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Rule)과 밀교의 의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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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08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7-03-02 신문면수 8면 카테고리 밀교연재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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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14 14:03 조회 2,731회본문
룰(Rule)과 밀교의 의궤
정해진 규칙과 절차를 지키는 것
룰(Rule)은 구성원간의 약속이며, 규칙과 절차의 준수를 의미한다 룰은 불교에서 계율, 밀교에서는 의궤라 할 수 있다
▶ 운동경기에는 룰(rule)이 있다. 룰(Rule)은 규 칙을 의미하는 영어권의 말이다. 구성원들간의 약속이자 규칙이다. 여기에는 절차도 포함된다. 그것은 국가와 기업도 예외일 수 없다. 어느 단체 나 조직은 운영을 하는 데 있어서 규칙이 있기 마 련이고, 또한 마땅히 지켜야 함은 기본이다. 국가 와 사회 구성원들간의 대립과 갈등, 불신과 반목 의 원인은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룰(Rule)을 지키지 않은 데 원인 이 있다. 그것이 근본 원인이자 문제의 본질이다. 즉 국가와 사회, 기업 운영에 있어서 시스템이 정 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룰과 시 스템에 따라 운영이 될 때, 사회와 기업은 정상적 으로 작동된다. 룰과 시스템이 무너지면 정상은 기대할 수 없고 파행으로 치닫게 된다.
대립과 갈등, 불신과 반복의 원인은 룰(Rule)을 지키지 않은 데 있다
▶ 이 세상 모든 것을 좋은 방향으로만 생각한 다면 나쁜 것은 하나도 없을 것이며, 잘못되었다 고 아예 말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속에 는 항상 상대성과 양면성이 존재한다. 좋은 방향 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쁘게 보면 한없이 나쁜 것 이 되고, 좋은 방향으로 보면 모든 것은 이해되고 좋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무엇이든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생각해버리 면 문제가 전혀 없는 것으로 되어 버린다. 설사 문제가 생겼다고 하더라도 전혀 문제가 없을 것 이며, 애시당초 문제도 되지 않는 것이 되어 버린 다. 행여 문제가 되었다 하더라도 쉽게 덮어지고 만다. 왜냐하면 모든 것을 무조건 좋은 것으로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를 흔히 ‘내가 하 면 로맨스’라는 말로 표현된다. 네가 하면 당연히 불륜이다. ‘아무런 잘못도 안했는데 도대체 왜 그렇게 문 제를 삼는지 모르겠다’고 항변한다면, 그 항변에 더 이상 할 말도, 문제 삼을 것도 없어진다. 처음 부터 이미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 엇이 문제였는지를 반성하고, 문제의 본질을 한 번이라도 되짚고 간다면, 제대로 눈에 들어오고 수긍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으니 고 집과 독선, 대립과 갈등은 더욱 심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양극단 을 피하라!” 고집을 버리고 서로 경청하고 받아 들인다면 막혔던 문제도 쉽게 풀려질 것이다. 문 제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어린 애들의 놀이에도 룰은 있다. 그러나 룰 이 지켜지지 않으면 재미 없는 놀이가 될 뿐만 아 니라 놀이 자체가 성립되지 않음은 물론이오 존 재 가치마저 잃고 만다. 룰이 지켜지지 않는 놀이 는 더 이상 놀이가 아니다. 놀이도 이어질 수 없 다. 당연히 판은 깨지고 만다. 이것을 사회나 기업에 대입시켜보자. 룰이 지 켜지지 않는 조직이 과연 정상적으로, 제대로 작 동될 수 있을까. 당연히 올바르지 않은 비선(非 線)이 조직을 장악하고, 드러나지 않은 비선(秘 線)은 전체 조직을 통제하여 비정상이 정상을 우 선하고, 지배하는 일이 벌어질 것은 분명하다. 급 기야 사회는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 逐)하게 된다. 모든 일의 과정은 정상적으로 이루 어질 수 없을 뿐더러 일의 결정도 바르지 않음은 물론이다. 또한 그에 대한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 진다. 그리고 결국 사회와 기업의 조직은 생명력 을 잃고 와해되고 만다.
