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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의 꾀에 넘어가 죽은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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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02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6-09-01 신문면수 4면 카테고리 불교이야기/칼럼 서브카테고리 부처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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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14 09:33 조회 2,60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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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의 꾀에 넘어가 죽은 사자

예로부터 토끼는 꾀가 많기로 유명하여 별주부전에도 그의 지혜를 자랑하는 이야 기가 나온다. 그런데 불본행집경(佛本行集 經)에서는 그 토끼의 재주 때문에 만수천류 (萬獸千類)가 마음 놓고 생활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여 박수갈채를 받는 이야기가 나온 다. 어떤 숲 속에 사자 한 마리가 찾아왔다. 소 담스런 금빛 형형하게 빛나는 눈, 힘이 넘치 는 것 같은 굵은 발, 어느 것 하나 장부의 기 상을 갖지 아니한 것이 없었다. 그래 그는 넓 은 산을 마음대로 돌아다니면서 한번 크게 소리쳤다. 

「어흥」천하는 바로 그의 것이였다. 누구 하나 대꾸하는 자가 없었다. 사자의 그 무시 무시한 소리만 들어도 숲 속에 짐승들은 모 두 제집으로 들어가 벌벌 떨고 있었다. 사자 는 느릿느릿 숲 속을 돌아다니면서 숨어 있 는 짐승을 차례로 찾아내어 닥치는 대로 잡 아먹어 버렸다. 이것은 여간 큰일이 아니었 다. 이런 일이 언제까지나 계속된다면 이윽 고 숲 속의 짐승들은 남김없이 죽어 없어질 것이 뻔하였다. 짐승들은 밤늦게 몰래 모여 서 사후대책을 강구하였다. 그러나 아무런 궁리해도 좋은 계책이 생각나지 않았다. 

새 벽녘이 되어서야 겨우 한 가지 생각이 떠올 랐다. 그래서 그들은 그 한 가지 생각을 가지 고 사자에게 가기로 하였다. 그러나, 누가 대 표로 갈 것이냐 하는 것이 결정되지 않아 궁 리를 계속하고 있다가 마침내 고슴도치가 자청하고 나와 모두 함께 가되 용기 있는 고 슴도치가 대표자로 앞에 나아가 말하기로 하였다. 「임금님」사자의 집 앞에서 고슴도치가 소리쳤다. 「뭐냐?」굴속에서 무시무시한 목소리가 울려 나오자 모두 놀라 움추리기 시작하였다. 

「임금님, 부탁드릴 것이 있습 니다.」「무슨 부탁이냐?」 사자가 굴 앞에 육중한 모습을 나타내자 짐승들은 더욱 움추리며 벌벌 떨기 시작하 였다. 그러나 고슴도치는 임금님 앞으로 바 싹 다가가 말하였다. 「이대로 가다가는 숲 속의 짐승이 씨가 마 를 염려가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 「매일 한 마리씩 임금님께 자청하여 찾아 오기로 하면 어떻겠습니까?」 「좋다. 약속은 엄격히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아니하면 한꺼번에 모든 짐승을 다 잡아먹 으리라.」 

그리하여, 이튿날부터서는 선출된 짐승 들이 동료들의 융숭한 대접을 받고 눈물의 전송 속에 사자에게 갔다. 그런데 어느 날 토 끼 한 마리가 사자에게 가게 되었다. 울면서 길을 떠난 토끼는 어떻게 하면 죽 음을 면할 수 있을까, 온갖 궁리를 다 하며 걸어갔다. 그런데 도중에 가 우물 옆을 지나 가는데 문득 자기의 그림자가 그에 비치는 것이 아닌가. 그는 무릎을 탁치며, 「됐다. 이것이다.」 하고 부지런히 걸어갔다. 그러나 우물가에 서 많은 생각을 하다 갔기 때문에 시간이 조 금 늦었다. 화가 난 사자는 섰다 앉았다 안절 부절하면서, 「이 놈들이 나를 속여」하고 노기가 충천했다. 그 때 마침 토끼 가 찾아왔 다. 

「네 이놈, 왜 이리 늦었느냐?」 「예, 죄송합니다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 니다.」「뭐,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예, 도중에 임금님과 똑같이 생긴 사자를 한 마리 보았습니다. 나를 잡아먹으려 하기 때문에 내가 임금님께 간다고 하였나니 화 를 벌컥 내면서 <이 산중의 왕은 나인데 나 이외에 또 누가 있다는 말이냐! 그놈을 내가 혼 짝을 내어 주리라>하였습니다. 그래서 늦어 졌습니다.」 임금님은 온 몸을 벌벌 떨면서, 「뭐, 어떤 놈이 그런 소러를 해, 내 그놈을 작살을 내 주리라, 어서 길을 인도하라」하 였다. 그리하여 토끼는 발걸음도 가볍게 그 를 인도하고 우물가에 도착하였다. 「바로 저 속에 들어 있습니다.」 사자가 높이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과 연 자기와 똑같은 사자 한 마리가 자기를 처 다 보았다. 「어흥」하고 한번 크게 소리를 지르니 그 도 따라서 똑같이, 「어흥」하고 소리를 질 렀다. 

그리하여 그는 화가 난 얼굴로 이러 뛰 고 저리 뛰며 요동을 하니. 물속의 사자도 똑 같이 소리치며 야단을 하였다. 화가 난 사자는 자기의 모습을 우러러 보 다가 그만 물속으로 쑥 들어가 그와 싸우려 하였다. 그러나 그는 물속에 들어가자마자 그 육중한 몸이 깊은 못에 잠기어 죽으면서, 「토끼야 날 살려라, 토끼야 날 살려다오.」 마지막 소리를 남기고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 소식을 들은 산짐승들은 모두 토끼를 에워싸고 둘러서서 춤을 추고 노래하였다. 

(불본행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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