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총지종

총지신문 아카이브

불교총지종은 ‘불교의 생활화, 생활의 불교화’를 표방하고 자리이타의 대승불교 정신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생활불교 종단입니다.

온양온천과 관세음보살

페이지 정보

호수 86호 발행인 우승 발간일 2007-01-01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 서브카테고리 -

페이지 정보

필자명 -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

페이지 정보

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05 05:19 조회 2,581회

본문

연재글: 불교설화 (6회)

온양온천과 관세음보살

60a25f187e9b20bb8b14bd6ba9b2cf80_1528143565_1313.jpg


아득한 옛날 충청도 땅에 아주 가난한 절름발이 노파가 삼대독자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어려운 살림에 불편한 몸을 이끌고도 노파는 아들 키우는데 온 정성을 다했다.

어느덧 아들이 혼기를 맞게 되니 하루빨리 손자를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노파는 매파를 놓아 사방팔방으로 혼처를 구했으나 자리마다 고개를 저었다. 가문도 볼 것이 없고, 살 림도 넉넉치 못한 데다 시어머니마저 절름발이이니 누구도 선뜻 딸을 내주려 하지 않았다. 노파는 절름거리는 자신의 다리를 원망하면서도 실망치 않았다.

이러한 노파를 측은히 생각한 중매쟁이는 좀 모자라는 처녀라도 그냥 며느리로 맞자고 다짐을 받고는 아랫마을 김첨지 집으로 달려갔다. 그 집에는 코찡찡이 딸이 있었기에 말만 꺼내면 성사가 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김첨지는 다짜고짜 소리부터 질렀다.

『그런 소리 입밖에 두번 다시 내지도 마슈. 원 아무리 사윗감이 없기로서니 절름발이 홀시어머니 집에 딸 자식 보내겠소?』

『원 영감님두, 그 노인이 다리 하나 저 게 흠이지 아들이야 인물 좋고 부지런하고 어디 나무랄 데가 있습니까?』

『아 듣기 싫다는데두요.』

김첨지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흥! 까마귀똥도 약에 쓰려니까 칠산바다에 찍한다더니 코찡찡이 꼴에 꼴값하네.』

중매쟁이는 이렇게 퍼부으면서 이번엔 황영감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팔을 제대로 못 쓰는 그 집 딸에게 노파의 아들이 오히려 과분할 것 같아 자신 만만하게 달려갔다.

『가만있자! 내 딸과 정혼을 히자구요?』

한동안 눈을 껌벅이며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던 황영감은 이윽고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왜 너무 황송해서 그러시요?』

『그게 아니구요. 팔을 못 쓰는 내 딸이 그 집으로 들어 면 그 집엔 반편들만 모였다고 남들이 얼마나 놀리겠소?』

『원, 그렇게 따지다간 따님 환갑 맞겠소, 환갑.』

이제 더이상 알아볼 곳이 없다는 중매쟁이의 말을 들은 노파는 서글프기 짝이 없었다.

노파는 마지막으로 부처님께 기도를 올리기로 결심하고 불편한 다리를 끌고. 산사를 찾았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하나뿐인 우리 아들 짝을 정해 주옵소서.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온 정성을 다해 불공드리기 백일째 되던 날 밤. 깜빡 잠이 든 노파 앞에 관세음보살이 나타났다.

『쯧쯧… 정성은 지극하나 순서가 틀렸으니 이 일을 어이할까.』

『순서가 틀렸다 하심은 무슨 말씀이신지 상세히 일러주옵시면 다시 기도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들이 장가를 못드는 까닭을 모르지는 않을 터인데….』 『그야 어미 된 제가 한쪽 발을 못 쓰는 탓이옵니다.』 『그렇다면 자네의 두 발을 온전히 쓰도록 빌어야 하지 않겠느냐?』

『하오나 무슨 수로 이 늙은 것의 다리를 고칠 수가 있겠습니까?』

말을 마친 관세음보살은 어느덧 바람처럼 사라졌다. 꿈을 깬 노파는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싶어 관세음보살이 일러준 대로 다시 불공을 시작했다.

『관세음보살. 제발 이 몸의 다리를 고쳐 주옵소서.』 다시 백일째 되는 날 밤. 난데없이 허공에서 우렁차고 경건한 목소리가 울려 왔다.

『내 그대의 정성에 감복하여 그대의 소원을 들어주리라. 내일 망르 앞 들판에 다리를 절름거리는 학 한 마리가 날아와 앉을 터인즉 그 모양을 잘 살펴보면 다리고 치는 비법을 알게 되리라.』

필시 기도의 영험이 나타 날 것으로 믿은 노파는 그 길로 캄캄한 산길을 더듬어 내려왔다.

이튿날 저녁나절이 기울 무렵, 하얀 학 한 마리가 훨 훨 날아와 논 가운데 앉았는데 정말 한 다리를 절름거리고 있었다. 그 학은 이상하게도 앉은 자리 근처를 뱅글 뱅글 돌면서 껑충껑충 뛰고 있었다.

그렇게 하기를 사흘. 학은 언제 다리를 절름거렸더나는 듯 두 발로 뚜벅뚜벅 걷더니 힘껏 땅을 박차고 하늘로 치솟아 훨훨 날아가 버렸다.

이 모양을 지켜보던 노파는 하도 신기해서 급히 학이 뛰며 뱅글거리던 논둑으로 달려갔다. .논에서는, 물이 펄펄 끓고 있었다.

괴이하게 생각한 노파는 발을 물 속에 담궈 보았다.

『아 뜨거! 아이 뜨거워! 욿지 이 물에 발을 담그면 낫는 모양이구나.』

노파는 뜨거운 물에 발을 담근 채 이를 악물었다.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몸이 시원해지기 시작했다. 노파는 신이 나서 열심히 발을 담그었다. 그렇게 10일째 되던 날 신통하게도 노파의 절룩거리던 발은 씻은듯이 완쾌됐다.

노파는 기뻐 아들을 부둥켜안고 덩싱덩실 줌을 주며 울었다. 마을에선 부처님의 가피를 받은 집이라 하여 혼인 말이 빗발치듯 했고 그 아들은 예쁘고 가문 좋은 색시를 맞아 어머니를 모시고 잘살았다.

그 소문이 널리 퍼지자 뜨거운 물에 병을 고치기 위해 사람들이 사방에서 몰려들었다. 이곳이 바로 오늘날의 온양온천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첨부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