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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음보살과 생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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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87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3-10-01 신문면수 10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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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한주영 필자법명 - 필자소속 불교환경연대 필자호칭 사무처장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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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3-10-10 15:43 조회 1,31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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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음보살과 생명 이야기

무지하여 많은 생명 살생한 일, 반성하며 절합니다.

놀이삼아 여러 생명 괴롭힌 일, 반성하며 절합니다. <환경명상 절 108배 중>


정찬주 작가가 편역한 <관세음보살 이야기>가 있다. 원전은 <행산보권>으로 <관음전> 또는 <관세음보살본행경>이라 불린다. 가섭불 시대에 홍림이라는 나라가 있었는데 연호는 묘장이고 국왕은 파가, 왕비는 보덕이었다. 보살은 셋째 공주로 태어났다. 이름은 묘선이다. 책에서는 그의 어린 시절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묘선은 짐승과 꽃나무들을 사랑하였다. 국왕이 사냥하여 가지고 온 다친 사슴을 몰래 치료하여 놓아 주기도 하고, 정원으로 나가 봄꽃, 여름꽆, 가을꽃, 겨울꽃 등 계절마다 꽃들을 손수 키워 꽃향기가 일년 내내 왕궁에 퍼지게 하였다. 뿐만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미물들도 묘선의 사랑을 받았다. 땅무 데나 버리지 못하였으며, 땅속의 벌레들이 다칠까 봐 뜨거운 물, 찬물을 아무데나 버리지 못하였으며, 개미들이 자신의 발에 무심코 밟힐까봐 함부로 뛰어다니지도 못하였다.

어느 때인가는 숲에서 어미 새를 잃고 시름시름 죽어 가는 새끼 새를 발견한 적이 있었는데, 공주는 정성을 다해 모이를 주며 힘껏 돌보았지만 새끼 새가 죽자 눈물을 흘리며 양지바른 곳이 묻어 주기도 하였다.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이 어릴 때부터 남다른 묘선 공주는 후일 천수천안의 관세음보살이 된 것처럼 어릴 때부터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환경을 조성해 준다면 그 아이들이 자라서 자비심이 많은 사람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싶다. 어릴 적에 무심코 생명을 죽이고 놀이 삼아 괴롭힌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울산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천도스님의 환경명상절 108배에도 그런 내용이 들어 있다. ‘16. 무지하여 많은 생명 살생한 일, 반성하며 절합니다. 17. 놀이삼아 여러 생명 괴롭힌 일, 반성하며 절합니다.’


도시화 된 현대사회에서는 인간과 인간이 만든 인공 구조물들에 둘러 싸여 있다. 모든 것이 자연에서 오지 않은 것이 없지만 자연상태로가 아닌 인간에 의해 가공된 상태로 돈을 주고 사고파는 상품들로 있다. 생명이 사라진 물건으로만 존재하는 것이다. 거기에서 사랑, 감사와 같은 행복의 원천이 되는 감정마저 탈락되었다. 그리하여 자기 안에 샘솟는 행복을 느낄 수 없게 된 사람들은 물건을 소비하고 소유함으로써 만족감을 느끼고자 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물건이 쏟아져 나오고 그것을 소유하면 더 행복해진다며 유혹하는 광고들로 넘쳐난다.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소유하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하고 그래서 더 많이 일하느라 쉴 틈이 없다. 다른 사람이나 다른 생명들을 돌볼 마음의 여유가 없다. 자기 자신조차도 돌볼 시간이 없이 지낸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어떤 일도 서슴치않고 하는 세상, 그것이 바로 자본주의 경제가 불러온 참상이다. 강에 보를 세워 강물을 흐르지 못하게 하면 수심이 깊어져서 얕은 물가에서 살던 물고기나 조게, 게 등이 살 수 없게 되고 모래톱이 사라지면 새들의 서식지도 사라진다. 그리고 갇힌 물은 썩어서 결국 생명이 살 수 없는 죽음의 강이 되고 만다. 거기에서 물고기를 잡던 어부들은 생계 수단을 잃었고, 녹조물로 농사를 지으니 무, 배추 등에서 독성물질이 검출되었다. 바다에 방조제를 세워 갯벌이 사라지자 갯벌에서 살던 수많은 생명들이 죽었고 어민들과 수산업종사자들이 생계수단을 빼앗겼다. 세계 청소년들이 자연 속에서 즐기는 청소년 축제인 잼버리도 이러한 장삿속에 망쳐버렸다. 생태가치가 높아서 보호하자고 나라가 정한 국립공원에까지 케이블카를 놓겠다고 한다. 멸종위기 산양이 살고 있는 설악산에도 케이블카를 놓고 반달가슴곰이 사는 지리산에도 산악열차를 놓겠다고 한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12년 전 지진과 해일로 인해 폭발한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능오염수를 기준치 이하라는 이유로 무해하다고 바다에 방류하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우리나라에서는 마땅히 이를 반대하고 국제해양법에 제소하여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려는 일본의 잘못을 막아야 함에도 오히려 안전하다고 홍보를 하고 있다. 희석해서 기준치 이하라고 하더라도 총량은 줄어들지 않는다. 일본은 30년간이라고 하지만 과학자들은 100년이 지나도 해결이 안 될거라고 한다. 그렇게 지금 당장은 몰라도 계속해서 쌓여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일본의 어민들도 반대했고, 중국의 수입금지조치로 벌써부터 고통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의 어민들과 수산업에도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 염려가 크다, 인간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바다에 사는 뭇생명들이 인간에 의해 죄없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 어린 관세음보살은 이럴 때 어떻게 했을까?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간 비구니스님들과 재가자들이 일본대사관 앞에서 매일 8시간이상 1인 시위를 이어갔다. 그리고 지금은 불교기후행동에서 이어서 하루 1~2시간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바다생태계를 살리기 위해서다. 생명을 사랑하는 관세음보살의 마음으로 일본과 한국의 정부에게 외친다.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지 말라고, 생명의 어머니인 바다를 지켜달라고. 지금 당장 눈의 띄는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쌓이면 바다 생태계에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고 결국 부메랑이 되어 우리 후손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인데, 어찌 부끄럽지 않겠는가?


천수천안 대자대비 구고구난 관세음보살님께서 어릴 때 눈에 보이지 않는 생물까지도 생각해서 뜨거운 물이나 찬물을 함부로 버리지 않았다고 하셨는데 그냥 차갑거나 뜨겁기만 한 것이 하니라 핵발전소 사고로 인해 방사능에 오염된 물을 뭇생명이 사는 바다에 버리는 일은 반드시 막아야 할 일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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