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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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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20호 발행인 원송[서진업] 발간일 2009-11-22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교리/설화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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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심일화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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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22 05:44 조회 2,31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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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글: 불교설화 (38회)

목어 이야기

암자가 낡아 구멍난 벽에 바람이 들자, 스님들은 더 참지 못하고 하나들 떠나갔다. 단풍이 산을 붉게 물들일 무렵에는 노승과 아이만 남았다.

노승은 스님들을 붙들지 않았다. 그때마다 아이에게 하는 말은 이러했다.

“가는 사람은 붙잡지 '말고, 오는 사람은 막지 말아야 하는 법이다.”

그러나 다 쓰러져 가는 암자에 올 사람은 없을 듯 하 였다. 아이는 암자가 쓸쓸해지는 것이 싫었다. 암자는 가 랑비가 부슬부슬 내리거나 노을이 질 때면 더욱 고즈넉 해졌다. 안개가 낀

날, 탁발을 하러 나온 마을에서 암자를 올려다 보게 되면 산길 끝에 있는 암자는 곧 안개에 지워져 버릴 것 같은 모습이었다. 노승은 아이의 마음 을 훤히 꿰뚫어보고 있었다. 그래서인 지 아이에게 이야기를 자주 해주었다. 암자 가운데 방에는 작은 종이, 처마 밑에는 작은 북과, 구름무늬가 새겨진 운판 과, 물고기 모양의 목어 가 매달려 있었는데, 노승은 이것 들을 사물 이라고 불렀다. 아이 가 심심해하면 날마다 한 가지씩 사물 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야기 를 들려주는 장소는 암자 옆, 햇볕이 잘 드는 부도탑 돌계단에서였다. 부도 탑 둘레는 움푹 들어간 양지바른 곳으 로 늘 따뜻하였다. 노승은 돌계단에 앉아 이야기하면서 가끔 부도탑의 키 보다 더 큰 소나무를 가리키곤 하였 다.

“내가 암자에 왔을때 저 소나무 키 가 너만했었단다.”

“그 이야기는 벌써 여러 번 하셨어 요. 어서 오늘은 목어 얘기를 들려주 세요.”

그제야 노승은 목어 얘기를 아주 천 천히 꺼내었다.

“불교가 우리나라에 전래된 이후 어 느 절에서였단다.”

절이라고는 하지만 암자 규모였으므로 주지스님을 포 함하여 그의 제자 서너 명이 겨우 정진하고 있었다. 그 런데 제자 중 한 스님어 문제였다. 주지스님아-매번 호 되게 꾸짖지만 그 스님은.출가하기 전의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 몰래 절 밖으로 나가 술을 마시는가 하면 여자 와 놀기도 하고 신도들에게 거짓말을 하여 절의 스님들 을 곤혹스럽게 하였다. 특히 게을러서 일하기를 싫어하 였고 잠이 많아서 새벽 예불을 빼먹기 일쑤였다. 공부도 멋대로였다. 불경을 읽지 않고 틈만 나면 뒷방이나 산으 로 몰래 가서 도둑잠을 자곤 하였다.

“저 놈은 과보를 받을 것이다.,부처님도 돌아가시면서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라고 하지 않으셨느냐. 부처님 말씀을 밥먹듯 어겼으니 어찌 무거운 과보가 없 겠느냐.”

주지스님의 말대로 그 스님에게 내려진 과보는 가혹했 다. 몇 년 후 그 스님은 살이 썩어 들어가는 몹쓸 병에 걸려 서너 달만에 죽고 말았다. 그가 죽고 난 지 며칠 후였다. 그가 주지스님의 꿈속에 나타났는데, 아주 이상 한 모습으로 환생 해 있었다.

“큰 스님, 저 좀 살려주세요. 힘들어 죽겠습니다.”

그는 물고기로 변해 있었는데, 등에 커다란 나무가 한 그루 자라 있었다. 그 나무가 몸을 짓누르고 있어서 숨 도 제대로 못 쉬고 헐떡거렸다.

“처음 나무가 조그마했을 때는 그래도 숨은 쉴 만했는 데, 자꾸 자라나 이제는 아주 고통스럽습니다. 스님 어서 이 나무를 잘라내 주세요.”

“과보는 받아야 한다. 네가 진 빚을 갚아야 되지 않겠 느냐. 하지만 이제는 그 정도 고통을 받았으면 됐다.”

