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의 한글화, 대중화의 성과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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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84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3-07-01 신문면수 10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필자명 박희승 필자법명 - 필자소속 불교인재원 필자호칭 교수 필자정보 -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3-07-11 13:36 조회 1,507회본문
경전의 한글화, 대중화의 성과와 과제
역경 불사의 원력 보살인 월운 스님이 법납 74세, 세수 95세로 지난 달 입적하셨다. 스님은 은사 운허 스님의 원력을 이어받아 1964년부터 역경 불사에 참여하여 평생을 경전의 한글화에 정진하였다. 월운 스님이 주석하였던 봉선사 대웅전의 현판은 한글로 ‘큰법당’이라 해놓았는데, 이것은 아마도 우리나라 큰 절 중에 유일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오랜 세월 한자를 문자로 소통하여 왔다. 조선조 세종대왕이 ‘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 우리 한글을 창제한다.’고 할 때까지 우리 민족은 중국 문자를 우리 것으로 받아들여 사용하였다.
그러나 한자는 우리말과 다르고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으면 뜻을 알 수 없어 조선시대까지 한자를 아는 사람은 극히 소수였다. 이런 까닭으로 불교가 한반도에 전래될 때부터 우리 민족은 부처님 가르침을 우리말로 배우지 못하고 중국 문자로 배울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고려 팔만대장경이라는 인류의 위대한 문화유산을 집대성할 정도로 부처님 가르침을 지극 정성으로 받아들여 신행하였다. 이것은 중국에도 인도에도 볼 수 없는 실로 장엄한 불사였다.
하지만 부처님의 깨달음과 가르침이 한자로 소통하는 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불교의 진정한 대중화는 참으로 어려웠다. 경전에는 부처님 당신께서도 생사 해탈의 깨달음은 너무나 심오하고 어려워 이 뜻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믿음을 내기가 어려움을 토로하는 말씀이 자주 나온다. 그냥 같은 말로 법을 설해도 이해하기가 어려운데 하물며 어려운 한문으로 된 경전을 공부해서 깨우치기란 참으로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불교사에는 수많은 조사 선지식이 배출되어 한국 정신문화를 찬란하게 밝혔으니 실로 눈부신 성취다. 이제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이제 한국불교는 한 단계 도약할 때가 되었다.
20세기에 한글이 보편화되었고, 21세기인 지금에는 한문은 거의 유물이 되었다. 이제 한글 역경사들의 원력행 덕분에 불교 한문 경전의 한글화와 정보화가 거의 이루어졌다. 이제는 누구든지 인터넷으로 접속하면 한글로 된 대장경을 검색하여 볼 수가 있다.
이러한 불교 경전의 한글화라는 빛나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21세기에 한국불교계에는 불교 경전상 또 다른 어려움이 생겼다. 남방 스리랑카에 전승되어 오던 팔리어 경전이 한글로 역경 소개되기 시작하면서 대승 한문본 경문과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우리가 그동안 공부해온 한문본 대승 경전은 산스크리트어(범어)로 경문을 한문으로 번역한 것이다. 그런데 팔리어본 경전은 대승 경전 보다 더 오래된 경전이니 부처님 말씀이 가장 원형에 가깝게 결집되어 있다.
이런 이유로 남방 전승 초기경전을 부처님 가르침으로 보고 ‘대승 경전은 부처님 가르침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불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스스로를 초기불교 수행자라고 하는 분들의 주장을 보면 대승 경전을 존중하는 분들도 있지만, 상당수 초기 경전을 부처님 친설로 보고 나머지 대승 경전이나 선어록은 외도 시 하고 있다.
이런 주장들로 인하여 지금 한국불교는 적지 않은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부처님 말씀을 담은 경전의 뜻이 하나로 통하지 못하고 이런저런 시비 분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한국 불자들의 불교관과 가치관이야 더 말할 것이 없다. 교단의 지도자들은 부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아야 한다. 초기 경전과 대승 경전, 그리고 선어록이 모두 부처님 깨달음의 말씀이고 가르침이라는 것을 정립하지 못한다면 한국 불자들은 더욱 혼란에 빠지고 더 어려워질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한국불교의 현실이다. 하지만 시련은 보살을 단련시키는 경계이니 이를 해결해나갈 때 한국불교는 더욱 더 빛날 것이다.
박희승 불교인재원 생활참선 지도교수, (사)한국명상지도자협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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