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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영지회(絶纓之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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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83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3-06-01 신문면수 9면 카테고리 밀교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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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탁상달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시인, 전 동해중학교교장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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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3-05-31 13:20 조회 1,60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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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영지회(絶纓之會)

 ‘절영지회(絶纓之會)’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절영지회(絶纓之會)’라는 말의 원래 의미는 ‘갓끈을 자른 연회’라는 뜻이지만 이 고사성어에 담긴 가르침은 ‘남의 잘못을 관대하게 용서해주면 훗날 반드시 보답을 받는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춘추시대 중국 초나라 초장왕은 고된 전투를 겪고 반란을 평정한 후에 공을 세운 신하들을 치하하기 위해서 연회(宴會)를 베풀었다. 신하들을 무척이나 아끼던 초장왕은 이 연회에서 특별히 자신의 총희(寵姬)인 허희를 불러내어 군신들에게 술을 따르게 하였다. 

 이때 갑자기 세찬 바람이 불어와 연회장의 촛불이 모두 꺼지고, 장내가 칠흑처럼 어두워졌다. 그때 그 어둠 속에서 한 여인의 앙칼진 비명소리가 연회장에 울려 퍼졌다. 어떤 무장이 초장왕의 총희(寵姬)인 허희의 아름다움을 탐(貪)내다가 술기운을 빌어서 다가가 허희를 더듬었던 것이다. 이때 허희는 자신의 몸을 더듬은 한 무장의 갓끈을 손에 잡아당겨 쥐고서는, 급하게 왕에게 말하였다. 

 “방금 술을 따르는데, 어떤 사람이 촛불이 꺼지자 법도(法道)를 어기는 짓을 하였습니다. 지금 제가 그 사람의 갓끈을 잡아당겨 두었으니, 대왕께서는 얼른 사람을 시켜 촛불을 켜라 명령하시고 어느 간덩이가 큰 자의 짓인지 좀 보게 해 주십시오.” 라고 말하며 왕께서는 어서 불을 켜서 그 무엄한 자를 처벌해달라는 것이었다. 

 초장왕은 자신의 후궁을 희롱한 무례한 신하가 괘씸하고, 자신의 위엄이 희롱당한 것 같은 노여운 생각이 들 수도 있었겠지만, 그 순간 왕은 큰 소리로 다음과 같이 명령하였다.

 “이 자리는 내가 아끼는 이들의 공(功)을 치하하기 위해서 만든 자리이다. 이런 일로 하여금 처벌은 온당치 않으니 이 자리의 모든 신하는 내 명을 따르라! 지금 각자 자신이 쓰고 있는 갓의 갓끈을 모두 잡아당겨서 없애버리도록 하라! 지금 이 자리에서의 이 일은 이 자유로운 자리에 후궁들을 들게 한 나의 경솔함에서 빚어진 일이니 불문토록 하겠다.”

 그 시대의 분위기에서 왕의 여인을 희롱한 것은 왕의 권위에 도전한 역모(逆謀)에 해당하는 불경죄로 죄인은 물론 온 가문이 능지처참(凌遲處斬)을 당할 수 있는 중죄였다. 그렇지만 왕은 신하들의 마음을 달래는 치하(致賀)의 연회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실수로 용인(容忍)한 것이다.

  몇 해 뒤에 초장왕의 초나라는 진나라와 나라의 존폐가 달린 전쟁을 치르게 되었다. 그 전쟁에서 초장왕이 죽음의 위기에 처했을 때 왕의 앞으로 나서서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초나라의 수호신(守護神)이 되어 온몸이 붉은 피로 물들며 흡사 지옥의 야차(夜叉)처럼 용맹하게 싸워서 왕을 구하고 초나라를 승리로 이끈 장수가 있었다. 전쟁이 끝난 후, 초장왕은 그 장수를 불렀고 용상에서 내려와 그 손을 감싸 쥐고 공로를 치하하며 목숨을 아끼지 않고 용맹하게 싸운 연유(緣由)를 물었다.

 장수는 큰절을 올리면서 이르기를 “몇 해 전에 있었던 연회(宴會) 자리에서 술에 취해 죽을 죄를 지은 죄인이 저입니다. 그때 폐하께서는 소신을 살려 주셨습니다. 그날 이후로 소신은 새롭게 얻은 제 목숨은 폐하의 것으로 생각하며 살았고, 오늘 이 전장에서 제 목숨을 폐하를 위해서 바칠 각오로 싸웠습니다.” 라고 하며 용서를 구했다.

 우리는 이 고사를 통해서 얻는 가르침은 초장왕이 자기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충만한 사람이라서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여기에서 더 나아가 그 일이 자신의 경솔함에서 빚어진 일임을 인정한 것은 가히 대인(大人)다운 사고의 발상임을 깨닫게 된다. 따라서 자기 자신을 신뢰하고 균형이 잡혀 있는 사람은 사소한 일에 지나치게 분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일어난 일을 사실 그대로의 상황으로 인식하고 더는 자의적인 확대해석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깊은 배려심의 발로(撥路)를 우리는 교훈으로 삼아야 하겠다. 

 불기 2567년 부처님오신날의 주간을 맞아서 우리는 누굴 탓하는 것도, 타인의 잘못을 논하는 것도, 남의 단점을 이야기하는 것도, 또는 자신의 단점을 정당화하고자 하는 어리석은 마음도 가지지 말고 오직 나 자신의 단점을 고치기에 힘쓰자는 권고(勸告)의 말씀을 조심스럽게 전하고 싶다.  <시인, 전동해중 교장 탁상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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