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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 비물질을 바라보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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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04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6-11-02 신문면수 11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서 하 보 살 의 불교문화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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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강지연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강지연 구성작가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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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14 11:27 조회 2,26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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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 비물질을 바라보는 시선
만듦으로 사유하기 보따리에 담긴 허공, 不二 이치 담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김수자-마음의 기하학 殿 7월 27일부터 2017년 2월 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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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자 작가


나는 누구인가. 부처님이 던진 의문은 무아설을 탄 생시켰다. 나는 누구인지, 물질과 허공의 경계는 무 엇인지, 불교의 사유관을 담은 작품들이 공개됐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가 김수자 작가가 내 년 2월 5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마음의 기하학’殿을 통해 관객들과 만난다. 작가는 소리, 빛, 이불보 등을 이용한 장소 특정적 설치, 퍼포먼스, 비 디오, 사진 등의 작업을 통해 자아와 타자에 대한 이 슈를 탐구해 왔다. 이번에 공개하는 작품에서는 ‘만 드는 행위’에 사유를 입혔다. 

지난 30년간 보따리와 이불보를 이용한 설치작품 을 통해 현대미술의 창작방식 그리고 행위, 이민, 망 명, 폭력과 같은 사회적 쟁점들을 탐구해 온 김 작가 는 “그동안 물질성을 통해 비물질성을 드러내는 작 업을 했다. 물질성과 비물질성, 안과 밖, 삶과 죽음, 내 부와 외부, 남성과 여성 젠더 문제 등 이중성에 의문 을 갖고 삶과 예술의 근거로 답을 나름대로 제시해 왔다. 이 시점에 현대차의 도움과 국립현대미술관 서 울관의 초대에 힘입어 지속하고 있던 의문 보따리를 풀 계기를 만들게 됐다”고 이번 전시를 설명한다. 김수자 작가는 지난해 개인전 ‘호흡’을 메츠퐁피두 센터에서, 개인전 ‘실의 궤적’을 빌바오 구겐하임미 술관에서 열었다. 또한, 2013년 ‘베니스비엔날레’ 한 국관 대표작가 개인전인 ‘호흡-보따리’를 개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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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기하학, 2006-2015, 작가의 요가메트


“자신과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인간에 대해 연 구하고, 이 시대의 정치, 문화, 사회적 쟁점에 대해 탐구하는 김수자 작가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 다” 



전시작에서 사유의 흔적을 만나다 

‘마음의 기하학/Archive of Mind’ 

전시제목이기도 한 이 작품은 무언가를 ‘만드는 행 위’ 자체에 얽힌 규범적인 문제에 관해 작가가 사유 한 바를 제시한다. 

이 작품은 관람객이 직접 작품에 개입하는 참여형 워크숍으로 진행되는 작품. 작가는 캔버스의 기능을 겸하는 19m 길이의 타원형 나무탁 자 위에 관람객이 찰흙 덩어리를 구(球)형으로 만들 어 놓도록 요청했다. 과거 ‘보따리’라는 작품을 선보 여온 작가는 ‘보따리’라는 개념을 물질과 비물질을 감싸는 방법론으로 풀이했던 데에서 영감을 얻어 작 업을 구상했다. 작가가 요구하는 모양을 만들기 위해 손으로 찰흙을 감싸며 굴리는 순환적인 행위는 관객 이 자신의 마음 상태를 물질로, 다시 물질에서 무(無) 로 전환되도록 만든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두 손 바닥에 가하는 균형적인 힘 사이의 양극성을 체험하 도록 한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이 손 안에서 구현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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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기하학, 2016



‘구의 궤적/Unfolding Sphere’(2016) 

이번에 새로 전시한 사운드 퍼포먼스 신작 ‘구의 궤적’은 구형의 찰흙이 갖고 있는 표면의 기하학적 구조를 소리의 실타래로 풀어내며, 탁자 위에 흩어져 있는 구형들과 조응하며 우주적 조형성을 드러낸다. 




‘몸의 기하학/Geometry of Body’ 

이 작품은 2006년부터 작가가 사용했던 요가 매트 로 작가의 손과 발이 닿은 흔적들로 이루어진 작품이 다. 요가를 하는 동안 작가의 신체적 움직임과 중력 을 비가시적인 차원으로 담아 낸 이 요가 매트는 작 가의 회화 작업에서 보여준 신체성에 관한 지속적인 관심을 드러낸다. 요가에서 가장 중요한 호흡을 완성 하며 신체가 그려낸 동작은 정신과 몸이 혼연일체가 되는 삼매의 순간이다. 몸의 흔적으로 나타나는 새로 운 개념의 회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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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연구, 1981


‘몸의 연구/A Study on Bod’y 

1980년대 초에 신체, 평면, 그리고 공간의 역학 구조에 대한 실험으로 작가의 퍼포먼스를 실크스 크린으로 제작한 것이다. 이 작품은 역사적, 사회 적, 문화적으로 연관되어 온 작가의 프로젝트-‘보따 리/Bottari’, ‘보따리 트럭/Bottari Truck’, ‘바늘 여인/A Needle Woman’, ‘몸의 기하학/Geometry of Body’ 등– 에 드러난 세계의 수직적 수평적 구조에 개념적 기반 을 두고 있다. 




