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의 땅 붓다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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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305호 발행인 록경(황보상민) 발간일 2025-04-01 신문면수 10면 카테고리 신행 서브카테고리 남혜 정사의 위드다르마페이지 정보
필자명 - 필자법명 남혜 필자소속 - 필자호칭 정사 필자정보 -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5-04-15 15:15 조회 29회본문
성도의 땅 붓다가야
셋째 날,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으신 붓다가야로 가기 위해 새벽부터 서둘러 출발했다. 날이 밝지 않은 어두운 도로에 안개까지 자욱하게 내려앉자, 도로는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인도인 버스 기사는 당연하다는 듯 여유롭게 운전하고 있었다. 날이 밝고 한참 후에야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다.
인도의 시골길 풍경은 사뭇 낯설었다. 끝없이 펼쳐지는 농지와 띄엄띄엄 보이는 작은 숲, 도로변을 따라 이어지는 집, 그리고 집 앞의 작은 의자에 앉아 한가롭게 세상을 관조하는 사람들, 이 모든 것에서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풍요로움을 주는 땅과 강, 그리고 온화한 기후, 인도에 거지는 많아도 굶어 죽는 사람은 없다는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러한 환경이니 당연히 출가 수행자가 많았을 것이다.
7시간 넘게 이동한 후 부처님께 유미죽(우유로 만든 죽)을 올린 수자타 여인을 기념해 만든 수자타 스투파에 도착했다. 부처님께서는 6년 간의 고행 후 고행으로는 깨달음에 이르기 어렵다는 것을 아시고 네란자라강에서 목욕하셨다. 그리고 수자타 여인이 건네준 유미죽을 드시고 기력을 회복한 후 양극단을 벗어난 중도 수행을 통해 연기의 이치를 깨달으셨다.
수자타 스투파를 참배하고 탑돌이를 마친 후 네란자라강으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오르려는데 버스 앞에 젊은 남성 두 명이 책자를 보여주며 말을 걸었다. 인도인 가이드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두 사람은 인근의 학교 선생님인데 학교 운영 자금을 모으고 있다고 했다. 많지 않은 금액이지만 두 사람에게 기부하고 버스에 올라 네란자라강으로 향했다.
오후 늦은 시간,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이루신 보리수가 있는 곳에 세워진 마하보디 사원으로 향했다. 마하보디 사원 입구에는 많은 상가와 호객꾼이 수행자와 순례자, 그리고 관광객을 맞이했다. 마하보디 사원으로 들어가기 위해 신발을 작은 가게에 맡기고 맨발로 걸어서 사원으로 향했다. 마하보디 사원에는 세계 각 지역에서 온 수행자가 자리를 잡고 수행과 예불, 그리고 오체투지를 하고 있었다. 마하보디 사원에 도착하여 먼저 부처님께 예배드린 후 불족적과 깨달음을 이루신 보리수, 금강대좌를 참배했다. 그리고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이루신 후 7·7일(49일) 동안 수행하신 장소 일곱 곳을 참배하였다.
마하보디 사원을 둘러보던 중 그곳에서 수행하고 있던 수행자 한 분이 내게 와서 보리수잎을 내밀며 따라왔다. 물건을 파는 호객꾼으로 착각하여 “노머니! 노머니!”라고 하였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인도인 가이드가 “수행자께서 정사님이 전생에 같이 수행하던 도반이라며,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이루신 보리수잎을 주고 싶다 하신다”라고 말해 주었다. 그 말을 듣고 감사한 마음으로 보리수잎을 받은 후 서로 합장례를 하였다. 예전에 내가 전생에 외국인 수행자였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인연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마하보디 사원을 다 둘러보니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불공하기 좋은 장소를 찾다가 마침 부처님이 깨달음을 이루신 보리수 앞에 자리가 비어 스승님들과 함께 법의를 갖추어 입고 티베트 스님들이 빌려주신 방석을 깔고 앉아 불공을 시작했다. 주변 여러 곳에서도 불공하고 있었고, 스피커를 사용해 집공하는 곳도 있어서 나의 집공 소리가 묻혔다. 함께 불공하시던 스승님들이 불공 소리를 맞추기 어려웠다. 집공하던 중 우리 종단 현실과 닮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불공이 끝난 후 스승님들께 “불공 소리도 제대로 못 맞추는데 어떻게 종단이 화합하고 발전할 수 있겠습니까?” 하고 큰 소리로 이야기했다. 그러자 스승님들이 “집공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서 그렇다.”라고 하셨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앞으로 내가 더 잘해야겠다.’라고 다짐했다.
호텔에 도착하여 저녁 공양을 하고 있는데 마하보디 사원에서 한 달째 수행 중이라는 한국에서 오신 비구니 스님이 “라면을 끓였다.”라며 먹어보라고 그릇에 담아주셨다. 라면은 어디에서 먹느냐, 누가 끓여주느냐에 따라 맛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숙소에서 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에 뜬눈으로 다음날을 맞이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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