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현역, 아름다운 회향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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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14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7-09-01 신문면수 4면 카테고리 설법/칼럼 서브카테고리 칼럼 지혜의 눈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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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15 12:36 조회 2,716회본문
“나누는 삶으로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을까”
“자리이타적 삶, 은퇴 후로 미룰 것 아냐”
어느 모임에 갔더니 각자가 가슴에 담 고 있던 현실적인 고민들이 솔직하게 터 져 나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현 역에서 물러났을 때 과연 어떻게 사는 것 이 보람 있는 인생인가 하는 것이다. 누구 나 곧 직면할 문제여서 그런지 관심이 쏠 렸다. 대체로 성공적인 인생을 살았거나 살고 있다고 할 분들인데도 뭔가 허전한 느낌을 솔직히 고백하는 듯 보였다. 보통은 조그만 것이라도 이웃과 나누 는 삶이라면 행복한 노후가 아닐까 생각 한다. 실제로 부나 명예를 헌신짝처럼 버 리고 기부와 봉사로 회향하는 분들도 많 다.
하지만 이날 담론은 과연 나누는 삶만 으로 충분한가 하는 문제제기였던 것 같 다. 기부나 봉사를 통한 기쁨도 그 때 뿐 아니냐, 결국은 ‘나는 무엇인가’ 하는 근본 적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 등 등. 중국에 선불교를 전해 중국선불교의 초 조로 불리는 달마대사의 일화를 돌아보 자. 달마대사는 수많은 사찰을 짓고 스님 들께 공양한 공덕이 얼마나 되느냐는 양 무제의 물음에 ‘없다’고 답했다. 도대체 당 신은 누구냐 하는 물음에는 ‘모른다’ 하고 뒤돌아서 떠나갔다. 내심 큰 자랑을 하고 싶었을 양 무제의 당황하는 모습이 어른 거리는 듯하다.
달마대사는 어떤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 었을까. 우선은 물질적인 복덕보다는 정 신적인 공덕이 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암만 많이 베풀어도 그 양에 한정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물고기를 잡아주기보 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게 낫다 는 이야기가 쉬운 비유가 될 성싶다. ‘삼천 대천세계에 칠보로 보시하더라도 사구게 하나 전하는 것만 못하다’며 법보시를 강 조하는 금강경 말씀도 비슷한 맥락일 것 이다. 또 ‘이만큼 했다’며 만족할 것이 아니라 끝없이 공덕을 지으라는 해석도 가능하 다.
‘중생이 아프니 보살이 아프다’는 유마 경의 말씀처럼, ‘머묾 없이 마음을 내라’는 금강경의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 生其心)처럼 성심껏 꾸준히 좋은 일을 하 라는 것이다. 자신의 본래면목(本來面目)을 찾는 일보 다 긴요한 일이 없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어떤 일이든 출발점이 되는 자기 자신이 제대로 된 안목을 갖춰야만 멋지게 성공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만 하는 일마 다 불사가 되고 공덕이 되기 때문이다. 그 래서 선사들은 보통 우리에게 본래면목 을 찾으라고 고구정녕하게 주문하는 것 아닐까. 나누되 대가를 바라지 않는 무아(無我) 의 자리이타(自利利他)적 삶을 꼭 은퇴 후 로 미룰 필요는 없다.
평소 몸과 마음을 바 르게 수행정진하며 인연 닿는 대로 주위 에 도움이 되다보면 은퇴 후까지 그런 삶 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아름다운 회향(廻向)의 삶이야말로 현역과 은퇴가 나뉘지 않는 ‘영원한 현역’ 이 아닐까 싶다. 사실 석가모니 부처님을 비롯한 인류의 스승들은 영원한 현역으로 사셨다고 할 수 있다. 부처님은 진리의 눈을 뜨시고는 평생을 전법의 길에 나서 열반 직전까지 도 마지막 제자를 막지 말라 하시며 진리 의 눈을 뜨도록 하셨다. 진정한 의미의 영 원한 현역이란 이런 것이라고 몸소 보여 주신 것 같아 가슴 뭉클해진다
김봉래
불교방송
불교사회인의
책임 실천운동
TF팀장 겸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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