‘숨/One Breath’ 

작가가 바느질을 중단한 1992년 이후 처음으로 제 작한 디지털 자수 작품이다. 이 작품은 호흡 사운드 퍼포먼스 ‘직물 공장/The Weaving Factory’(2004)의 음파 그래픽의 한 숨을 디지털 자수로 수놓은 것이 다. 들숨과 날숨이 만들어 내는 파동은 직물 사이를 누비는 바느질을 통하여 그 구조와 형식을 보여 준 다. 음과 양, 삶과 죽음의 순환을 시각적으로 형상화 해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본질은 같다는 것을 드러 낸다. 




‘연역적 오브제/Deductive Object’ 

작가의 신체를 직접 캐스팅해 제작한 조각. 테이블 위에 두 팔을 서로 마주 보고 있는 형태로 놓은 작품 이다. 양 손의 엄지와 검지는 서로 맞닿아 있어서 ‘비 움’, 혹은 ‘허공성(虛, void)’을 드러낸다. 물질의 비물질 화로 전개되어 온 작가의 작업 과정 속에서 이 작품 은 물질화를 통한 비물질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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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역적 오브제, 2016, 철, 페인트, 거울



‘실의 궤적 V/Thread Routes V’(2016) 

작가는 2010년 이후 전 세계를 무대로 진행 중인 영상 작품 시리즈 ‘실의 궤적/Thread Routes’의 새로 운 챕터(Chapter V)를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했 다. 총 여섯 개의 챕터로 구성된 ‘실의 궤적/Thread Routes’은 직물 문화의 퍼포먼스적인 요소와 자연, 건 축, 농업, 젠더 관계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구조적 연 관성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은 내러 티브가 없는 시각적 시이자 인류학으로 여겨져 왔다. 신작 다섯 번째 챕터는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 나바호 족과 호피족이 살아가는 지역에서 촬영됐다. 인디언 보호구역에 해당하는 애리조나의 쉽락과 캐니언 드 셰이, 그리고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인 뉴멕시코의 차코 문화가 간직한 폐허 같은 건축적 환경 등 지질 학적으로 경이로운 경관을 배경으로 삼는다. 이와 같 이 기념비적인 형상들은 직물을 짜는 원초적이고 근 원적인 행위와 아메리카 원주민 문화의 정제된 기하 학적 구조와 대조를 이룬다. 이것은 ‘세계’라는 직물 을 짜고, 감싸고, 풀어내는 행위에 대한 작가의 인류 학적 탐구의 정점을 보여준다. 




‘연역적 오브제/Deductive Object’ 

마당에 설치한 야외 조각으로 ‘우주의 알’로 알려 진 인도 브라만다의 검은 돌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 다. ‘보따리의 기하학’의 또 다른 표현으로, 브라만다 형태를 보따리로 형상화하여 오방색 띠를 두른 타원 체로 나타난다. 작품 하단의 거울평면은 그 대각선의 중심에서 타원형의 오브제를 지지하는 플랫폼이자 물질과 비물질의 경계로 기능한다. 이 작품은 작가의 초기 작업부터 지속된 신체와 기하학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보여준다. 전시장 밖 전시마당에 있는 야외 조각인 ‘연역적 오브제’ 작품에 대해서 김 작가는 “보따리가 갖고 있 는 기하학적인 구조를 재정의하는 분석작업과 동시 에 하나로 재통합하는 작업이다. 그 아래에 깔린 거 울은 바로 우주가 물질과 비물질 사이의 공간을 거울 을 통해 볼 수 있게 한다”고 전했다. 




‘호흡/To Breathe’(2016) 

필름 설치 작품인 ‘호흡/To Breathe’는 특수필름을 이용한 장소특정적 설치 작품으로, 공간의 허공성 (虛, void)을 건축물의 표면으로 확장하고 보따리의 개념을 빛의 언어로 비물질화함으로써, 회화에 대한 작가의 초기 명상의 결정체를 보여준다. 지난 30년 동안 작가는 세계의 수직수평 구조에 근거한 천지인삼재(天地人三才)와 회화의 평면성에 대한 질문들로부터 작품들을 전개해 왔다. 보따리를 통해 색즉시공의 진리를 담아내고, 거울을 통해 물질 과 비물질의 다르지 않음, 불이를 단적으로 드러낸 다. 불교적인 소재를 쓰지 않고도 가장 부처님 가르 침을 구현해낸 김수자 작가의 작품에서 세상을 관통 하는 진리의 정체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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