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소유할 수 없어 감사하며 겸손해야
페이지 정보
호수 307호 발행인 록경(황보상민) 발간일 2025-06-01 신문면수 17면 카테고리 연재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필자명 한주영 필자법명 - 필자소속 불교환경연대 필자호칭 사무총장 필자정보 -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5-07-07 15:48 조회 9회본문
자연은 소유할 수 없어 감사하며 겸손해야
화엄경 제1품 세주모엄품
『화엄경』은 각기 40권, 60권, 80권으로 구성된 3종류가 있는데 그중에서 80권 『화엄경』에 관한 이야기이다.
80권 『화엄경』은 총 7곳에서 9번에 걸쳐 경이 설해지는데, 경전은 39품으로 나뉘어 있고 제1품이 「세주묘엄품」이다. 「세주묘엄품」에서는 처음에 부처님께서 보리수 아래서 바른 깨달음을 이루시고 비로자나인 법신으로서 미묘한 덕을 나타내신다. 이어 열 세계의 티끌 수같이 많은 보살과 몸 많은 신부터 대자재천왕에 이르기까지 39중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이들은 걸림 없이 원만한 공덕으로 『화엄경』 법문을 들을 만한 자격을 갖추고 부처님의 덕을 제각기 찬탄하였다. 이것으로써 대법을 연설할 도량과 법을 말씀할 교주와 법문을 들을 대중이 함께 원만하여서, 『화엄경』의 무량한 법문을 일으킬 준비가 온전히 갖추어진다.
이때 모인 신 중에는 무엇을 맡은 신이 있는데, 예를 들면 도량 맡은 신, 성(城) 맡은 신, 땅 맡은 신, 숲 맡은 신, 약 맡은 신, 농사 맡은 신, 강 맡은 신, 바다 맡은 신, 불 맡은 신, 바람 맡은 신, 방위 맡은 신, 밤 맡은 신, 낮 맡은 신과 같은 신이다.
옛사람은 이런 신이 실재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달로 눈에 보이지 않고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존재는 없는 것으로 간주 되었으며, 이것을 믿으면 미신으로 치부되었다. 이런 새로운 믿음은 자연에서 신성을 없애고 자연을 물질로 치부하며 생명력을 빼앗았다. 그래서 단지 물질인 자연, 생명이 아닌 기계인 자연은 이성을 가진 뛰어난 인간에 의해 지배되고 이용되는 대상일 뿐이었다. 이러한 이원론과 기계론적 세계관에 입각한 인간종 우월주의는 자연에 대해 어떤 짓도 서슴지 않게 할 수 있게 하였다.
땅을 채굴하고, 나무를 베고, 산을 깎고, 바다를 메우고, 강을 막아 댐을 만드는 일들을 통해 자원을 개발하고, 각종 편익 시설을 설치하고 공장을 돌려 대량생산 대량소비하는 산업자본주의 사회를 만들었다. 그 결과 우리는 기후위기와 생태계 파괴라는 결과를 마주하고 있다.
『화엄경』에서 자연은 각기 맡은 신이 있음을 알려 준다. 그것이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증명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우리는 연기의 세계관을 통해 모든 사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나라고 할만한 고정된 실체가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어떤 존재도 홀로 존재할 수 없고, 나 아닌 다른 존재에 의지해서 존재하므로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것은 없으며, 모두가 똑같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화엄경』에 등장하는 이 다양한 신들은 부처님께서 처음 깨달음을 이루셨을 때 이를 알아보고 모인 대중이다. 그들은 “모두 지나간 옛적 한량없는 겁 동안에, 큰 소원을 세우고 여러 부처님을 친근하여 공양하기를 원하였으므로, 그 소원대로 수행함이 원만하여서 이미 저 언덕에 이르렀다. 끝없이 깨끗한 복을 쌓았고, 모든 삼매로 행할 경계를 모두 통달하였고, 신통한 힘을 얻어 여래를 따라 머물렀다. 부사의한 해탈의 경계에 들어갔고, 여럿이 모인 곳에 있을 적에 위엄과 광명이 우뚝하며, 중생에 따라 마땅한 대로 몸을 나타내어 조복함을 보었다. 모든 부처님의 화신이 있는 곳마다 따라가서 화생하며 온갖 여래의 머무는 곳에서 항상 부지런히 수호하고 있었다.”
