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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에서 온 문화테러리스트 비디오 아트 백남준의 예술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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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94호 발행인 법등[구창회] 발간일 2016-01-04 신문면수 11면 카테고리 불교문화산책 서브카테고리 서하보살의 불교문화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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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강지연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강지연 구성작가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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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06 05:35 조회 1,75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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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에서 온 문화테러리스트 비디오 아트 백남준의 예술 속으로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1월 2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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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년 새해가 밝았다. 붉은 원숭이의 해, 새해맞이는 광화문 인근에서 해보는 것이 어떨까? 서울 도심 한복판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안팎으로 미디어아트 전시가 한창이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는 미디어아트 선구자 백남준의 서거 10주기를 맞아 ‘백남준 그루브_흥’ 전시가, 회관 바깥 대극장 기둥에선 미디어 파사드가 상영 중이다. 세종현대모터갤러리가 선보인 세계적인 미디어아티스트 맷 파이크와 베니스비엔날레 한국대표 작가 이용백의 작품이다. 먼저 ‘백남준 그루브_흥’ 전시부터 살펴보자. 이 전시는 지난 4월 미술관을 재개관한 후 미술관이 선보이는 첫 기획전이다. 백남준 서거 10주기가 되는 1월 29일까지 전시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비디오아트 창시자, TV로봇으로 알려진 백남준 선생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한다. 백남준의 2000년 작품 ‘호랑이는 살아 있다-월금,첼로’,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작품인 ‘보이스 복스(Beuys Vox)’, 그리고 ‘피버 옵틱(Phiber Optik)’ 등을 선보인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미국 영상자료원(EAI)이 백스튜디오 로부터 공식승인 받아 대여한 영상작품과 기록물 8점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귀중한 전시다. ‘백남준 그루브_흥’이 특별한 이유는 지금까지 설명 없이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백남준  작품에 대해 그 외형뿐만 아니라 작품 속 영상들의 내용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됐기 때문이다. 전시장에는 백남준 선생이 제안하는 자신의 작품 감상법이 있다. 첫째, 셀프 없이 너 스스로 해라. 둘째, 예술을 고상하게 만드는 좌대를 치워버리자. 셋째, 나의 비디오아트를 보기 위해서는 의자가 필요하다. 자 이제 의자를 준비해 앉았다면 본격적인 작품 감상을 시작해야 한다. 백남준 선생은 이렇게 제안한다. ‘좌우간 나의 작품을 30분 이상은 보라.’ ‘눈을 4분의 3 감고 보라.’ ‘극단적인 집중을 하라.’ ‘그러니 직접 해보라.’ 이 네 가지이다. 그리고 하나 더 제안하는 것은 ‘처음에는 재미있겠지만, 나중에는 필시 지루해질 것이다. 그러니 견딜 것.’ 재미를 다시 느낄 때까지 꾸준히 견디라고 제안한다. 이렇게 견디고 나면 ‘이러한 파동이 쌓이다 보면, 당신은 아마도 아름다움과 아름답지 않음의 

차원을 뛰어넘는 경지에 다다를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전시장의 입구에 설치된 작품 감상법을 충분히 숙지했다면 벽에 쓰여 있는 백남준 선생의 말들을 음미해보자. “보통 사람들에겐 100%의 자유가 필요하지만 전위예술을 하려면 1천%의 자유가 필요합니다.” “달을 보면서 토끼가 떡방아 찧는 장면을 상상하는 등, 달을 중요한 볼거리로 여겼기 때문에 달이 가장 오래된 TV이다.” 백남준 선생의 말 속에는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선생의 일대기도 그루브를 타듯 벽면에 지하철 노선도처럼 표현돼 있어 재미를 더한다. 미디어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은 누구인가. 백남준 선생은 일제강점기가 한창이던 1932년 여름, 서울 종로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와 작곡을 배우며 음악적인 재능을 뽐냈던 그는 1949년 홍콩에서 유학하고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전 온 가족으로 일본으로 이주해 미술사학 및 음악사학을 전공했다. 1956년 독일로 유학을 떠난 백남준 선생은 뮌헨대학교와 쾰른대학교 등에서 서양의 건축, 음악사, 철학 등을 공부하며 내공을 다졌다. 1958년은 백남준 선생에게 특별한 해였다. 현대음악가 존 케이지를 만났기 때문이다. 존 케이지는 20세기 전위예술 분야의 가장 위대하고 독창적인 작곡가이자 음악이론가, 작가, 철학자, 예술가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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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가 비좁아 오케스트라가 들어갈 자리가 없자 피아노 줄에 이물질을 삽입해 다양한 소리를 내는 이른바 ‘조작된 피아노 (prepared piano)’를 고안한 일화가 유명하다. 존 케이지는 20세기 작곡가 중에서 가장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킨 인물이자 문화 예술계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인물이기도 하다. 때문에 백남준을 비롯해 평생 공동 작업을 했던 무용가 머스 커닝햄과 화가, 설치예술가, 영화감독 등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40년대 후반부터 존 케이지는 선불교 사상에도 심취해 그의 작품에는 선불교 사상이 묻어있다. ‘찰나’의 개념을 작품의 대주제로 도입했던 것. 그의 음악이론을 정립하는데도 선불교 사상은 큰 역할을 했다. 세상으로부터 받은 인상을 지워버리는 탈세간의 불교적인 방안이 바로 음악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케이지의 ‘찰나’의 개념은 제자인 백남준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1950년대 말부터 활발해지기 시작한 독일 라인 지역의 음악 퍼포먼스의 장에서 백남준은 ‘아시아에서 온 문화테러리스트’ (앨런 카프로)라고 불릴 정도의 탁월한 퍼포머로 활약했다. 1959년 ‘존 케이지에게 보내는 경의’에서 피아노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것을 시작으로, 바이올린을 파괴하거나 (바이올린 솔로) 존 케이지의 넥타이를 잘라버린 퍼포먼스(피아노 포르테를 위한 연습곡)가 특히 유명하다. 

