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친다는 것은 성품을 보는 것입니다 <문안의 수행 문밖의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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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68호 발행인 법등[구창회] 발간일 2013-11-04 신문면수 11면 카테고리 추계강공 특집 / 종합 서브카테고리 불교서적 에세이페이지 정보
필자명 김은주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자유기고가 김은주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5-29 10:52 조회 2,653회본문
그런데 달마스님은 공덕이 하나도 없다고 답했습니 다. 뜻밖의 답변에 한무제는 화가 나서 달마스님을 자 기 나라에서 내쫓았다고 합니다. 자기가 원하는 답을 주지 않은 스님에게 분노를 느낀 것이지요 자신과 다 른 생각을 갖고 있는 달마스님을 엉터리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알고 있는 불쿄에 비 추어 봐도 달마스님의 답변은 논리에 어긋나기 때문입 니다.
한무제의 혼란은 사실 다른 사람들에게도 해당됩니 다. 콩 심으면 콩이 난다는 것이 불교의 인과법이기 때 문에 많은 불사와 보시를 한 한무제에게 공덕이 많은 건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도 마 땅하고요. 그런데 달마스님은 이 논리를 부정한 것입 니다.
달마스님은 인과법을 넘어서는 불교를 말씀하고 있 는 것입니다. 이러한 달마스님의 선불교는 혜능스님 에게 이어졌으며, 육조 혜능스님은〈육조단경〉을 통해 선불교의 정수를 설하셨습니다.
월호스님의〈육조단경〉해설서인〈문안의 수행 문 밖의 수행〉은〈육조단경〉을 대중에게 보다 가까이 다 가오게 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당신이 주인공입 니다〉라는 책을 통해 불교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월호스님은 쉬우면서도 명쾌하고 또한 현대적 화 법으로〈육조단경〉을 강의했습니다.
원래 부처님의 말씀을 경전이라고 하는데 혜능스님 의 가르침을 모아놓은〈육조단경〉을 경이라고 하는 .이 유는, 혜능스님이 당나하 시대 언어로 부처님의 가르 침을 직설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비록 혜능스님의 말 씀이긴 하지만 부처님의 가르침과 조금도 다르지 않기 때문에 경이라 하는 것입니다.
이 책〈문안의 수행 문밖의 수행〉이라는 책을 보면 한무제의 불교는 문밖의 수행이었고 달마스님의 수행 은 문안의 수행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무제와 달마스님 사이에는 문이라는 것이 가로놓여 있고, 이 안팎 사이에는 다른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의 문은 바로 돈오문을 말합니다. 문 안의 수행은 돈오문 안으로 들어온 이후의 수행, 즉 단 박 깨친 이후의 수행을 말하며, 문 밖의 수행은 아직 깨치기 이전의 수행을 말합니다. 깨친다는 것은 성품 을 보는 것입니다. 성품은 공한 것입니다. 텅 비었기 때문에 무엇으로든 채울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성품 을 보고 난 이후의 수행은, 본래 닦을 것이 없음을 알 고 닦는 것입니다.
이와 달리 성품을 보기 이전의 수행은 정말 닦을 것 이 있다고 생각하며 닦는 것입니다. 몸과 마음에 고정 된 실체가 없음을 아직 깨닫지 못한 것이지요 몸과 마 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성품의 문 안으로 들어 오기 이전의 상태인 것입니다. (머리말 중에서)
그러니까〈육조단경〉은 문안의 수행에 대해서 말하 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 안의 수행은 범부가 행하기에 는 다소 어렵게 느껴집디다. 상근기 사람들의 전유물 처럼 여겨집니다. 실제 선불교는 동북아시아에서 주류 불교로 자리 잡았기는 하지만 대중과 거리를 두고 있 는 것도 사실입니다.
‘성품을 보면 부처를 이룬다’를 핵심으로 하는 선불 교가 근기가 높은 사람들의 것인가에 대해서 혜능스님 은 우둔함과 지혜에는 차등이 있지만 성품을 갖고 있 는 것은 동일하기 때문에 하근기의 사람이라 하더라도 꾸준하게 망상과 욕심을 제거해 나가면 어느 순간 성 품을 보게 된다고 히였습니다.
그러니까 근기가 낮은 사람도 차근차근 수행해나 가면 ‘견성성불’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선불교에서는 ‘성품을 본다’는 것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데, 도대체 성품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듭니 다. 아마도 이런 의문이 선불교수행의 시작일 것 같습 니다.
월호/불광출판사/13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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