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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 묵은 껍질 벗고 새롭게 태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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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16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7-11-01 신문면수 9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역삼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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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김주일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김주일 현대불교신문사 편집국장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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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16 12:25 조회 2,76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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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 묵은 껍질 벗고 새롭게 태어나자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전통이나 인습을 타파하고 새 것을 추구할 깨어 있는 정신이 필요하며, 그동안 몸과 마음으로 익혀온 그릇된 습관을 버려야 한다

가을은 정말 독서의 계절일까? 하지만 나는 이 말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 아 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면 부서져 들어오 는 햇빛과 높고 청명한 하늘을 마주하면 어디론지 훌훌 떠나고 싶어진다. 역마의 본능이 가장 자극되는 계절이다. 그래서 나에게 있어서 가을은 여행하기 좋은 계 절이라 명명하고 싶다. 그렇다면 어디를 가는 어떤 여행이냐는 선택의 문제가 남 아 있다. 최근에 읽은 정휴스님의〈백담 사 무문관 수행일기〉는 그 여정과 목적 을 뚜렷이 알려주었다. 무미건조한 일상 서 탈출해 새로운 변화를 위해선 선적(禪 的) 가치가 필요하며,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은 자기안에 존재하기 때문에 자기 자 신의 진면목과 만나 내면 통로를 여는 무 문관 여행이다. 

저자 정휴스님은 “누구나 세간을 살면 서 목표를 갖고 오르기 위한 지혜는 있으 면서 정작 필요할 때 내려오는 법을 배우 지 못한다면 한 번쯤은 스스로를 내려놓 으라. 일상을 살면서 어려운 상황에 부딪 혀 좌절하고 고통에 직면할 때 단 3일이 라도 좋으니 무문관에 가서 가부좌를 틀 고 앉아 있어보라”고 권한다. 무문관은 선방 수좌들만 들어가는 일반인 출입금 지 지역인데 어떻게 무문관 여행을 떠날 수 있냐고 생각할 수 있다. 장소가 어디 든 홀로 앉아 잠깐 핸드폰 등 세상과 단 절하고 내 자신과 마주대하면 심심산골 의 선방과 무문관이 아니어도 좋다고 저 자는 말한다. 정 시간이 없다면 이 책을 읽으며 무문관 간접 체험여행을 해도 좋 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잠깐 책 소개 를 해볼까 한다. 

2010년 11월 19일, 조계종 7선 종회의 원을 지낸 불교계 대표적 문장가인 정휴 스님(고성 화암사 회주)은 모든 소임을 내려놓고 홀연히 백담사 무문관 동안거 결제에 들어간다. 과거 스님의 화려한 조 계종단의 정치적 이력 때문에 당시 주변 에서는 의아해 했다. 기득권층에 주로 안 주했던 스님의 신상에 어떤 변화가 일어 난 것일까 간혹 물어보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독한(?) 결심은 바로 편안하 고 반복된 일상서 벗어나 새롭게 태어나 기 위해서 였다. 묵은 껍질을 벗고 새롭 게 태어나는 진통을 치루면서, 그동안 몸 에 밴 낡은 인습의 틀을 털어내고자 했 다. 오랜 개인적 인연 덕분에 3개월간의 무문관 정진 직후 백담사서 만난 정휴 스님은 당시에 심경을 이렇게 고백했다.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전통이나 인습을 타파하고 새 것을 추구할 깨어 있 는 정신이 필요하며, 그동안 몸과 마음 으로 익혀온 그릇된 습관을 버려야 한 다. 우리의 정신은 새 것을 추구할 때 삶 은 향상되고 심화됐다. 솔직히 말해 나는 반복된 일상 속에 갇혀 있었고 몸에 익힌 그릇된 습관과 인습으로 인해 정체돼 있 었다.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다. 나를 정 신적으로 뜯어 고치지 않고는 끝없는 나 락으로 침몰될 것 같았다. 사람을 변화 시키는 힘은 자기 안에 있다. 자기를 새 롭게 일으켜 세우는 것도 마음이고 자기 자신이다. 자신을 변화시키는 선적(禪的) 가치가 필요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는 선방(禪房)으로 들어가지 않을 수 없 었다.”라고 즉 내적 성찰과 자기를 탐구하는 화두 를 들고 비본질적인 것을 털어내지 않으 면 새롭게 태어날 수 없음을 저자는 깨달 은 것이었다. 

그가 바로 추운 겨울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백담의 산속으로 들 어간 연유다. 창문 한쪽에 뚫어놓은 구멍 으로 오전 11시에 들어오는 한끼의 공양 만 먹고 버틴 석달동안 저자는 어떤 깨달 음에 천착했을까? 그 솔직한 심경도 책 속 말미에 피력했다. “차 한잔을 놓고 3 개월간 참구한 것들을 점검했다. 사유는 깊어졌지만 밑바닥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리고 새로운 의심이 화두가 되어 머릿 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것은 인간이 지 닌 정신이 완성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 이었다. 물건이라면 노력과 수련, 그리고 연마를 통해 만들고 싶은 완제품을 만들 지만 정신이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제품과 달리 완성될 수 없다. 정신 세계 의 완성이란 우리가 두고두고 추구할 이 상이지 현실은 아니다. 거듭거듭 새롭게 형성되고 태어나야 한다”고 결론짓는다. 오색물감을 풀어놓은 단풍이 뚝뚝 떨 어지는 이 가을, 저자의 바람대로 장소가 어디든 단 3일만이라도 무문관 여행을 훌쩍 떠나보는 것이 어떨까? 낡은 구습 의 틀을 벗고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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