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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맞이 전시 나들이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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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02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6-09-01 신문면수 7면 카테고리 불교문화산책 서브카테고리 서 하 보 살 의 불교문화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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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강지연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강지연 구 성 작 가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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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14 09:43 조회 2,02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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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맞이 전시 나들이 떠나자

폭염의 뒤끝, 평상시 기온보다 높은 온도는 10월까지도 영향을 미친다는 전망이다. 슬슬 가라앉는 열기 속에 맞이할 가을. 더위에 지친 마음을 가득 채울 전시가 찾아온 다. 입체가 평면이 되고, 정적인 이미지가 동적인 움직임을 만날 때를 담아낸 전시 속에서 평범했던 것이 달라지는이 질적인 변화에 매료된다. 가을 맞이 전시 나들이에 나설 시간. 길었던 여름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 전시의 매력에 퐁당 빠져보자.  


어리숙하면서 순진한 초월의 흰빛 화폭에 옮긴 달항아리에 빠지다 

최영욱 ‘인연 KARMA’ 

8월22일~9월30일 

갤러리 비선재 02-793-5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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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욱 -달항아리


눈처럼 하얗고 둥그런 아름다움, 달항아리. 그 모 습이 보름달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조선시대를 풍미 한 백자의 이름이다. 백자 달항아리는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정서가 가 장 성공적으로 표현된 예술품의 하나. 미술사학자 고(故) 최순우 선생은 “흰빛의 세계와 형언하기 힘든 부정형의 원이 그려 주는 무심한 아름다움을 모르고 서 한국 미의 본바탕을 체득했다고 말할 수 없을 것 이다…. 아주 일그러지지도 않았으며 더구나 둥그런 원을 그린 것도 아닌 이 어리숙하면서 순진한 아름 다움에 정이 간다”라고 백자 달항아리의 아름다움 에 대해서 찬미하였다. 

“넉넉한 맏며느리 같다”는 찬 사 또한 덧붙였다. 미술사학자 겸 고고학자였던 김 원용 선생은 “이론을 초월한 백의(白衣)의 미”라고 노래했다. 달항아리는 규모가 커서 한 번에 물레로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위와 아래의 몸통을 따로 만들어 붙 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반듯하게 비례가 맞은 것도 있지만, 만든 사람의 손맛에 따라 둥근 형태가 각각 달랐다. 그렇 기 때문에 달항아리는 완벽한 조형미 보다는 부정형 의 둥근 멋이 특징이다. 이런 달항아리를 화폭에 담은 작가가 있다. 

3차원 입체 달항아리는 최영욱 작가에 의해 2차원 평면 캠 버스로 옮겨진다. 인간의 보편적인 이야기를 도자기 라는 이미지를 매개체로 삼아 작가는 소통에 나선 다. 최 작가는 자신의 작가노트에 이렇게 남겼다. ‘나 는 도자기라는 이미지를 소통의 매개체로 선택했다. 그 안에 내 삶의 이야기를 풀었고, 동시에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들을 담았다. 도자기는 우리 인생사와 많이 닮았다. 도자기의 선은 인생의 여러 길 같다. 갈라지면서 이어지고, 비 슷한 듯하며 다르고, 다른듯하면서 하나로 아우러진 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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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연(BUDDHAS)


하얗게만 보이는 달항아리의 몸체에는 사실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선들이 교차한다. 도자기 표면에 바른 유약이 고온의 가마 속에서 구워질 때 자연스럽게 생기는 가느다란 균열인 빙열 의 질감을 작가는 화폭에 그대로 담아낸다. 이 선들이 사람과 사람의 만남, 또는 인간 삶의 편 린과 추억을 불러일으키고자 의도한 것이다. 균열된 선 하나하나는 삶이자 인연이다. 빙열을 독창적인 장식처럼 사용한 고대 도공들처 럼 달항아리 빙열 속에서 삶의 인연, 기억의 실타래 를 풀어낸다. 하나가 갈라지고 또 갈라져 같은 듯 다른 도자기 의 빙열. 그것을 인간 앞에 놓인 인생의 여러 길로 작 가는 해석한다. 작가는 커다란 캔버스를 하얗게 칠하고 달항아리 의 형태를 잡은 후에 동양 안료와 아크릴 물감을 섞 어 색을 입힌다. 

