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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대 달라이라마 텐진 갸초(최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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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82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3-05-01 신문면수 8면 카테고리 밀교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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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정성준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교수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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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3-05-08 11:08 조회 1,70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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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대 달라이라마 텐진 갸초(최종회)

국제사회 비폭력운동, 불교국가로서 티벳의 위상 제고

불교문화 융합과 세계성 지향, 원정 대성사 뜻과 닮아


2022년 7월 30일 북인도 라다크 레에서는 달라이라마 14세 성하의 관세음보살 육자진언 관정식이 7만의 라다크인과 티벳인, 외국인을 대상으로 거행되었다. 육자진언 관정식은 성하가 평생에 걸쳐 해왔던 밀교 관정식 가운데 가장 많은 횟수를 기록할 정도로 티벳인들에게 특별하다. 특히 나라를 잃은 티벳인들이 독립염원과 겹쳐 그들이 비운이 서린 진언이기에 더욱 그렇다. 티벳의 육자진언은 소작의궤류로서 일찍이 티벳에 전해졌다. 랑달마왕에 의해 티벳의 불교가 일시적으로 단절된 이후 서티벳 아리왕에 의한 불교부흥의 노력은 인도 위끄라마실라사 출신 아띠샤 존자의 보리도등론과 육자진언 관정으로 시작되었다. 육자진언의 설주는 반야의 지혜를 설한 관세음보살이며, 진언의 요체는 반야사상으로 석가모니붓다의 연기와 무아설에 뿌리를 둔다. 현밀겸수의 수법인 육자진언이야말로 아띠샤에게 티벳의 불교를 일으키는 탁월한 방편이었다. 

아띠샤가 그랬던 것처럼 달라이라마 성하는 육자진언 관정을 통해 현대인에게 불교수행의 방편을 전하고, 불교의 세계화에 기여했다. 성하는 인도에 망명한 후 비폭력 독립운동으로 평생을 바쳤다. 한편으로 바쁜 와중에 성하는 왕사인 링린포체를 비롯해 많은 스승들의 지도를 여전히 받으며 간경과 밀교수행, 관정등의 의궤를 틈틈이 연구했다. 성하의 주변에는 항상 티벳의 독립을 염원하는 망명 티벳인들이 있었고, 언제나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으며 망명정부를 방해하는 중국의 위협에 시달렸다.  티벳의 정신적 지도자로서 개인적 생활이 배제된 채 성하의 일 년 일정은 수많은 법회와 방문객의 접견으로 이루어져 있다. 

떠오르는 것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고 데즈먼드 투투 대주교와 20년 이상 된 친분과 우정이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모임을 계기로 만난 투투 대주교는 아파르트헤이트 투쟁에 대한 공로로 1984년에, 달라이 라마는 비폭력 독립운동으로 1989년 노벨평화상을 각각 수상했다. 나는 성하가 투투 대주교와 함께 있을 때 인간적이자 존경하는 친구와의 행복한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성하는 2011년 투투 대주교의 팔순 생일 때 남아공을 방문하려고 했으나 중국의 압력으로 뜻을 이룰 수 없었저, 이후 투투 대주교가 영면했을 때 조문의 서한을 보냈지만 내심 성하의 인간적 외로움을 상상했다. 성하는  인간적 고독조차 허용되지 않는 공인으로서의 삶을 살아왔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전 세계인을 친구이자 도반으로 여기며 격의 없는 소탈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밀교인물사를 최종 마무리하려던 시점에서 달라이라마 14세와 관련된 요란한 기사들이 세계의 지면과 온라인을 장식했다. 구체적 사안을 말할 수는 없지만 기고를 망설이며 상황을 정리하면 모든 것이 달라이라마 성하 주변의 위해세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청시대 지배권역을 중국땅으로 간주하고 국제사회에 하나의 중국을 강요하는 중국이나 인도 내 종교의 판도를 두고 티벳의 위상을 폄훼하려는 세력들이 그렇다. 성하는 망명 이후 국제사회에 비폭력운동을 벌이고, 불교국가로서 티벳의 위상을 제고하는데 노력해온 입지적 인물이다. 공식행사의 의전에 대해 익숙한 인물로 자신의 말과 행동이 어떤 주목을 받는지 매우 잘 알고 있다. 한편으로 성하는 티벳의 전통문화에 익숙한 인물로 성정이 소탈하여 친숙한 장난을 좋아한다. 필자도 지난해 달라이라마 상하를 친견했을 때 나의 벗어진 머리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놀렸다. 모든 것은 티벳의 습속에서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입에 사탕을 감추어두고 어린이에게 건네주는 장난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무것도 없다고 놀릴 때 혀를 내미는 것은 격의 없는 사이에 이루어지는 티벳인들의 친숙한 장난이다. 성하는 평생 처음 인도인 가정에 개인적 사과까지 했다. 두 달 전의 일을 샅샅이 조사해 하루아침에 세계에 조직적으로 기사를 나른 단체가 있음을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1972년 4월 7일 원정대성사님은 정법체득의 백일정진 끝에 한줄기 서광과 함께 노인으로부터 대승장엄보왕경과 준제진언으로 교화하라는 계시를 받으셨다. 준제진언의 전거인 현밀원통성불심요집의 저자 도진(道㲀)은 요시대 도종2년(1056) 산서인으로 성운 두(杜)이고 자는 법당(法幢)이라 하였다. 어릴 때 출가하여 구사, 반야, 선, 율 등 현교의 도리에 박학 다문 하였으나 밀교의 준제법을 실참하고 현밀겸수의 큰 도리를 깨쳤다. 요는 고려와 송, 티벳을 중심으로 인도와 중앙아시아 등 모든 불교문화를 포용한 용광로였기 때문에 불교문화의 융합과 세계성을 지향하는 것은 원정대성사님의 거룩한 뜻이기도 하다.  

티벳은 신라와 함께 당을 협공해 압박하던 아시아의 동맹이었고, 청말 함께 독립을 선언하기도 했던 특별한 관계에 있다. 유전적 혈통으로 가장 가깝고 서하의 탕구르족은 고구려의 후예로 멸망 후 티벳인의 부족으로 받아들여져 ‘민약’족이라 일컫는다. 티벳대장경에는 대승장엄보왕경을 비롯해 인도, 티벳의 육자진언과 준제의궤류를 티벳어로 번역해 다량으로 보존하고 있다. 불경의 번역에는 정치적 입김이 깃들 여지가 없어야 한다. 세계와 인류 공동의 가치에 입각해 향후 티벳대장경의 육자진언과 준제진언 의궤류의 번역 연구와 인재양성을 기대하며 이후 후학의 동아시아 한중일 밀교 인물편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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