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총지종

총지신문 아카이브

불교총지종은 ‘불교의 생활화, 생활의 불교화’를 표방하고 자리이타의 대승불교 정신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생활불교 종단입니다.

정신과 육체의 경계를 열다

페이지 정보

호수 212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7-07-01 신문면수 8면 카테고리 밀교 서브카테고리 -

페이지 정보

필자명 정성준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정성준 교수 동국대 티벳대장경 역경원 전임연구원 리라이터 -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14 16:52 조회 2,132회

본문

정신과 육체의 경계를 열다
정성준 교수의 후기밀교

02772180a6d25ec8d69d29e244790bc4_1528962720_9089.jpg
 


붓다가 12지연기를 순관·역관할 때 

무명의 정신으로부터 육체의 물질계가 전개되는 

최고의 비밀을 열었던 순간이 존재했을 것이다  



밀교를 공부하는 것이 한때는 어려운 시절이 있었 다. 밀교를 음산한 주술처럼 간주하거나, 성과 관련 된 비속한 의식으로 백안시 하는 대중과 마주하는 것은 다반사였다. 신상을 소개하면서 밀교를 전공한 다고 말하기가 부담스러울 때는 후기 대승불교를 전 공한다고 말을 슬그머니 돌리는 것은 오랜 세월을 통해 익힌 개인의 수법이다. 개인적으로 밀교를 공 부하게 된 연기는 인도불교사를 정리하면서 시작되 었다. 히라가와아키라의 <불교연구입문>을 연구서 의 지침으로 삼아 숙독하면서 8세기 이후 인도불교 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을 알게 되었다. 인도불 교를 지배하던 유수한 교파를 중관과 유식으로 요약 한다면, 후기 대승불교를 지탱하던 양 수레바퀴는 밀교와 인명학이다. 

실천의궤로 이루어진 밀교와 인간이성의 정점을 보이는 불교논리학의 공존이 처음에는 쉽게 이해되 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자아와 현실세계의 본질에 대한 분석과 논리가 최종적으로 인간생명, 정신의 전환으로 귀결된다는 주장은 인도 유가행파의 한결 같은 입장이다. 이것이 역사적 관점에서 밀교를 대 승불교 유가행파의 연장에서 이해해야 하는 이유이 기 때문이다. 인도 후기밀교라고 해서 기존의 불교가 닿지 못한 미지의 개척지가 존재하거나, 신비로운 영역을 베일 에 감추어 둔 채 남겨두는 그런 것은 없다. 오히려 밀 교시대에는 현교의 전승에 대해 불확실하게 남겨둔 모든 이론이나 수행체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불 확실성을 제거했다. 

예를 들어 석가모니붓다가 12 지연기를 순관, 역관하여 성도에 이르렀다는 문제를 건드렸고, 왜 새벽별을 보고 오도에 이르렀는지에 대해 집요하게 연구한 결과 인도 후기밀교의 수행체 계가 완성되었다. <법화경> <수기품>에서 제자들이 훗날 성불에 이를 때 왜 정토를 건설해 중생들을 제 접하고 성불에 이르게 하는지에 대해 후기밀교는 의 문을 제기하고 현실적인 수행체계로 완성시켰다. 불교를 공부하다보면 모든 시대적 교학은 과거와 미래의 흔적과 향방에 연속성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 해서는 안된다. 석존의 가르침에 입각한 교리나 실 천배경 없이 존재하는 불교의 화제와 소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이것이 밀교의 정신이자 생 명력이다. 역사적 의혹의 연결고리에 대해 한참이나 고민하다보면 왜 불교사가 밀교로 귀결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사라지게 된다. 붓다의 12지연기는 무 명·행·식·명색·육처·촉·수·애·취·유· 생·노사로 이루어진 것으로 인간의 무명이 지닌 미 혹과 갈애가 삼유의 존재욕구에 의해 육체적으로 전 생하는 과정을 밝힌 것이다. 붓다가 12지연기를 순 관·역관할 때 무명의 정신으로부터 육체의 물질계 가 전개되는 최고의 비밀을 열었던 순간이 존재했을 것이다. 

다시 육체로부터 정각의 정신계로 환원할 때에는 육체의 존재를 영원히 닫는 비밀스런 체험도 있었을 것이다. 붓다가 제자들에게 가르쳤던 초기불교의 수식관 은 호흡을 통해 인간의 정신세계를 탐험하는 것으 로 사념처관과 연계에 가장 빈번히 설해졌던 수행법 이었다. 인간이 정신계로부터 육체와 물질적 영역을 갈구해 욕계로 진출하는 의식적 응집의 제시는 현대 천문물리학의 블랙홀 이론과 상당히 닮았다. 빛도 빠져 나올 수 없는 중력의 한계는 마지막 단계에서 대폭발을 일으키면서 블랙홀이 존재했던 수평계를 넘어서 새로운 우주의 시공을 열게 된다. 인간의 욕 망적 응집은 무색계로부터 욕계로의 하향적 방향성 을 지니지만, 공성의 관조를 통한 존재욕망의 해체 는 욕계로부터 무색계의 상향적 세계로 나아가게 된 다. 

부파불교시대에는 붓다의 교설을 정리해 색계와 무색계를 구성하는 구차제정의 정신적 수평계를 제 시하였다. 8세기말에 활동한 <비밀집회딴뜨라> 유파로서 즈냐나빠다는 석존의 가르침에 대한 통렬한 자각을 시대적으로 요청한 장본인이었다. 즈냐나빠다의 생 기차제 수행은 정신계로부터 물질계로 나아가는 찰 나, 정신을 육체적 진화로 연결시키는 띠라까에 근 간을 둔다. 밀교 수행자는 띠라까에 대한 의식적 집 중을 통해 육체의 부정한 욕망을 통제하고, 풍과 맥 관의 존재를 통해 12지연기의 숨겨진 비밀에 비로소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즈냐나빠다는 후기밀교수행의 소재들에 대해 탐구하고, 비밀한 주석들을 남김으로 써 석가모니붓다의 12지연기설을 현실의 수행이론 으로 완성한 인도 후기밀교 최고의 스승이었다. 


*제접: 스승이 학생들을 문답을 통해 가르치고 지도하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