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대성사, 현밀 넘나드는 통찰력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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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307호 발행인 록경(황보상민) 발간일 2025-06-01 신문면수 15면 카테고리 밀교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필자명 정성준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박사 필자정보 -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5-07-07 15:41 조회 7회본문
원정 대성사, 현밀 넘나드는 통찰력 보여
2. 자주정신과 의궤 전승
원정의 법설 가운데 ‘불교의 생활화’는 이전 포교가 선행되어야 하며, 포교는 종단이 지닌 다양한 불교문화의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원정이 연구하고 전한 『현밀원통성불심요집』의 심요가 새로이 연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정은 육자대명왕진언과 준제진언과의 관계를 연구하였다. 역사와 인문학, 의례의 발전은 항상 보존과 개발이라는 양면을 보여왔다. 인도불교의 초기 교단이 근본분열로 일컬어지는 상좌부와 대중부로 분열했고, 양 부파는 지말분열로 많은 학파가 생김으로써 부파불교 시대라는 새로운 인도 교단의 전성기를 마련하였다.
부파불교 시대에 아비달마(阿毘達磨)가 연구됨으로써 대승불교시대 대부분의 사상이 발생하였고, 불전문학을 통해 『화엄경』·『법화경』 출현의 초석도 마련되었다. 밀교에 중요한 불탑사상·법신사상과 중요한 의례의 근간이 이 시대에 마련되었다. 초기 교단에 존재했던 전통과 개발의 양 축은 결국 종단의 시대별 환경이었던 인간의 정신과 문화의 변화 때문이다. 불교 스스로 변한 것이 아니라 환경이 불교 교단의 변화를 재촉한 사례는 교단 최초 불상이 조성되지 않다가 굽타 시대에 불상이 조성되던 사연과도 같다. 허구를 빌려 불전문학이 출현한 것도 동일하다. 밀교에 다양한 본존이 존재하는 것은 인간의 번뇌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중생의 근기에 따라 다양한 본존과 염송법, 다라니가 출현한다. 그 본의는 중생을 위해 만들어진 다양한 약 처방이 수없이 존재하는 것이다. 경직된 의례를 보존하는 것은 빨간약으로 배앓이를 치료하는 것과 같다.
조선 시대 존재했던 범패는 전쟁이나 대기근, 전염병으로 죽은 억울한 생령을 위정자와 백성이 모인 도량에서 불보살을 청해 공양하고, 영혼을 위무하고 극락왕생을 축원함으로써 사회불안과 원한을 일소하고, 불심으로 단결하고 하나가 되었던 중요한 도량이었다. 조선 후기까지 범패 도량이 설행되고 지금까지 수륙재나 영산재가 존속한다는 것은 한국불교 전통문화로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지만, 보존된 것보다 소실된 것이 훨씬 많다.
밀교의 완성은 의궤를 통해 도량을 개설하고, 관정과 전법, 호마 등의 도량 의식이 존재하는 것이다. 원정이, “만다라라고 하는 무대는 석존만이 깨달음의 경지에 들어가는 특정한 좁은 장소가 아니고, 모든 사람이 깨달음의 경지에 들어가는 종자를 가지고 더욱더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인정하는 세계이다. 다른 방향으로 보면 이 감각을 마음에 머물게 한 것이 자성만다라다.”라고 한 것은 마음의 만다라를 가리키지만, 종단 차원에서 밀교 도량은 사회의 불안과 고통을 조정하고 국민의 아픔을 위무하고 용기를 주는 것이다.
소제목에서 ‘자주’라 말한 것은 불교사를 통해 수없이 차려진 밀교의궤의 상차림을 재현하고 활용하자는 것이다. ‘자주’란 말의 철학적 해석도 있지만 여기서는 일본 밀교종단으로부터 소실된 동아시아 밀교의 의례를 역수입하고 활용하자는 것이다. 일본 밀교종단은 그들 스스로 신라로부터 유입된 의궤 소재를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본래 신라 아사리들이 전한 것이기 때문에 한국 밀교종단 고유의 불교문화이다. 여기에는 많은 수정작업도 있을 것이고 후대에 가필된 흔적을 지우는 일도 있을 것이다.
