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68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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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85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3-08-01 신문면수 3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지혜의 눈페이지 정보
필자명 김태원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칼럼리스트 필자정보 -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3-08-01 15:36 조회 1,459회본문
전간기, 과학발전이 모든 존재 상의상존성 밝혀
현대사회 시작의 사상적 배경은 불교 원리 닮아
전간기(戰間期)는 1918년부터 1939년까지의 기간을 가리킵니다. 19세기 산업혁명 이래 특히 1968년 68혁명까지의 시기를 다음과 같이 다섯 시기로 구분합니다. 대략 19세기 중반부터 1914년 제1차 세계대전까지를 ‘벨 에포크(La Belle Epoque)’라고 하고, 이어서 제1차 세계대전(1914~1918), 뒤이어 1939년 제2차 세계대전까지의 20년간을 ‘전간기(戰間期, inter-war period)’,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1939~1945)과 68혁명으로 크게 구분합니다. 일반적으로 이 시기는 1, 2차의 대전에 관심이 집중돼 많은 연구가 축적되었고 소설이나 영화로도 많이 다루어졌습니다. 상대적으로 ‘벨 에포크’와 ‘전간기’ 그리고 68혁명에 대한 관심은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쟁은 어떤 커다란 변화의 계기를 제공하지만 그 자체로는 특별할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전쟁 전과 후의 대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8세기 말의 석탄과 철강으로 상징되는 1차 산업혁명에 이어 19세기는 석유와 화학공업으로 상징되는 2차 산업혁명이 일어났습니다. 식민지로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재화와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19세기는 ‘벨 에포크’라는 말처럼 풍요의 시대였고 낙관주의가 널리 퍼진 시대였습니다. 비록 여전한 차별과 노동착취, 그리고 식민지 수탈이라는 부정적 측면이 있었지만 적어도 여성차별과 아동노동에 대한 차별은 점차 개선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성적 존재로서의 인간에 의해 인류 문명은 영원히 진보하리라는 낙관주의가 제1차 세계대전으로 무너지자 불안과 혼돈이 엄습하는 ‘전간기’가 도래하였습니다. 전쟁은 눈에 보이는 것들을 파괴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세계관까지 무너뜨립니다. ‘벨 에포크’가 낙관의 시대였다면 ‘전간기’는 불안의 시대였습니다. 끔직한 대량 살육의 전쟁을 겪은 이후 서구사회는 역설적으로 무절제한 쾌락추구의 이 시기를 “광란의 20년대(The Roaring Twenties)”로 맞이합니다. 전후 재건의 호황을 타고 풍요로운 시대가 열리지만 1929년 대공황으로 끝을 맺고 파시즘과 나치즘의 대두로 또 다른 전쟁의 공포에 짓눌리는 1930년대를 겪게 됩니다. 이 시기의 인간관은 독립된 개인이라는 개념에 기초하고 있었는데, 이는 고립된 개인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인간관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논리를 뒷받침하였지만 대공황을 거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전체주의(全體主義)가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 합니다.
한편으로 이 시기의 과학의 발전으로 모든 존재의 상의상존(相依相存)성이 밝혀지던 시대이기도 하였습니다. 물리학에서의 상보성(相補性)의 개념이나 생물학의 진화(進化)와 관련이 있는 공진화(共進化)의 개념이 널리 받아들여지던 시대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내용은 기성의 종교처럼 세계의 기원을 설명하는 것이지만 종교라는 틀을 벗어나 과학이라는 원리에 기반하여, 상대적으로 종교보다 보편성을 가지고 있지요. 또한 기존의 종교처럼 폭력에 의해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서서히 확산되는 특징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1차 세계대전의 불완전한 뒤처리로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지만 이 엄청난 전쟁에 책임을 져야할 기성세대들이 여전히 사회의 기득권층으로 존재하였습니다. 그들은 두 번의 세계대전에서 교훈을 배우기는커녕 여전한 제국주의적 자세로 베트남전쟁을 일으켰습니다. 이에 대한 저항운동이 유럽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 이것이 68혁명입니다. 68혁명 이후를 진정한 현대사회의 시작으로 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시대의 주류의 사상적 맥락이 불교가 말하는 원리와 닮아있다는 것은 이제 상식에 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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