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사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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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85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3-08-01 신문면수 8면 카테고리 밀교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필자명 - 필자법명 남혜 필자소속 - 필자호칭 정사 필자정보 -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3-08-01 15:49 조회 1,468회본문
홀로 사는 행복
군시절 휴가를 나와 시내를 걸어가다 우연히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제목의 영화 간판이 걸려 있는 극장 앞을 지나게 되었는데 제목이 참 특이해서 기억에 남았던 적이 있다. 고등학교때 불교반 활동을 했지만 그 당시에는 불교경전 등 불교 관련 서적을 읽어보지 못해 아는 것이라곤 반야심경 밖에 모르던 시절이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말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제대 후 대학 2학년 시절 집에 ‘수타니파타’라는 책이 있어 대학도서관에서 공부하면서 잠시 보게 되었다. 초반부 ‘무소의 뿔’경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글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 영화 제목이 이런 의미였구나!
사람은 본질적으로 홀로 있는 존재다. 저 광야를 달리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홀로 이 세상에 태어나서 홀로 살다 홀로 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수타니파타에서 부처님께서는 현명하고 올바른 벗들을 만나지 못하면 저 광야를 달리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서 가라고 하셨다.
나는 어릴 때부터 혼자 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해운대, 광안리, 성지곡수원지 등 부산 시내 곳곳을 홀로 돌아다녔다. 그 때는 혼자 돌아다니는 것이 재미있었다. 혼자 있으면 다른 사람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고,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상대방이 말을 걸면 어쩌나 등 쓸데없는 고민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서 혼자 있으면 좋았다.
나이가 들어 총지종의 정사가 되어 단음사 주교로 있지만 지금도 혼자 있으면 좋다. 하지만 어릴 때의 좋음과 지금의 좋음의 의미는 다르다. 어릴 때는 사람들을 대하고 상대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혼자 있는 것이 좋았지만, 지금은 혼자 있으면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어 좋다. 내가 무엇을 하는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 혼자서 밥을 먹으니 밥 먹는 데만 집중하면 되고, 혼자서 불공하니 불공 하는 데만 집중하면 된다.
그렇게 내게 집중하다 보면, ‘나’라는 존재를 이해하고, 존중하고, 소중히 여길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행복이라는 것은 외부의 조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고, 존중하고, 소중히 여길 때 행복이라는 개념이 서서히 확립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과 함께 있으면 불행하다는 것이 아니다. 혼자 있으면 혼자 있는 행복이 있고, 함께 있으면 함께 하는 행복이 있다. 그렇게 행복을 이해하려면 홀로 있는 행복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함께 있으면 행복하고 혼자 있으면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나’라는 존재를 소중히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게 되고 그 의지처가 없으면 불행하다고 느낀다.
부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자기 자신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자기 자신이 소중하듯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들 또한 소중한 존재들이라고 하셨다. 나를 소중히 여길 수 있어야 다른 사람들도 소중히 여길 수 있다. 그리고 홀로 있는 행복을 아는 사람은 함께 있는 행복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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