▶ 사회는 정상적인 룰과 시스템을 통해 운영 돼야 할 것이다. 반드시 논의해야 할 것은 마땅히 논의해야 하고, 검증이 필요한 것은 그 절차를 거 쳐야 하며, 중지(衆智)를 모아야 할 때는 제대로 모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분석과 평가가 필요하 다면 자신의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감수하며, 과 감하게 거기에 임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 또 지킬 수 있어야 국 가나 기업이 산다. 조금은 불편하지만 원칙과 기 준을 지키기 위해 그러한 불편을 감수하고 인내 해야만 한다. 이것이 상식이다. 상식을 지키면 법 은 바로 서고, 원칙과 기준은 생명력을 얻는다. 그런 국가와 조직이 영구( 永久)하다.
불교의 룰 (Rule)인 계율은 승가의 안녕을 위한 규칙이자 정법을 지속시키기 위한 것 승가는 계율과 갈마(羯磨)라는 절차를 통해 운영
▶ 부처님은 승가의 안녕을 위하고 정법(正法) 이 영구히 지속되도록 하기 위해 승가에 필요한 법을 제정하였다. 이것이 곧 계율의 제정이다. 승 가는 계율을 지킴으로써 승가의 안정을 가져 온 다고 믿고 있다. 율장에 따르면, 이를 지키지 않 으면 벌칙이 주어진다. 그리고 벌칙에 앞서 반드 시 갈마(羯磨)라는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징계와 사면에는 모두 갈마의 회의 절차를 거친 다. 참으로 민주적인 승가의 운영 방법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여기에 다툼과 갈등까지 해소하는 쟁 의법(爭議法)까지 만들어진 것은 승가의 운영과 깊은 관련이 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승가의 질서를 유지하는 데 일조를 해왔기 때문이다. 이 는 오늘날의 소송법(訴訟法)과도 같은 것이다. 시 비를 가리고 판결을 내리는 것이 꼭 닮았다.
▶ 국가나 기업, 모든 조직에는 기준과 원칙이 있다. 그래서 거기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불편하고 귀찮다고 하여 사적인 라 인을 찾기 시작한다면, 공식라인은 결국 동력을 잃고 조직은 퇴보하고 만다. 사적인 라인으로 인 하여 실무책임자들은 무용지물이 되고 급기야 모두가 비정상(非正常)으로 가게 된다. 따라서 사회나 기업의 운영 뿐만 아니라 어린 애들의 놀이, 조직, 승가 등에서도 모두 룰(Rule) 을 지켜야 한다. 너와 나의 사이에도 룰은 지켜져 야 한다. 이러한 룰은 예의를 말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개인 사이에 룰이 없어지면 서로간의 신 뢰는 깨지고 만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가 룰을 지 키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 뢰와 안정, 화합은 깨지고 만다. 국가나 사회가 정해진 기준과 원칙, 시스템을 반드시 지켜야 하 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밀교에서 룰(Rule)은 모든 수법(修法)과 작법(作法)의 규칙과 절차이다 이를 의궤(儀軌)라 한다
▶ 룰을 지켜야 함은 종교라고 예외일 수 없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불교에서의 룰은 바로 계율 이다. 계율을 지키지 않으면 룰(Rule)을 지키지 않는 것이 된다. 계율 뿐만 아니라 룰은 수행 규 칙과 수행법까지도 포함된다. 밀교에서 이러한 룰을 ‘의궤(儀軌)’라고 한다. 각종 수법(修法)과 작 법(作法)의 규칙과 기준 등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모든 것을 의궤라 총칭하고 있다. 따라서 의궤대로 행하지 않으면 어떠한 의식도 의궤라 고 할 수 없다. 특히 종단의 의궤를 무시하는 것 은 수행법을 버리는 것이며, 무엇보다 종단의 교 상(敎相)과 사상(事相)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 다. 염송법의 3.7의궤법이나 7.21의궤법 등은 바 로 종단 수행법의 의궤에 해당한다.
▶ 국가와 사회에서 룰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 밀교 의궤와 무슨 연관이 있느냐 하고 반문할 수 도 있다. 그러나 룰을 지키지 않으면 원칙이 없어 지고,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시스템도 결국 무 너진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그러므로 모두가 룰 을 지켜야 한다. 룰은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 겠으나 이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절차’라고 할 수 있다. ‘절차를 지키는 것’이 곧 룰(Rule)이다. 이 ‘절차’ 에는 상호존중과 협치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 다. 그런 의미를 지니고 있는 ‘절차’는 정치의 기 본이자 국정운영의 근본이며, 상호간의 존재 가 치를 높이는 밑거름이 된다. 의궤라는 룰을 지키 지 않으면 밀교의 교상(敎相)과 사상(事相)은 어 그러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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