빙열은 얇은 붓으로 세밀하게 그려 낸다. 채색한 것을 말린 다음 사포로 문질러 실제 달항 아리와 유사한 질감을 표현하는 것. 이러한 작업을 수십 번 반복해야 화폭에 달항아리의 형태가 드러난 다. 이렇듯 세밀하게 표현된 빙열은 화폭에 담긴 달 항아리를 가득 채운다. 그 갈래를 알 수 없는 뒤엉킴이 ‘카르마’라는 주제 를 드러내는 것.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얽히고설킨 인연이 되고, 부처님이 설한 연기의 요체가 담긴다. 캔버스에 옮겨 앉은 달항아리의 매력에 푹 빠져있 다 보면 삶에 대한 의문과 마주하게 된다. 내 삶을 이어가는 인연의 실마리를 찾아 당장 사 색 여행을 떠나자. 핑크 붓다, 그 생기 있는 깨달음 BUDDHAS, 9월 1~15일 불일미술관 1·2관, 02-733-5322 프로젝트 아티스트 그룹 ‘핑크붓다’가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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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효진(Meditative roar of crust of the planet)


‘일상에서 누구나 스스로 깨달을 수 있다’는 메시지 를 담은 BUDDHAS 전시를 들고. 9월 1~15일 서울 불일미술관에서 열리는 BUDDHAS 전시는 각자가 생각하는 붓다를 자신만의 매체(사운드, 영상, 설치, 회화 등)를 활용해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작가의 경험은 자신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전시 공 간에 녹아든다. 현대미술에서 불교 예술은 현대성 이 부족한 소재로 폄하되고 있는 것에 대한 반기다. 동·서양의 작업 방식을 융합한 작품을 통해 작가들 의 자전적 경험을 접하게 될 좋은 기회. 30여 점의 작 품이 전시되는 이번 전시의 장르별 대표작을 살펴보 자. 핑크붓다 대표 조수연(동국대 불교미술 박사) 작 가는 전시 제목과 같은 ‘BUDDHAS’를 출품했다. 랑 데뷰지에 프린트한 작품은 군상을 담은 이미지. 

작 가는 여기에 ‘나는 매일 나는 매일매일 많은 붓다들 속에서 살아간다. 그들이 있기에 내가 존재한다.’라 는 설명을 달았다. 허효진 작가는 ‘Meditative roar of crust of the planet’ 이라는 유화 작품을 선보인다. ‘BORDERLAND, 명상(冥想)적 굉음(轟音)이 있는 곳’이라는 설명을 단 이 작품에 작가는 “막힘이 없고, 멈춤도, 단절도 없는, 그러나 하나가 아닌 이 고요의 곳에서 나는 고이지 않는다. 나의 화면에는 온도가 있다. 유속이 있다. 동결된 혹은 포착된 순간의 상황으로 설명되기를 거부하는 것은 나의 붓질이 가능한 온도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유동의 공간이 격렬히 일어나는 붓질의 순간에서 나를 본다. 내가 여기에 있다”라는 의도를 작품에 담아냈다. 

정윤영 작가는 면 바탕에 유화 수채 과슈 한지 꼴 라쥬 ‘식물’로 관객과 만난다. 작가는 ‘식물’을 ‘식물이 지닌 자연스러움은 때때로 무의미해 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에 개입하여 관계 맺고 감각하는 사 이, 그것은 내 삶의 편린으로 다시 살아난다. 어떤 묵 직한 의미부여 보다는 식물이 제공하는 잔잔한 울림 이 곧 나라는 ‘존재’의 문제로 연결됨을 알아차린다’ 고 표현한다. 미디어 아트 ‘환還’을 선보인 최경준 작가는 ‘참회 하고 부처의 참 생명으로 다시 돌아가는 모습을 직 관적으로 표현했다’고 작품을 설명한다. ‘생로병사가 인간이 극복해야할 문제로 집중되는 현대, 사람들은 이런 시대에서 굳이 부처가 되려는 삶을 살려할까?’ 이 화두에 대한 답을 전경희 작가는 장지에 채색한 작품 ‘무제’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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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영(식물)


소리에 집중한 정금률 작가는 사운드 가변설치 작 품 ‘Watch the sound of the world’에서 소리로 불성을 일깨우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낸다. 핑크붓다는 2013년 초 여러 아티스트들이 의기투 합 하여 만든 프로젝트 아티스트 그룹이다. 패션 디자인부터 디자인 경영, 회화, 불교미술, 사 운드 등 구성원의 전공 분야도 각양각색. ‘어떤 의견 도 쓸모없는 것은 없다’라는 모토 아래, 서로 어떤 것 이든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며 각각의 아이디어를 덧 대어주고 보완하며 지금까지 꾸준히 다양한 프로젝 트형 전시를 기획해, 새로운 불교예술의 장을 열어 왔다. 핑크붓다는 거창한 사명이나 이념을 갖고 있지는 않다. 무슨 지루한 종교예술 집단이나 그저 그런 뻔 한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의 모임도 아니라고 한 목 소리를 낸다. 

초기 불교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묻어 나는 전시를 기획하는 것이 핑크붓다의 갈 길이다. “불교 시각 예술가를 지향한다는 것은 불교의 정 신을 통해 연기적으로 확장된 여러 경향들을 자각하 고 끌어안는 것을 말한다”며 “그로인해 끊임없이 경 계를 넘나드는 것, 이것이 핑크붓다가 가야할 제 3의 길”이라고 핑크붓다 구성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종교라는 이유만으로 무겁게 자리한 불교예술을 보다 친숙하게 대중에게 알려 불교의 본질적인 이해 를 돕고자하는 핑크붓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궁 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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