또 한량없는 농사 맡은 신[主稼神]이 있었으니, 이른바 부드럽고 맛 좋은[柔軟勝味] 농사 맡은 신, 때 만난 꽃 조촐한 빛[時華淨光] 농사 맡은 신, 빛과 기운 건장한[色力勇健] 농사 맡은 신, 정기 증장하는[增長精氣] 농사 맡은 신, 뿌리 열매 널리 내는[普生根果] 농사 맡은 신, 묘한 장엄 상투 둘린[妙嚴環髻] 농사 맡은 신, 윤택하고 조촐한 꽃[潤澤淨華] 농사 맡은 신, 묘한 향기 이룩한[成就妙香] 농사 맡은 신, 보는 이가 사랑하는[見者愛樂] 농사 맡은 신, 때 없고 깨끗한 빛[離垢淨光] 농사 맡은 신들이었다.
이런 이들이 우두머리가 되어 그 수가 한량없는데, 모두 큰 기쁨을 성취한 이들이었다.
復有無量主稼神,所謂:柔軟勝味主稼神、時華淨光主稼神、色力勇健主稼神、增長精氣主稼神、普生根果主稼神、妙嚴環髻主稼神、潤澤淨華主稼神、成就妙香主稼神、見者愛樂主稼神、離垢淨光主稼神……。如是等而爲上首,其數無量,莫不皆得大喜成就。
또 한량없는 강 맡은 신[主河神]이 있었으니, 이른바 빠른 물결 널리 내는[普發迅流] 강 맡은 신, 샘과 냇물 깨끗이 하는[普潔泉澗] 강 맡은 신, 티끌 없고 깨끗한 눈[離塵淨眼] 강 맡은 신, 시방에 두루 외치는[十方遍吼] 강 맡은 신, 중생을 구호하는[救護衆生] 강 맡은 신, 덥지 않고 깨끗한 빛[無熱淨光] 강 맡은 신, 기쁜 마음 널리 내는[普生歡喜] 강 맡은 신, 넓은 공덕 좋은 당기[廣德勝幢] 강 맡은 신, 여러 세상 환히 비추는 강[光照普世] 맡은 신, 바다 공덕 밝은 빛[海德光明] 강 맡은 신들이었다.
이런 이들이 우두머리가 되어 한량없는 수가 있었는데, 모두 부지런히 마음 써서 중생을 이롭게 하였다.
復有無量主河神,所謂:普發迅流主河神、普潔泉㵎主河神、離塵淨眼主河神、十方徧吼主河神、救護衆生主河神、無熱淨光主河神、普生歡喜主河神、廣德勝幢主河神、光照普世主河神、海德光明主河神……。如是等而爲上首,有無量數,皆勤作意,利益衆生。
농사는 농부의 땀방울만으로 되지 않는다. 태양과 달과 비와 바람과 구름 등 모든 자연이 조화를 이루어야 결실을 맺는다. 농사에도 이렇게 많은 신이 있고, 그들은 큰 기쁨을 성취한 이들이었다. 또 수많은 강에도 각각의 신이 있는데 그들은 모두 부지런히 마음 써서 중생을 이롭게 하였다. 우리가 입고 먹고 자고 생활하는 모든 것이 자연에서 오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연이 없으면 살 수 없고, 자연의 은혜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이다. 사람들이 만들었다는 그 어떤 물건도 자연에서 오지 않은 것이 없으며, 우리는 결코 자연을 만들 수 없다. 그러므로 자연은 스스로 그러한 존재다. 그러니 내 것이라고 할 수 없는 존재인 것이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무소유가 옳은 것이다. 그런데도 인간이 자연에 감사함을 잊어버리고 내가 자본을 투자했고, 내가 생산했고, 내가 샀으니까 내 것이고 그것에 대한 소유는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착각이고 부처님께서는 이런 것을 일러 전도몽상이라고 하셨다.
이제 이러한 착각과 오만에서 벗어나 자연 앞에서 겸손해지고, 자연의 은혜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려고 노력해 보았으면 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