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지법장’, ‘응화성전’ 편찬, 밀교로서 무명의 법계를 비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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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88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3-11-01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기획연재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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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3-11-02 14:13 조회 1,353회본문
‘총지법장’, ‘응화성전’ 편찬, 밀교로서 무명의 법계를 비추다
‘총지법장’, ‘응화성전’ 편찬, 밀교로서 무명의 법계를 비추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진각종이라는 밀교 종단에 맞는 경전의 번역과 그에 따른 교리의 정비인데, 이 일은 교단의 미래 100년을 좌우할 중대한 불사였다.
1957년 8월부터 역경사업의 큰 틀을 잡고, 9월에는 ‘심인불교 금강회 해인행(心印佛敎 金剛會 海印行)’ 출판사를 설립하여 경전 간행 업무를 시작한다. 회당 대종사가 역경작업의 책임자로 나서고 실무작업의 진행은 대성사가 맡아 밀교 경전을 우리말로 옮기기 시작했다. 한국불교사에 처음 있는 밀교 경전 집대성과 역경작업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서울 밀각심인당은 역경 불사의 중심지가 되었다. 이때부터 역경은 대성사의 평생 숙원이 됐는데, 한학에 정통하여 한문 경전뿐 아니라 일본어, 중국어, 영어 문헌까지 찾아 경전을 선정하고 직접 번역하는 일에 자신의 모든 원력을 다했다. 밀교의 주요 경전인 대일경, 보리심론, 보리심의 등을 번역했고, 현교에서도 수행에 참조가 되는 심지관경(보은품), 옥야경, 유마경, 반야심경 등을 골라 번역해서 밀교의 교리와 수행의 지침이 되도록 했다.
밀교 경전뿐 아니라 현교 경전까지 번역한 것은 경에 대한 대성사의 뚜렷한 이해와 불교관 때문이다.
“불교를 크게 나눠 소승, 대승, 밀교의 셋을 들 수 있고, 석가모니불의 가르침에서부터 시대에 따라 점차 발달하여 왔다는 설도 있다.
사실은 불타 자신의 교설 중에는 이 모든 것이 처음부터 포함되어 있었다.
다만 제자들이 그 가운데서 부분별로 중점을 두어서 전해왔기 때문에 어떠한 계통은 소승, 어떠한 계통은 대승, 어떠한 계통은 밀교라는 등의 서로 다른 경향이 함께 발전해 온 것이다.
그러므로 소승 경전이라고 하는 아함경이나 파알리 성전 중에도 대승 내지 밀교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그 실례로 유마경 속에 드러나는 밀교의 가르침을 들었다.
“표현수단에는 일상적, 논리적, 공개적인 것이 있다.
그 밖에 말을 떠난 표현수단은 무언(無言)의 표현 또는 상징적인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언의 표현’이라 하는 것은 말로 표현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대승불교 경전은 ‘무언의 표현’으로써 말을 떠나 전해진 진실과 그 진실한 가르침을 표현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유마경(維摩經)에 나오는 유마 거사가 입을 다물어 침묵한 ‘유마의 일묵(一墨)’이 있는데, 이런 애매함을 초월하려는 것이 밀교 제2의 과제가 되어 상징적인 밀교적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현교에서는 인간의 원인(原因)인 수행(修行)의 단계는 설할 수 있어도 수행의 결과로써 부처를 이루는, 깨침의 단계는 설할 수가 없다고 한다.
현교에서 ‘인분가설(因分可說) 과분불가설(果分不可說)’이라 한 내용이다.
그러나 밀교에서는 표현하지 못한다는 ‘과분’을 기어이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가설’로 성취시켰다.
그것이 상징적 표현 수단이며 제2의 밀교의 본질이다. 이것은 세 가지로 대별大別된다.
첫째 신체에 의한 상징인 신밀(身密)과 두번째 상징인 구밀(口密), 셋째로 마음에 의한 상징인 의밀(意密)을 모두 포함하여 수행과 수행의 성취를 드러낸다.
세 가지의 상징인 삼밀(三密)은 전신적(全身的) 상징이 밀교 제2의 특질이며 실질적 내용이 된다. 즉 신비한 경지를 깊이 체득하는 심비성(沈秘性)과 깨달음이 드러난 공개성이란 두 가지의 상반된 성질이 밀교 속에 있다.
또 하나의 본질은 제3의 특질인 의례(儀禮)이다.
현교에서 말로 표현된 부처의 세계를 바라만 보는 것만으로는 인간구제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표현된 상징을 해독하여 되짚어 거슬러 올라가서 자신이 그렇게 실현하는 것, 말을 바꾸자면 상징으로 표현된 불(佛)의 체험을 상징을 통하여 수행하는 이가 추체험(追體驗), 즉 따라서 체험하는 것이다.
이 해독의 규칙이 과학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상세히 분석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이것이 밀교 실천규정인 의궤(儀軌)이며 구전과 더불어 방대한 내용으로 남아 있다.”
밀교 경전은 애매한 언어의 표현을 넘어 실제적으로 체득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합리적으로 설해져 있다는 것이다.
현교가 놓치고 있는 수행의 핵심을 밀교는 의례와 신비적 수행을 통해 다가설 수 있는 실질적인 부처님의 가르침이 담겨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경전에 대한 대성사의 확고한 견해는 남긴 게송에도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시방삼세 나타나는 일체 모든 사실들과
내가 체험하고 있는 좋고 나쁜 모든 일은
법신불의 당체로서 활동하는 설법이라
밀(密)은 색(色)을 이(理)로 하여 일체세간 현상대로
불의법과 일치하게 체득함이 교리이니
체험이 곧 법문이요 사실이 곧 경전이라
현교경은 문자로서 유식해야 알게 되고
밀교경은 삼밀로서 무식해도 알게 되네
오직 삼밀 행자만이 이 법문을 보는 고로
유식무식 차별 없이 각각 자기 환경 따라
좋은 길과 나쁜 길을 능히 나눠 알게 하게 되니
좋은 길을 버리고서 나쁜 길을 누가 가랴
선악인과 밝게 알아 고 여의고 낙 얻으며
무진법문 넓게 아니 깨쳐 성불하게 된다.”
역경작업과 더불어 교화에 참고가 되는 경전의 편찬 작업도 시작하였다. 밀교 교리와 역사를 정리한 ‘총지법장’과 경전 삼장 중에서 중요한 가르침을 뽑아 불교의 바른 이해를 돕기 위한 ‘응화성전’의 편찬과 번역 작업을 시작했다. 법계의 감응이 있어 불사의 인연이 닿아 대구 청구대학의 불교 관련 문헌들을 양도받게 되는데, 그중 밀교 관계 도서들을 확보하게 된다. 대성사는 그중에서 옥과 돌을 골라내고 체계를 잡아 번역하고 편찬해갔다. 이 중대한 불사는 모두 대성사의 책임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렇게 결집된 밀교 경전과 가르침은 지금까지 현대 한국 밀교의 귀중한 자산으로 무명의 법계를 비추고 있다.
사진자료=진각종 70년사 중 역경착수-교리확립(1957.8.13.~11.25) 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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