴본바 신라의 혜일과 불가사의가 법을 받아왔으며 혜통국사가 총지종(總持宗)을 세워 그 어느 곳보다 뿌리가 깊었다. 명랑법사의 신인종(神印宗) 또한 밀교 종단으로 위세를 날렸다. 법을 구하러 인도 땅까지 다녀와 왕오천축국전을 남긴 혜초는 중국 밀교의 시조인 금강지로부터 법통을 이은 바 있고, 밀교 의식으로 당나라의 왕실을 감동시킨 바 있었다. 그렇게 밀교와 이 땅은 깊고 깊은 인연을 맺고 있었다. 오래도록 그 법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아 조선을 거치면서 밀교의 황무지가 된 안타까움이 있었다. 그러나 시절이 바뀌고 시대가 변해 드디어 대성사가 다시 그 인연의 맥을 세울 때가 된 것이다. 


대성사는 정통밀교를 세우기 위해 잊혀진 인연의 흔적들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경전을 엄밀히 살펴보아 소승, 대승, 밀교 경전을 나누어 검토하면서 아함부 경전에서도 비밀주(秘密呪)가 있음을 찾아냈다. 섞여 있는 모래알 속에서 보석을 고르듯 밀교적인 것과 밀교의 핵심을 나누어 살폈다. 그 둘을 나누어 보는 대성사의 설명은 이렇다. 


“초기 대승경전에 속하는 법화경은 진언, 즉 다라니로 수행의 세계를 설명했다. 보살행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다라니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본연부에 속한 방광대장엄경에도 밀교적인 요소가 들어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밀교적인 것과 밀교는 반드시 일치하지만은 않는다. 밀교적이라고 해서 반드시 밀교가 아닌 점을 주의해야 한다. 신통력이나 주문 등은 밀교적이기는 하지만 밀교는 아니다. 밀교의 수행은 신통력을 얻기 위함도 아니고, 주문으로 원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함도 아닌 것이다. 신통력이나 원하는 바의 성취는 밀교 수행의 결과는 될 수 있을지라도 그 목적과 목표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이를 잘 살펴 정통 밀교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대성사에게는 누구로부터 배울 수 없는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자신이 바르게 세우지 못하면 천 년 세월을 넘어 다시 꽃필 정통밀교의 맥이 흐트러질까봐 마음을 다져 먹어야 했다. 그렇게 살피고 살핀 끝에 정통밀교를 세우는 데 필요한 내용을 찾아냈다.


“정통적 밀교는 반드시 조직과 체계를 가져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그것은 유사밀교이다. 바른 밀교는 인간과 자연계를 완전히 조화롭게 파악한다. 특수한 것 가운데서 일반성을 인식하고 서로 비슷한 무리로써 드러나 이루어진다. 인간은 따로따로인 것 같아도 고립적인 존재가 아니며 모든 인간과 관련을 맺고 존재하는 것이다. 이것을 밀교에서 인간과 세상이 촘촘히 얽히고 짜인 그물과 같아 중중제망(重重帝網)이라고 한다.”

 

집을 짓고 길을 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설계도이다. 뼈대를 어찌 세우고, 어디로 향할 것인가를 바로 정하지 못하면 집은 쉽게 무너질 것이며 길은 원치 않는 곳으로 사람들을 이끌 것이다. 전쟁 중이었지만 대성사는 경전을 살펴보고 비밀주를 찾아 외우며 수행을 통해 지옥의 화염 속에서 연꽃을 피울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러기 위해 이제 막 틀을 갖추어가는 새로운 밀교 종단도 조직과 체계를 바르게 세워야 한다고 믿었다. 


당시 회당 대종사가 주축이 된 심인불교(心印佛敎)는 밀교를 표방했지만 막 시작하던 단계라 부족함이 적지 않았다. 특히 인재가 부족하고 새 교도들이 밀교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시행착오가 거듭되고 있었다. 교리 체계가 정비되지 않아 처음에는 참회를 내세웠고, 다시 심인을 밝혀야 한다고 기치를 세웠다. 참회는 본성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고 심인 또한 다라니로써 마음의 근본과 일치되는 것을 가르치고 있었지만, 일반 교도들의 이해는 깊지 못했다. 그러니 교법의 정비와 조직과 체제를 세우는 일이 시급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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