다른 한 갈래는 티베트 불교에 내재해 있는 인도 나란다사 전통의 도량이다. 특히 대일여래 도량이나 『금강정경』계의 도량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총지종의 경우 『이취경』 도량은 더욱 중요하다. 『이취경』의 관련 문헌을 번역하면 『이취바라밀경』이 보다 고도화된 의궤로 발전하고 정비된 것을 알 수 있다.
자주는 필요한 것을 당당하게 수용해서 잘 사용하고 우리 것으로 순화하는 것이다. 그것은 개인과 국가, 사회단체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최근 한국은 불교수행 대신 명상이란 말을 선호하고, 선수행도 명상이란 말을 적용한다. 심지어 천주교, 기독교 교단도 명상한다고 한다. 이것은 불교의 실천 수행이 기호자의 의식을 이끌지 못하고 상업적인 명상단체의 성공에 끌려가는 것이다. 수많은 불교수행의 소재가 밀교의궤와 의식에 존재하기 때문에 종단의 미래를 위해 보다 다양한 밀교의 소재에 대해 그 수용 가능성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종회>
Ⅴ. 결어
밀교학자로서 한국밀교사에 큰 자취를 남긴 인물을 연구하는 것은 많은 책임이 따르게 마련이다. 원래 논문에서는 원정의 행장과 사상을 나누어 별도의 주제로 다루기로 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행장과 사상의 절충인 역사관을 주제로 삼았다. 논문에서 다룬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면 원정의 행장을 크게 다섯 시기로 나누어 구분하였다. 본 논문에서는 원정의 총지종 창종이 보이는 밀교사적 의미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첫째, 원정은 총지종의 종명에 대해 조선 초 총지종(摠持宗)과 독음을 같이 하여 한국밀교의 전승자로서 종단의 입지를 세웠다. 둘째, 원정은 소의경전으로서 『대승이취육바라밀다경(大乘理趣六波羅蜜多經)』(이하 『이취육도경』)을 선정해 인도불교사에 보이듯 현교 수학(修學) 후 밀교를 수행하는 인도불교 수행 자체의 근간을 두어 인도 대승불교의 정통으로서 밀교의 시원을 분명히 했다. 셋째, 원정은 준제(准提)진언을 수용하여 『대승장엄보왕경(大乘莊嚴寶王經)』에서 나아간 전적과 사상, 수행체계를 고루 섭렵해 제시하였다. 불공삼장(不空三藏)의 『준제경(准提經)』과 도진의 『현밀원통성불심요집(顯密圓通成佛心要輯)』을 중요시하였다.
넷째, 원정의 준제진언 수용과 참독은 총지종에 대해 한국불교 전승자로서 밀교종단의 입지를 세운 것을 평가할 수 있다. 원정의 법설 가운데 한국불교의 화엄, 천태, 정토, 선 등의 다양한 소재를 엿볼 수 있으며, 특히 준제진언을 통해 조선시대 선사들이 참선과 준제진언을 함께 참알한 선밀쌍수(禪密雙修)의 가풍을 수용해 선과 밀교의 원융한 면모를 수용하였다.
다섯째, 원정은 불교에 대해 인물보다 불법이 지닌 보편진리를 우선시했다. 그것은 석존의 입멸 후 인도 교단이 교조주의나 율법주의, 성전주의를 벗어나 법(法)의 교단으로 나아가게 할 석존의 유시와도 일치하며, 법신 비로자나여래가 보이는 보편원리의 정신과도 일치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본 논문은 원정의 행장과 사상에서 논의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일부를 제기한 것에 그친 것이며, 이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개진한 것은 아니다. 본 논문을 준비하면서 총지종의 전적과 기록을 살피고, 진각종의 자료를 참고하였지만, 시간상 충분한 자료의 섭렵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본 논문을 통해 얻은 개인적 교훈은 근·현대 한국불교의 밀교사 연구에 대한 중요성이다. 또한 외면할 수 없는 것은 나란다사에 성했던 불교연구이다. 나란다사 연구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현교와 밀교의 역사적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정 대성사 연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생전 당시 연구 자원이 열악한 데도 불교사 전체를 관통하는 혜안과 인도와 동아시아, 한국불교에 대해 현밀을 넘나드는 통찰력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대성사에 관한 연구가 더욱 이루어져야 한다. 회당과 대성사 양 성인이 합심해 인류의 스승으로서 펼치려 했던 꿈과 원력은 향후 후손의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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