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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없는 길을 다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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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15호 발행인 원송[서진업] 발간일 2009-06-07 신문면수 12면 카테고리 기고/사찰음식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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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김경인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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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21 10:31 조회 1,88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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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없는 길을 다녀오다

모를 심을 철이라 물이 많이 필요할 때 다. 한동안은 가뭄이라 비가 내리길 바라 고 있었는데 밤부터 이슬비가 시작되더니 아침에는 많은 비가 내린다. 비를 바라기 는 했지마는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멀리 까지 가는데 하필이면 간월암에 가는 날 비가 와서 아쉽기도 했지만, 다른 보살님 들도 나도 비를 맞으면서 함께하는 소풍 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누구의 의견으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그 동안 너무나도 가고싶었던 서해반도의 한 조그만 포구에 차리 잡고 있는 작은 암자 간월암에 가게 되었다. 최인호의 소설 우길 없는 길)에서 먼저 알게 된 간월암은 바닷 물이 다 빠져야만 건너갈 수 있단다. 책에 서 너무 매력적으로 소개하기도 했고 또 책도 너무 재미있게 본 터라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은 차에 간월암에 가는 것이 마 냥 가슴이 설랬다.

뿌연 차창 너머로 붉은 황토의 밭에는 청보리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었다. 긴 시 간 달려서 도착한 서해바다. 잔잔한 바닷 물과 고만고만한 섬들이 점점이 병풍처럼 줄을 서 있어서 잘 어울린다. 왠지 바다라 기보다는 그냥 한 눈에 쏙 들어오는 것이 호수 같기도 하다.

높다란 많은 언덕을 올라서니 엎어지면 코가 딱 닿을 만한 거리에 그리 크지않은 갯바위가 있다. 갯바위에 키 큰 나무가 둘 레로 쳐져 있고 잎 사이사이로 기와지붕 이 언뜻‘언'똣 보인다.

간월암. 바닷물이 탁발하러 갔다가 돌아 올 시간이 되었는지 발끝에 물이 찰랑찰 랑 신발을 간질인다. 앞서 가시던 분이 큰 돌을 주워서 징검다리를 놓아주신다. 고마 운 마음으로 한 발 한 발 내딛으니 바로 절 입구이다.

바다로 향한 조그마한 대웅전. 그야말로 암자다. 고려 말 무학대사께서 언덕에 서 서 내려다 보니 갯바위가 연꽃모양을 하 고 있어서 연화대라 부르기도 했었던 곳. 물이 빠져야만 건너갈 수 있고, 태풍이라 도 올라치면 법당 아래 신발을 벗어놓은 곳 까지 바닷물이 찰랑찰랑 하는 꼿. 창 너머 바다를 바라보며 끝없는 나를 찾아 떠날 수 있는 곳. 떠오르는 달을 보며 깨

쳤다고 해서 간월암이라고 부른단다. 태조 이성계의 억불정책에 간월암을 폐쇄되었 고 이후 만공선사에 의해서 다시 재건되 어 지금의 모습이 되었단다. 조그마한 부 처님 한 부과 무학대사와 만공선사의 영 정이 나란히 모셔져 있고 단청의 색은 낡을대로 낡아서 원래의 나무 모습으로 되 돌아 가고 있는 곳. 나를 찾으러 왔다가 활연대오 할 수 있는 곳. 옛 선사들의 모 습이 그대로 숨쉬는 곳에서 나 또한 나의 참모습을 찾아보고 싶어진다. 되돌아 나오 는 길은 어느새 물이 발목까지 차 온다. 양말까지 벗고 맨 발로 모래가되기 직전 의 작은 돌들을 밟으며 나오는 길은 마냥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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