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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무리를 멀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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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53호 발행인 법공 발간일 2004-03-02 신문면수 3면 카테고리 -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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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 필자법명 진일심 필자소속 정심사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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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5-11 13:37 조회 2,90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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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무리를 멀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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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사 진일심 전수

“좋은 벗은 친하고 나쁜 이웃은 멀리하라. 새가 쉴 때에는 숲을 가려서 내려 앉듯이 사람도 배우려면 그 스승을 잘 택해야 한다. 좋은 숲을 찾으면 편히 쉴 수 있고 훌륭한 스승을 만나면 학덕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좋은 벗은 부모처럼 섬기고 나쁜 이웃은 원수처럼 멀리해야 한다.

학은 까마귀 벗할 생각이 없는데 봉새인들 어찌 뱁새를 짝할 마음이 있겠는가 소나무 숲에서 자라는 칡덩굴은 천길이라도 올라가지만 잔디 속에 있는 나무는 석자를 면할 수 없다. 어리석은 소인배는 그때마 다 멀리하고, 뜻이 크고 높은 사람은 항상 가까이 하라.

가고 오고 어느 때나 착한 벗 찾아 마음 속의 가시덤불 베어 버리라.

그리하여 앞길이 활짝 트이면 걸 음마다 그 자리가 뚫린 문이리라”

세상 삶 가운데 가장 어려운 일은 뭐니뭐니 해도 대인관계가 아닐까 싶다. 사람끼리 어울리는 일로 해서 살아가는 보람을 느낄 수 있고 사람의 일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속 을 상하기도 하고 때로는 절망과 좌 절의 늪에 빠져 허위적 거리기도 한 다. 제 명대로 살지 못하고 나머지 생애를 포기하고 마는 것도 대개는 인간관계의 갈등을 뛰어넘지 못한 데서 오는 비극적인 종말이다.

믿고 의지하면서 좋은 일에나 궂은 일에나 함께 웃고 울수 있는 친구를 가진 사람은 복받은 삶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을 턱놓고 속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이 삭 막한 세상에서 커다란 위안이요 의 지처가 아닐 수 없다. 항상 가까이는 대할 수 없다 할지라도 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나 스승이 거기에 그렇게 있다는 사실만이라 도 우리에게는 커다란 위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친구란 귀한 존재다. 그러기 때문에 아무나 친구가 될 수 없다. 그만 큼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에 많이 가질 수도 없다. 전 인생의 과정에서 마음을 활짝 열어 놓고 무슨 일이건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는 친구를 단 한 사람이라도 가진 사람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그런 사람이 야말로 인생의 찬가를 부를 만한 자 격자일 것이다.

겉으로는,친구인 체하면서도속 으로는 사기하고 질투하고 걸핏하 면 헐뜯으려는 거짓 친구가 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가. 이웃의 불행을 마치 자기 자신의 행복의 척도로 삼 려는 그런 사이비 친구가 우리 주위에는 얼마나 흔한가.

이런 속성은 우리들 마음 속에 들

어 있는 독이요, 중생의 부끄러운 영역이다. 거듭거듭 태어나기 위해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너나없 이 먼저 이런 함정에서 헤어나야 한다. 그 많은 불사와 흔해빠진 법회에 우리가 참여하는 것은 중생의 어 두운 탈을 벗어버리고 새롭게 형성 되기 위해서가 아니겠는가. 이밖에 어떤 공덕을 바라서라면 그는 가짜다.

현실적인 삶에 개선이 없다면 신앙은 무의미한 것, 그것은 한낱 타성에 젖은 습관이요 중독상태다. 그래서 개선이 없는 그릇된 신앙생활을 가리켜 마약이라고도 한다.

한국불교의 선각자인 고려의 목우자 보조스님은 처음 발심한 사람들을 가르치는 글 첫머리를 이와 같은 말로 시작하고 있다

"처음 발심한 사람들은 나쁜 벗을 멀리하고 어질고 착한 이를 가까이 하라"

친구의 영향이 어떤 것임을 경계한 가르침이다. 늘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에 안개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옷이 젓듯이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다. 

사람이란 개별적인 존재인 동시에 사회적인 존재다. 사람은 자신이 원하건 않건 간에 서로가 영향을 주고 받는다. 먹을 가까이 하면 그것이 튀어 검어지고, 나쁜 친구를 가까이 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오염이 되게 마련이다. 그래서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려는 사람은 뭣보다도 먼저 나쁜 벗을 멀리하고 그대신 

어질고 착한 사람과 가까이 사귀라는 것이다.초기 경전인 아함경에 보면〈선우〉라는 경전이 여럿이 나온다. 구도 생활에 있어서도 그만큼 어질고 착한 친구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다. 상응부 경전 45권에는 '반'이란 법문이 실려 있다. 한문번역으로는 잡아함경 27권에 선지식으로 번역되어 있다. 선우란 선지식과 같은 뜻으로 쓰인다. 

한 가정의 행불행도 따지고 보면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이나 남편 혹은 자녀와 부모를 가졌느냐 못 가졌느냐에 달려 있다. 아 무리 외부적인 여건이 풍족하게 갖추어져 있다 할 지라도 부부 사이에, 혹은 부모나 자녀들 사이에 신의와 존경과 사랑이 없다면 그 집안은 차디찬 의무만 남는 빈꺼풀이 되고 만다. 그와는 달리 비록 가진 것은 적더라도 서로가 믿고 의지하고 사랑으로 다져진 가정이라면 늘 잔잔한 기쁨이 베어나올 것이다.

〈숫타니파타〉에서 한 제자가 부처님께 묻는다.

“많은 사람들은 행복을 바라면서 행운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으뜸가 는 행복은 어디에 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부처님 말씀이, “어리석은 사람들은 가까이 하지 말고 어진이와 가까이 지내며, 존경할 만한 사람을 존경할 것, 이것이 더없는 행복이니라.” 하셨다.

유유상종. 사람은 사람끼리 어울 린다. 계꾼은 계꾼끼리, 도박꾼들은 도박꾼들끼리, 말 많은 사람은 말많은 사람끼리, 말없는 사람은 말없는 사람끼리, 예절과 신의를 갖춘 사람 은 또한 예절과 신의를 갖춘 사람은 또한 예절과 신의를 갖춘 사람끼리...

법구경에 “나그네 길에서 자기보 다 뛰어나거나 비슷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거든 차라리 혼자서 갈 것이지 어리석은 자와 길벗이 되지 말라.”

내 허물을 지적하고 충고해 주는 어진 사람을 만났거든 그를 따르라. 그는 감추어진 보배를 가리켜 준 고마운 분이니 그를 따르라. 그런 사람을 따르면 덕이 되고 나쁜 일은 결코 없으리라“

그가 사귀는 사람을 보면 바로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친구란 내 부름에 대한 응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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