“아이고 큰 스님, 감사합니다.”

“내일 해가 뜨면 네가 있는 강으로 가마.”

주지스님은 눈을 번쩍 뜨고는 바랑을 챙겼다. 제자가 물고기로 변해 사는 강으로 나가기 위해서였다. 강으로

나가 배를 타자 마자 주지스님은 독경을 하였다. 그러자 잠시 후, 물고기 한 마리가 뱃전에 나타났다. 과연 등에 나무를 단 물고기였다. 물고기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큰 스님 평소에 악업을 많이 지어 이렇게 미물로 태 어나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그뿐입니까. 과거에 제가 버 린 콩나물이. 가시로 변해 입에 걸려 먹이를 먹을 수도 없습니다. 스님, 부디 과거의 인연을 생각하여 저를 불쌍 히 여기시고 해탈 법문을 하여주십시오.”

“좋다. 너를 위해 수륙천도재를 베풀어주마 ”

주지스님은 약속대로 강에 배를 띄어놓고 재를 지내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재가 끝나갈 무렵에는 물고기가 다 시 뱃전으로 나타나서 말했다.

“감사합니다. 스님, 이제는 제 등에 난 나무를 베어주 십시오.”

“좀더 가까이 오너라.”

주지스님은 노를 젓던 사공과 함께 물고기의 등에 난 나무를 톱으로 베어주었다.

“스님, 한가지 부탁이 더 있습니다.”

“그게 무어냐.”

“다름이 아니홉고.”

“어서 말해보아라 다 들어줄 터이니.”

“그럼 염치 불구하고 여쭙겠습니다.”

물고기 제자는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어 말했다.

“벤 나무로 물고기 모양을 만들어 부처님 앞에 매달아 주십시오.”.

주지 스님은 물고기 등에서 벤 나무에서 향기로운 냄 새를 맡았다.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맡아보지 못했던 향 냄새였다.

“그런 다음 저를 두드려주십시오.”

“그러하면.”

“두드려서 나는 제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물에 사는 물고기에게는 해탈할 수 있는 인연이 될 것입니다. “

“이제야 네가 악업을 씻어버리고 선 업을 쌓는구나. 네가 하는 말마다 향 기가나는구나.”

주지 스님은 제자의 부탁에 따라 가 지고 온 나무를 깍고 다듬어서 목어를 만들었다. 그러고는 처마.밑에 매달아 놓고 하루에 한번씩 두드려 제자의 소 원을 들어주었다.

아이는 목어 이야기를 끝으로 듣고 니서야 왜 사물이 암자에 있는지 알게 되었다. 마침 노승이 아이에게 사물을 하나씩 들어 질문하였다.

“종은 왜 두드리는고.”

“지옥에서 고통받고 있는 중생들을 위해서입니다.”

“보.두다기 ”

“사나들을 해탈 케 하기 위해서입니다.”

“운판은 왜 두드리는고.”

“하늘을 나는 새들을 해탈케 하기 위해서입니다:”

“목어는 왜 두드리는고.”

“물 속에 사는 물고기들을 해탈케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제야 알겠느냐. 이 깊은 산 속에

서 사람과 짐승과 새들과 물고기들을 위해 기도

하면서 사는 게 스님의 일이란다.”

“네 스님.”

그 해 늦가을이 되어 첫눈이 내렸다. 암자 방 한쪽 지 붕이. 무너져 방바닥에 눈가루가 쏟아져 내렸다. 그러나 노승은 아이가 잠든 밤에 이러한 노래를 불렀다. 옛날부 터 암자에 전해 오는 시였다.

양기산 임시 거처 지붕과 벽 엉성하니 방바닥에 가득 부려진 눈 구슬! 그러나 목 움츠리어 가만히 탄식하네. 떠올리나니, 나무 밑에 기거하신 옛 어른의 일. 수행자는 방바닥에 뿌려진 눈가루를 보석같이 느껴야 하지만 그래 도 집 없이 나무 아래서 .수행했던 옛 스승의 고생에 비 하면 목이 움츠러든다.

깊은 산 절간 처마끝에 매달려 무심한 바람 한 줌에도 울림으로 화답하는 풍경소리조차 물고기에겐 해탈의 의 미를 담고 있는데...오랜 세월 불자로 자처하면서 마음 끄집어내어 훌훌 벗어던져 버리지 못함이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심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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