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치유는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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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11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7-06-01 신문면수 9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필자명 김주일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김주일 현대불교신문사 편집국장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15 01:41 조회 2,676회본문
역삼閑談
힐링멘토 정목 스님이 설립한 마음공부 전 문 인터넷 유나방송이 개국 10주년을 맞아 5 월 20일 서울 한전아트센터서 피아노 연주자 마이클 호페를 초청해 기념공연을 가졌다. 그는 인기 드라마 ‘가을동화’의 삽입곡 인 <잊을 수 없는 마음(Unforgetting Heart)> 과 광고 배경음악 <링컨의 애가(Lincoln’s Lament)> <가장 사랑 받는(Beloved)> 등 감 미롭고 아름다운 멜로디로 국내에도 많은 팬 을 갖고 있는 명상 음악가다. 내가 그를 국내서 처음 본 것은 시계를 3년 전으로 돌린 2014년 4월이었다.
역시 정목 스님과 함께한 특별한 힐링콘서트인 유나방 송 개국 7주년 축하 자리에서다. 당시 마이클 호페는 자신의 음악 애청자인 정목 스님과 만나 인연을 맺었고, 그 만남이 또 이번 공연 으로 이어지게 됐다고 한다. 지구 저 반대편 멕시코서 날아온 노신사는 무대에 오르자마자 사회자인 정목 스님의 볼 에 가벼운 입맞춤을 했다. 승속이 엄격히 구 분된 한국의 불교문화에서는 큰일날(?) 행동 이지만, 이상하지 않았다. 관객들도 서로의 존경에 대한 예로 눈치 챘는지 환호와 박수 가 객석에서 터져 나왔다. 고희를 넘긴 노 피아니스트는 자리에 앉 자마자 경쾌한 왈츠를 선사했다. <마그다 의 왈츠> <달의 왈츠> <아이들의 왈츠> 등 등. 이건 확실히 맛보기 애피타이저였다.
공 연의 절정은 역시 TV와 광고를 통해 우리에 게 친숙한 <잊을 수 없는 마음(Unforgetting Heart)>과 <링컨의 애가(Lincoln’s Lament)>에서 느껴졌다. 어색한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는 그의 얼굴 엔 웃음꽃이 만연했지만 그가 피아노 앞에 다시 앉자 장내는 또 숙연해졌다. 마음 치유 를 받을 준비를 한 것처럼 말이다. 방금 전보 다 좀 더 깊은 피아노 선율들이 춤추기 시작 했고, 수명이 다한 선율들은 그의 곁에 한 겹 씩 차곡차곡 쌓여 갔다. 노 신사의 관록이 작은 건반을 거쳐 해머 가 현을 때릴 때 깊게 울려 퍼지는 피아노 공 명은 그윽해서 슬펐다. 노 피아니스트의 가 느다란 손가락이 건반을 내려 칠 때 내 심장 도 쿵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호페가 아 무리 신나게 내리쳐도 결국은 슬프게 전해졌 다.
피아노의 선율은 왠지 모를 한(恨)을 머금 고 있었고, 그래서 피아노는 사랑을 노래하 기보다 우리네 삶을 더욱 연주하는 것 같았 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슬픔은 우리를 짓 누르는 처절한 슬픔이 아니라 기분 좋은 슬 픔이었다. 한번 눈물을 펑펑 쏟아 낸 뒤 느끼 는 카타르시스였다. 물론 뉴에이지 거장으로 꼽히는 피아니스 트 ‘유키 구라모토’와 ‘앙드레 가뇽’ ‘조지 윈스턴’의 음악들이 대개 그렇다. 대표곡들만 해도 서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왠 지 모를 슬픔이 가득 느껴진다. 그 슬픔들을 해석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이날 무대서 건반위의 음유시인 마이클 호페가 우리에게 선사한 피아노 선율은 분 명 치유를 내포한 슬픔이었다. 이외에도 한 국의 해금연주자 신날새와 함께 해금과 피 아노의 협연으로 자신의 히트곡인 ‘언제나 (Always)’, 뜨레보치 남성 3중창단의 <지 금 이순간>과 <걱정말아요 그대> 역시 호페 의 선율에 잘 버무려진 묵은지 같이 내면의 충만을 선물했다. 유나방송은 지난 2007년 마음공부 대중화 를 목표로 설립됐으며, 현재 47개국서 7만 여 명이 이 방송을 통해 마음공부의 길을 걷고 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 된 디지털 시대지 만, 상처받은 영혼들의 위로와 치유 만큼은 역시 내 손끝이 직접 다가가는 느낌, 그런 아 날로그 방식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정목스님은 우리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을 비난과 판단치 말고, 그저 그것 자체로 감사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모두 가 나를 위해서 반드시 일어날 일이었음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에게 주 어진 모든 것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축복 할 때 치유는 시작된다는 이야기다. 그런 의 미에서 진정한 치유는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이라는 정목스님의 말은, 자신 곁의 파랑새를 두고 그것을 찾아 먼 길을 떠나 헤 매던 우리에게 일러주는 삶의 정답과도 같았 다.
누구도 비켜갈 수 없는 세월과 고통, 그 안 에서 품게 되는 사랑과 용서들.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생채기를 입는다. 하지만 누군 가는 그 끝에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말하고, 또 누군가는 괴로운 시간이었다 말한다. 그 것은 정해진 운명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에 달린 일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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