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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의 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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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90호 발행인 우승 발간일 2007-05-01 신문면수 5면 카테고리 -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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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07 07:40 조회 2,54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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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의 여울
"천상천하 유아독존" 부처님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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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계셨던 기간은 팔십년에 불과하지만 그가 끼친 영향은 세월이 지날수록 빛을 더하고 있다.

그는 불교라는 한 종교의 창시자이기에 앞서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몸소 체험하고 그 자각을 선언한 최초의 인간이다. 생명과 존재의 실상을 깨닫고 지혜와 자비의 길을 열어 보인 구도자였다.

그는 신비의 장막에 가린 신이 아니고 인류의 역사 안에 살았던 인간이었다.

그가 일찍이 이 지상에 우리와 같은 인간으로 살았다는 사실은 우리들 모든 인간의 보람이 아닐 수 없다.

히말라야 남쪽 기슭에 사캬족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지금의 네팔 타라이 지방에 카필라라는 조그마한 왕국을 이루고 있었는데, 카필라는 쌀을 주식으로 하는 농업국이었다. 숫도다나왕은 어진 정치를 베풀어 백성들이 태평한 세월을 즐길 수 있었지만, 이웃에 코살라와 같은 큰 나라가 있어 침해를 받지 않을까 두려웠고, 왕권을 이을 왕자가 없는 것이 걱정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마야 왕비는 기이한 꿈을 꾸었다. 여섯 개의 이를 가진 눈이 부시도록 흰 코끼리가 왕비의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오는 꿈이었다.

이때부터 왕비에게는 태기가 있었다. 그 태몽은 아들을 낳게 될 꿈이라 하여 사람들은 훌륭한 왕자가 태어날 것을 기대하였다. 산달이 가까워지자 마야왕비는 그 나라의 풍습 에 따라 해산을 하기 위해 친정인 콜리성으로 길을 떠났다. 늦은 봄 화창한 날씨였다. 왕비 일행은 카필라와 콜리의 경계에 이르렀다.

저 멀리 히말라야의 봉우리들이 흰 눈을 이고 우뚝우뚝 장엄하게 솟아 있는 모습이 보였고, 가까이에는 평화로운 룸비니 동산이 있었다.

동산에는 이름 모를 꽃들이 다투어 피었고, 뭇새들은 왕 비 일행을 축복하는 듯 지저귀며 날았다 룸비니 동산의 아룸다움에 도취된 일행은 그 곳에서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마침 가까운 곳에 무우수 꽃이 활짝 피어 아름다운 향기를 뿜고 있었다. 왕비는 아름다운 꽃가지를 만지려고 오른손을 뻗쳤다.

그 순간 갑자기 산기를 느꼈다. 일행은 곧 나무 아래에 휘장을 쳐 산실을 마련했다. 이 때 태어난 왕자가 뒷날 임금의 자리를 버리고 출가 수행하여 부처가 된 후 무수한 중생을 교화한 석가모니 부처님이시다.

지금으로부터 이천오백여 년 전의 일이다. ‘모든 일이 다 이루어이지라’ 는 뜻에서 왕자 의 이름을〈싯다르타〉라고 지었다. 그러나 이때 뜻하지 않은 불행이 닥쳐 왔다. 왕자를 낳은 지 이레만에 마야 왕비는 건강이 나빠 이 세상을 떠나 고만 것이다.

한 사람의 위대한 성자를 낳은 어머니는 그 성자의 삶과 자신의 목숨을 맞바꾼 셈이다. 세상에 태어난 지 이레밖에 안된 어린 싯다르타 앞에 생과 사에 대한 문제가 주어진 것이다. 태자의 양육은 왕비의 동생인 마하파자파티가 맡게 되었다. 이모가 태자의 새어머니로 들어온 것이다. 이것은 그때 카필라의 풍습이었다. 왕은 이름난 점성가를 불러 태자의 장래를 알아보고 싶었다.

태자의 얼굴을 보고 난 사람마다 놀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태자는 뛰어난 위인의 상을 갖추고 있습니다.. 왕위에 오르면 무력을 쓰지 않고 온 세상을 다스리는 전륜성왕이 될 것이고, 출가하여 수행하면 반드시 부처님이 되어 모든 중생을 구제해 줄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왕과 신하들은 한결같이 기뻐했다. 어느 날 아시타라는 선인이 카필라성으로 찾아왔다. 그는 히말라야 깊숙한 곳에서 세상과 인연을 끊고 수도에만 전념하고 있었는데, 천신들이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했다.’ 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카필라의 왕궁에 태자가 태어난 것을 천안으로 알게 된 선인은 태자의 얼굴을 보려고 왕궁을 찾아온 것이다. 덕망이 높은 아시타 선인이 찾아온 것을 기뻐한 왕은 곧 태자를 보도록 허락하였다.

백 살도 훨씬 넘어 백발이 성성한 선인은 태자를 팔에 안고 그 얼굴을 이모저모로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곁에 있던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그 모양을 지켜보았다. 한참 동안 말 없이 태자의 얼굴만을 들여다보던 아시타 선인이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왕을 비롯하여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불길한 예감이 뜰었다.

왕은 참다 못해 선인에게 물었다.

“태자를 본 사람마다 크게 기뻐하며 야단인데, 선인은 왜 말 한마디 없이 울기만 하시오? 어디 그 까닭을 속시원히 말해 보시오.” 그제서야 선안은 입을 열었다. “대왕님, 염려 하실 일은 아닙니다. 제가 슬퍼하는 것은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아 부처님의 출현을 못 보게 된 것이 한스러워 그럽니다.

태자는 장차 모든 중생을 구제할 부처님이 되실 분입니다. 부처님이 이 세상에 출현한다는 것은 참으로 귀하고 드문 일입니다. 그러나 저는 너무도 늙었습니다. 태자가 도를 이루어 부처님이 되실 그때까지 살지 못할 것을 생각하니 슬퍼서 눈물이 저절로 나온 것입니다.”

그런 뒤에 데리고 온 어린 제자에게 당부했다. “네가 커서 부처님이 출현하셨다는 소문을 듣거든 지체 말고 찾아가 그분의 제자가 되어라.” 싯다르타 태자가 전륜성왕보다 훨씬 뛰어난 상을 가졌다는 아시타 선인의 말을 듣고 왕과 신하들은 모두 기뻐했다.

그러나 왕위를 이어받아 나라를 다스리시지 않고 출가하여 부처님이 되리라는 말에는 어쩐지 섭섭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웃나라인 코살라의 침략을 늘 두려워하던 나머지 카필라에 사는 사캬족들은 이상적인 전륜성왕이 출현하여 코살라뿐만 아니라 온 세상을 평화롭게 다스려 줄 것을 고대했었다. 그러나 이런 때 태어난 왕자가 나라를 다스릴 인물이 아니고, 줄가하여 종교적인 성자가 되리라는 예언이었다.

〈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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