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해보살의 불교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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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81호 발행인 우승 발간일 2006-08-01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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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5-31 09:18 조회 2,613회본문
최영해보살의 불교설화
백련선사와 호랑이
살을 에는 듯한 세찬 바람에 나무들이 윙윙 울어대고 눈 보라마저 휘몰아치는 몹시 추운 겨울 밤, 칠흑같은 어둠을 헤치고 한 스님이 해인사 큰절에서 백련암을 향해 오르고 있었다.
『허허, 날씨가 매우 사납구나.』
한 손으로는 바위를, 다른 한 손으로는 나무를 잡으며 중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스님의 법명은 백련 스님은 가야산 깊은 골에 외따로 암자를 세워 자신의 법명을 붙여 백암이라 칭하고 동자 하나를 데리고 수도에 전념하고 있 었다. 스님이 암자를 비우면 어린 동자가 스님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흘로 암자를 지켰다.
오늘도 큰절에서 주무시고 가라고 붙잡았지만 스님은 막무가내였다. 사방이 어둠에 싸인 산길을 걷는 스님의 발길 은 험한 날씨 탓인지 오늘따라 무겁기만 하다. 잠시 서서 숨을 돌리던 백련스님은 그만 소스라치게 놀랐다. 스님의 눈앞 바위 위에 벌건 불덩이 두 개가 이글이글 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스님은 주춤 뒤로 물러서며 그 불덩이를 쏘아 보았다.
두 개의 불덩이 는 천천히 움직이 면서 온 산이 울리도록 쩌렁쩌렁 포효하는 것이었다. 호랑이였다.
스님은 놀란 마음을 가다듬은 후 기침을 두어 번 하고는 엄한 목소리로 호랑이를 꾸짖 었다.
『본래 너는 산중 의 왕이요, 영물 중 의 영물이거늘 어 찌 어둔 밤중에 이렇게 나타나 사람을 놀라게 하는고? 어서 물러서지 못 할까.』
'호통소리를 들은 호랑이는 더 큰소리로「어흥,어흥」 울부짖었다. 어찌 들으면 하소연같은 울음소리였다.
『허허, 그렇게 울부짖지만 말고 어서 길을 비키래도...』 그러나 호랑이는 물러서지도 달려들지도 않고 그저 울기만 했다. 언제까지 그렇게 대치할 수만도 없고 해서 스님은 호랑이 곁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호랑이는 어서 업히라는 듯 스님 앞에 자기 등을 갖다 대면서 수그려 앉는 것이 아닌가.
『오호! 참으로 기특한 일이로구나. 그런 뜻이라면 진작 알려줄 것이지... 자, 어서 가자.』
눈 깜짝할 사이에 백련암에 당도하여 스님을 내려 준 호랑이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튿날 아침, 호랑이는 다시 돌 아와 법당 앞에 꿇어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동자를 시켜 먹을 것을 줘도 호랑이는 고개를 저었고 아프냐고 물어도 고개를 저으며 자꾸 머리를 조아려 절을 하면서 뭔가 애원 할 뿐이었다. 점심 때가 기울어서 산에 해가 져도 호랑이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튿날도 그 다음날도.... 동자는 그만 가엾은 생각이 들 어 함께 살자고 스님께 간청했다.
사나운 짐승과 어찌 같이 사느냐고 선뜻 받아들이지 않던스님은 동자가 하도 졸라대니 호랑이에게 물었다. 호랑이는 기다렸다는 듯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아닌 가.
백련스님은 뭔가 생각하더니 함께 살기를 허락했다. ‘
『그래, 너도 이제 불제자가 되었으니 절대 살생을 해서는 안되며 동자와 화목하게 잘 지내야 하느니라.』
『어흥, 어흥』호랑이는 알았다는 듯 크게 두 번 울고는 동자의 손등을 가볍게 핥아 주었다. 『그리고 비록 짐승이지만 불자가 된 이상 예불에도 꼭꼭 참석하도록 해라.』 백련암 식구가 된 호랑이는 동자와 친형제처럼 정이 들었다.
동자는 산에서 맛있는 열매를 따다 주는가 하면 떡 한 조각이라도 남겼다가 호랑이에게 주었다. 스님이 외출에서 늦으면 둘이 마중나가 모셔오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백련스님은 마을에 내려갔고 호랑이는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갔다. 저녁밥을 하러 부엌에 들어간 동자는 산나물을 다듬다가 칼로 손을 베고 말았다. 빨간 피가 나왔고 상처는 쓰리고 아팠으나 동자는 붉은 피 가 아까웠다.『옳지, 기왕에 흘러나 온 피니 호랑이에 게 먹여야지.』 동자는 아픈 것을 참고 호랑이 오 기만을 기다렸다.맛 있게 익은 머루를 한 움큼 따가지고 돌아온 호랑이를 동자는 반갑게 맞 으며 피투성이 손 가락을 내밀며 빨 아먹으라고 권했다. 그러나 호랑이는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괜찮아, 이건 살생이 아니니 어서 먹어.』동자는 자꾸 졸라댔으나 호랑이는 선뜻 먹을 수가 없었다. 『그럼 이 피를 그냥 버리란 말야? 자, 어서 먹어 어서...』 호랑이는 할 수 없이 피를 빨아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생전 처음 사람 피 맛을 본 호랑이는 그만 제정신이 아니었다. 동자의 손가락까지 깨물어 먹기 시작했다.
『아이구 아파, 아이구...』호랑이는 본색을 드러내 동자를 아주 잡아먹고 말았다.
동자를 다 먹고 난 뒤 한잠을 푹 자고 난 호랑이는 그제 서야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구슬피 울기 시작했으나 동자의 모습은 찾을 길이 없었다. 그날 밤 뒤늦게 돌아온 백련선사는 이 일을 알고 대노하여 도끼로 호랑이 한쪽 발을 잘라 내쫓았다.
호랑이는 구슬피 울면서 백련암 근방을 배회하다가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었다. 다시는 사람 눈에 띄지 말라는 스님의 말에 따라 지금도 호랑이는 산 속 깊이 살며, 도끼로 한 발이 잘렸기에 발자국이 외길로 나타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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