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이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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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11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7-06-01 신문면수 10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교도 기고페이지 정보
필자명 김홍균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김홍균(총지사 교도, 개포초 교장 역임)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15 01:43 조회 2,653회본문
고 무 신
엄마가 사 오신
새 고무신
누가 가져갈까
머리맡에 놓고 잤다
혹시나 닳을까
양 손에 들고 다녔다
마침내 신을 신고
외출할 때면
땅바닥에 긁힐까
엉금엉금 걸었다
학교 운동장 놀이터에 아이의 점퍼가 떨어져 있다. 누군가 벗 어 놓고 놀다가 깜박 잊고 그냥 집에 간 모양이다. 교무실로 가져 와 분실물 보관함에 넣어 두었다. 다음날 학교 방송을 통해 주인 을 찾았으나 옷 주인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몇 번 입지 않은 것 같은 새 옷이다. 요즈음 여러 학교에서 가끔씩 일어나는 일이다.
도대체 왜 옷을 잃어버린 아이는, 또 그 아이의 부모는 잃어버 린 옷을 찾을 생각도 아니 하는 것일까? 그까짓 옷 한 벌 잃어버 렸으면 그만이지. 한 벌 다시 사주면 되지. 설마하니 이런 생각일 까? 값나가는 옷도 찾지 않는 판국이니 자잘한 물건들은 더 말 할 필요도 없다. 아무리 소비가 미덕인 시대라고 해도 소비와 낭비는 다르다. 물건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어느 시대에나, 빈부의 차이와 상 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마땅히 갖추고 있어야 할 덕목이다. 비록 사소한 물건이라 할지라도 주의가 소홀해서 잃어버렸다면 다시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옳은 행동이다. 그 사소한 물건이 아까 워서라기보다는 그것이 자신의 부주의한 행동에 대해 스스로 책 임을 지고 반성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부모가 사주 는 물건을 소중히 여기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 - 우리의 아이 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 것인가? 물건이 귀하던 그 시절. 단추나 실타래를 담아두던 빈 와이셔 츠 상자도 긴요한 가구로 쓰이던 그 시절에 장에 가신 어머니께 서 사 오신 검정 고무신을 받아 든 순간 얼마나 행복했던지. 온 갖 물건들이 넘쳐나는 지금 유명 브랜드의 비싼 운동화를 선물 받은 들 그만큼 기쁠까? 새 신에 흙을 묻히는 것조차 아까워 손 에 들고 맨발로 걸었던 것은 그 시절 모든 어린이들의 행복한 추 억일 것이다. 행복은 그렇게 검정 고무신에도 듬뿍 묻어 있었던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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