존 케이지의 이름을 본 따 만든 ‘존 케이지가 새장 안에’라는 작품은 케이지가 의미하는 새장 안에 피아노 건반과 존 케이지의 모습을 담은 비디오화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백남준 선생이 존 케이지에게 바치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경기도에 있는 백남준 아트센터에서 공개되기도 했다. 이뿐이랴. 백남준 선생은 1961년 카를하인츠 슈토크하우젠의 음악 퍼포먼스 ‘오리기날레’에서 머리와 넥타이로 잉크를 묻혀 두루마리에 흔적을 남기는 독특한 퍼포먼스 머리를 위한 선을 보여주기도 했다. 1960년대 초반 조지 마키우나스, 요셉 보이스 등을 만나 플럭서스 활동을 전개했다. 다다이즘에 영향을 받은 플럭서스는 헤라클레이투스가 주장한 ‘변화 생성의 흐름’ 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여 이벤트와 퍼포먼스 그리고 음악에 주력했고, 세계로 퍼져나갔다. 백남준 선생의 작품은 찰나의 순간을 영상으로 담아낸다. 찰나와 영원. 그 어딘가의 지점을 담아내 깊이 사유하게 만든다. 백남준 선생은 비디오아트라는 첨단 소재로 시공을 초월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아낸다. ‘TV부처’라는 작품은 선생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비디오 조각 중 하나이다. 불상이 모니터와 마주하고 앉아있는 이 작품은 모니터 뒤의 카메라가 불상의 정면을 촬영해 보여준다. 선생은 불상을 자기 자신과 동일시하거나 분신으로 여겼던 것이다. 불상 대신 선생이 직접 카메라 앞에 설 때는 보살로 분장하기도 했다. ‘선(禪)을 위한 TV’ ‘카르마’ ‘손부처’ ‘테크노 부처’ ‘머리를 위한 선’ ‘영화를 위한 선’ 등 선생은 선사상을 담은 작품들을 꾸준히 작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불교적인 소재로 작업한 작품은 나오지 않았지만 선생의 작품을 아우르는 찰나의 의미가 어떻게 표현되어 있는지 작품 속에서 찾아보는 건 어떨까? 편견에 갇힌 우리의 시선을 바꾸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백남준 그루브_흥’을 만끽했다면 이제 밖으로 나와 세종문화 회관의 기둥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현대자동차의 후원으로 조성된 ‘세종 현대 모터갤러리’에서 이용백의 ‘‘I’를 위한 컬렉션’, 맷 파이크의 ‘러닝맨’ 등이 상영되고 있다. 건물 외벽이 최신의 미디어아트 전문 상영 전시장으로 변신한 것이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전면에 세종대로 방향으로 나 있는 6개 기둥에 롤 스크린 5개가 설치된다. 빛의 밝기를 고려해 로비 방향에서 프로젝터를 사용해 스크린에 영상물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전시를 보여준다. 스크린 한 개의 크기는 가로 4.6m, 세로 8m이며, 5개 스크린을 고려한 총 면적은 가로 23m, 세로 8m이다. 무료로 감상할 수 있으며, 운영시간은 일몰 후 30분부터 밤 11시까지다. 앞으로 5년간 연중 다양한 미디어아트 작품 상영과 시민들이 참여하는 체험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내부에는 같은 기간 이병찬의 ‘Urban Creanr 빠져보자. ture’, 한기창의 ‘뢴트겐의 정원’이 전시된다. LED, 전동모터, X선 필름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미디어아트 작품이다. 1월 29일까지 진행되는 다양한 미디오아트의 세계에서 병신년의 새 기운을 담뿍 받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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